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는 면역학을 기반으로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류마티스 관절염의 병인을 규명한 연구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Rheumatoid arthritis)은 전 인구의 1% 내외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대식세포성 활막세포 (macrophage-like synoviocytes)가 비정상적으로 생존하고 증식하여 뼈와 연골을 파괴하는 특징을 보이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왜 그리고 어떻게 대식세포성 활막세포가 이러한 특징을 지니는지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로부터 얻은 대식세포성 활막세포에서 변화하는 유전자들을 프로파일링 하였습니다. 그 결과 평소 우리 몸에서 삼투압을 조절한다고 알려진 세포 내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 NFAT5 (Nuclear factor of active ated T-cells 5)가 류마티스 관절염 대식세포에서 현저히 증가되어 있으며, 이 세포의 세포주기, 세포사멸 및 증식 등을 조절하는 핵심인자임을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대식세포의 이동과 화학주성에 관여하는 '케모카인'으로 널리 알려진 CCL2 (Chemokine ligand 2)가 NFAT5에 의해 그 생성과 분비가 조절되며, NFAT5의 타겟으로서 대식세포의 사멸과 증식 조절을 매개하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기존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던 NFAT5-CCL2 axis가 대식세포의 생존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분자조절기작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본 연구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분리한 대식세포성 활막세포에서도 NFAT5-CCL2 axis의 중요성을 재확인함으로써 "류마티스 대식세포가 왜 죽지 않고 지속적으로 살아남아 관절염을 일으키는가?"라는 학계의 의구심에 대해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돌이켜 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환자시료를 이용한 실험이 많아 원하는 만큼의 환자시료를 얻는 것에 어려움이 컸다는 것입니다. 제 데이터는 cell line으로 다시 확인하는 결과를 제외하고는 전부 사람 유래 혹은 마우스 유래 primary cell을 이용한 결과들 입니다. 사람 세포를 얻어 실험 할 경우, 특히 환자 세포를 사용해야 할 경우 그 어려움은 배가 되었습니다. 그 중 관절 내 찬 물을 주사기로 빼내어야만 얻을 수 있는 활막액과 동일 환자의 말초 혈액을 동시에 얻어 수행해야 하는 실험에서는 운이 좋으면 한달에 두명 정도 얻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동료 연구자들과 의사선생님들, 그리고 환자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고 이런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폭넓고 심도 깊은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적 연구는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며 서로 하나가 되어 협력할 때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온다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연구를 진행한 가톨릭의대 창의시스템의학연구센터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하는 '2015년 리더 연구자 지원 사업 창의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1998년 연구를 시작하여 2005년부터 염증성면역질환 병인규명에 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수년간 폭넓고 심도 있는 면역질환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미국 면역학회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Immunology와 유렵 면역학회지인 European Journal of Immunology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회지에 다수 개재되었으며, 2012년에는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JEM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그리고 2014년, 2015년, 올해인 2016년에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Proceeding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 매년 논문이 게재되고 있습니다. 또한 본 연구기관은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8개의 학교 소속 대학병원을 통해 질병 연구에 필요한 환자 시료의 얻음이 용이하다는 것은 큰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연구를 시작한지 채 10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연구자로서의 저의 삶은 매해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배움이 늘어날수록 저의 배움은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느껴져 더 겸손 된 마음으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한국에 있지만 세계의 연구자들과 함께 경쟁을 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이 연구에 임한다는 것에 매력적인 부분인거 같고, 개인적 생각으로 연구를 하면서 생명의 신비를 조금이나마 밝히고 있는 거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발표되고 있는 살아있는 학문을 연구한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런 조언을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자의 길에 들어서 있지만 저 또한 계속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단편적인 시각으로 현실적인 답변을 해드릴 순 없지만 그럼에도 한 말씀만 드리자면, 저는 이번 연구를 논문으로 출판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4년이란 시간은 분명 긴 시간이지만 연구를 하여 4년만에 마무리 되었다는 것에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하나의 연구를 결론짓는데 이처럼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지만 그만큼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빠른 시일내로 결과를 얻고 결론에 도달하는 길이 아니라는 점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하나 과정동안에 얻어지는 결과에 의미를 찾고 가능하다면 즐거움도 얻고 퍼즐을 맞추듯이 조각을 맞춰나가 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어느덧 완성된 그림을 얻게 될 것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논문이 저에게 더 큰 기쁨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학위논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학위 동안에는 학위에 대한 압박이 있어 하나의 연구에만 집중했지만 이번 논문 후 동시에 여러 테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주어져 류마티스 관절염 질환 이외에 루푸스 질환과 만성 장질환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 연구들에 관해서도 작은 발견을 얻는 것이 저의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연구실 식구 모두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앞서 가장 감사할 분은 부족한 저를 성장시켜주시고 연구자의 길로 인도해주신 김완욱 교수님입니다. 한결같이 열정적인 연구자의 모습에 존경스럽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한 이번 논문에 키 데이터를 제공해주신 Cedars-Sinai Medical Center 에 유성용 교수님과 많은 코멘트와 열정적인 디스커션을 해주신 김동현 박사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필요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실험에 도움을 준 권지훈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처음 실험을 시작할 때부터 가까이에서 지켜봐 주시고 항상 응원을 아끼지 않는 유승아 박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또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예리한 판단력으로 적절한 조언을 해주신 박도현 박사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밖에 모든 우리 연구실 식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기도해주시고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언니와 형부, 이모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두 조카에게도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이런 선물을 주신 주님께 영광 돌리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한자성어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있습니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름 진인사를 하였고 운이 좋게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게 될 저와 같은 연구자들께도 그들의 진인사에 대한 대천명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