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일반적으로 유전체 복제과정 (genomic DNA replication)은 매우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성인 한 사람의 몸은 약 30조개 내외의 세포로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모두 하나의 수정란의 세포분열로부터 생긴 것입니다. 유전체 복제과정의 부정확성은 매 세포분열마다 자손세포들에게 체세포 돌연변이 (somatic mutation)를 누적시키게 되는데, 따라서 한 개인에 존재하는 30조개의 체세포들은 서로 매우 비슷하지만 체세포 돌연변이로 인해 완전히 같지는 않은 유전체 서열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이는 somatic mosaicism이라고 합니다. 'Mosaicism'은, 단어가 줄 수도 있는 부정적인 뉘앙스와는 별개로, 발생 및 노화(많은 수의 누적된 체세포분열)와 더불어 다세포생물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체세포 돌연변이가 만들어내는 가장 무서운 결과 중의 하나는 바로 악성 종양 (암) 입니다.
결국 암 발생을 분자 기전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상 세포에서 일어나고 있는 돌연변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체세포 돌연변이가 인간의 정상적인 세포 분열에서 어떠한 기전에 의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진 바 없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다양한 조직, 다양한 시점 가운데 가장 첫번째 시기, 즉 인간의 초기 발생과정(수정란 - 16세포기)에 획득된 돌연변이 발생에 초점을 맞추고 본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배아를 파괴하는 직접적인 연구는 윤리적으로 수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성인 혈액 세포의 유전체 서열로부터 초기 발생 시기에 발생한 돌연변이의 흔적을 bioinformatics를 통해 찾아내는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위해 International Cancer Genome Consortium (ICGC)에서 유방암 연구를 위해 확보한 약 300명의 유럽인 유방암 환자의 혈액 및 종양조직 전장 유전체 데이터(whole-genome sequencing)를 이용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postdoctoral fellow로서 영국 Cambridge (Hinxton)의 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의 Cancer Genome Project 에서 수행하였습니다. 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전체 연구소 중 하나로서 1993년 C. elegans genome 연구를 수행하였던 John E Sulston 박사에 의해 주도적으로 설립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Wellcome 재단으로부터 매년 천문학적인 연구비 지원을 받으며 유전체와 연관된 연구들을 (사람 유전체, 암유전체, pathogen, bioinformatics 등)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연구소는 Human Genome Project부터 1000 Genomes Project, 최근에는 ICGC연구까지 굵직한 세계 유전체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Sanger연구소에서 암유전체를 연구하는 branch인 Cancer Genome Project는 연구소 전체의 Director 이기도 한 Prof. Michael R Stratton에 의해 2000년대 초반 시작되었고, 현재는 Drs. Peter J Campbell, Ultan McDermott, Serena Nik-Zainal등 훌륭한 PI들이 70여명의 뛰어난 staff scientist, postdoctoral fellow, PhD student, technician 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약 3년 동안의 박사 후 연구과정동안 Prof. Michael R Stratton과 Dr. Peter J Campbell의 공동 지도를 받았으며, 본 연구는 Prof. Michael R Stratton과의 discussion을 통해 수행되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보람은, 대가들이 잘 모르는 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답에 점진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Prof. Michael R Stratton은 Institute director로서 일정이 매우 바쁘고 하루를 30분, 때로는 15분 단위로 쪼개 생활합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빼놓지 않고 한 달에 한 두 번, 약 한 시간씩 1:1 토론 시간을 지도교수님과 가졌습니다. 가끔은 일정이 바빠 토요일 오전 7시가 될 때도 있고, 때로는 국제전화 통화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때 우리가 알아낸 것, 앞으로 알고 싶은 것, 기술적인 가능성 등에 대해 자유로우면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 졌습니다. 그 한 시간 동안 최대한 intensive한 논의를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지만, 매 토론이 끝날 때마다 한 단계 성장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표면적인 "publication"이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물음(fundamental questions)들을 논리적으로 던지고 이것에 대한 답을 하나씩 구해 나가는 과학자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논문에서는 약 3년 동안의 논의 과정을 통해 고민해온 내용들을 다루었습니다. 저는 Sanger Institute에서 연구하는 그 순간들이 보람차고 행복했습니다. Publications이 훨씬 화려한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큰 부담이면서도 즐거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영국에서 박사후 연구과정을 보냈습니다. 유전체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소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더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Sanger 연구소는 일반인들에게는 (또 유학 준비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2013 - 2015년 사이, 전체 1,500명 정도의 전체 인원중에 한국인은 저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해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실험실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저는 Sanger 연구소가 유전체 연구에 최적의 장소라고 주저없이 추천을 드립니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 및 우수한 학생들로 이루어진 인적 구성, 세계 최대 규모의 시퀀싱 및 이를 분석하는 대규모 computation power/algorithm, Wellcome Trust로부터 지원받는 연구비(funding)까지, 부족한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보니, 사람들이 쫓기지 않고 여유가 있습니다. 좋은 idea가 생기면 바로 open discussion을 통해 동료들과 의견을 교환하여 실현해 내는 분위기도 영향이 큰 연구를 수행하는데 매우 도움을 줍니다. 저는 유전체학을 공부하고 싶은 후배들이 있다면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연구소들을 꼭 고려해 보라고 추천을 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2015년 11월부터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조교수로 부임하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종양 및 정상 조직에서 체세포 돌연변이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현재까지는 주로 bioinformatics를 이용해 왔지만 이것은 새로운 발견을 위한 도구일 뿐이므로 앞으로 연구가 꼭 여기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수 년 동안 차근차근히 실험실을 갖추어 나가면서 독립적인 연구자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전체학, 특히 체세포 돌연변이에 관심이 있는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오늘날까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Sanger 연구소에서 제 supervisor였던 Michael R Stratton 및 Peter J Campbell 선생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조언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Inigo Martincorena, Moritz Gerstung, Mia Petljak, Ludmil Alexandrov, Raheleh Rahbari 등 동료들께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덧붙여 저를 유전체학의 세계로 이끌어 주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의 서정선, 김종일 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영국으로 박사후연구를 위해 훌쩍 떠난 첫 2년동안 여러 사정으로 한국에 남아 고생한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께 미안함과 고마움의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