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 논문관련 분야는 구조생물학(structural biology)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잘 소개될 수 있습니다. 구조생물학은 생명현상들의 발현에 중요한 축이 되는 고분자, 특히 효소를 포함한 단백질 분자구조의 규명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분야 입니다. 고분자들의 분자구조는 몇 가지 다른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는데, 저희 연구실의 전문 기술은 X-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에 있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말이 있듯이, 생명현상의 어떤 단계에서도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작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예전에는 분자구조를 알아내기 위한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었던 반면, X-선 결정학을 비롯한 여러 biophysical methods, 예컨대 NMR, cryo-EM, SAXS 등이 발전함에 따라 구조생물학이라는 연구분야는 급격히 넓어져 가고 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들 중에서는, 현 프로젝트 초기논문 중 하나에서의 peer review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 분야 논문들은 보통 둘, 많으면 셋의 전문 심사자들을 배정받게 되는 반면, 저희가 제출한 논문은 다섯 분의 심사자들의 심사평과 함께 돌아왔으며, 그 중 한 분은 실험결과를 직접 보내줄 것까지 요구하였습니다. 심사자들이 저희와 연구적 경쟁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여러 가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또 제 연구결과의 impact 를 반증하는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결국 논문은 큰 어려움 없이 출판되었고, 지금까지 성공적인 연구를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에 소속되어 있으며, 의학부(Faculty of Medicine) 산하 생화학과(Department of Biochemistry)에서 학과장 Albert Berghuis 교수님의 지도하에 박사후 과정을 밟아 왔습니다. 맥길 대학은 토론토 대학(University of Toronto),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과 함께 캐나다 3대 대학이며, 타임즈 고등교육 평가(Times Higher Education)의 세계 대학 랭킹 중 현재 (2016-2017) 42위권에 올라있습니다.
저희 연구실 분위기는 매우 여유롭습니다. 학생이나 연구원이나 출퇴근 시간과 휴가일정이 자유로우며, 각자의 연구일정과 내용도 자율적으로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반면 이러한 분위기는 연구활동에 대한 본인의 의지와 열망이 강하지 않은 경우나 수동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 등에 학문적 성취도가 낮아지는 단점도 있을 수 있음을 보아왔습니다. 연구실 동료들 사이의 관계는, 무척 진부한 표현입니다만, 가족 같다는 말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종, 문화적 배경들은 (네덜란드, 한국, 칠레, 미국, 영국계 캐나다, 프랑스계 캐나다, 중국, 폴란드, 이란 등) 함께 일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덧붙여, 캐나다 몬트리올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임을 말씀 드리며 기회가 닿으시면 꼭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때도 제가 아직 여기에 있다면 학교도 시내도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이나 즐거움은 세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로, 직업적인 연구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에서 큰 만족감을 줍니다. 주어진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의 공부를 넘어서서 후학들이 배울 지식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둘째로, 연구자의 길 가운데서도 특히 생명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음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또한 다른 생명체들을 이토록 정확히 이해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과학의 급속한 발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생명과 삶에 대한 인류의 무지와 그로 인한 호기심을 종교와 철학이 담당해 왔습니다. 종교와 철학이 무한한 가치를 지닌 인류의 유산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겠지만, 그 동안 이들이 담당해왔던 많은 부분들, 예컨대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이며, 그 사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과학이 설명해 나가기 시작하였음을 또한 인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 변환(paradigm shift)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일원이라는 사실은 제 자부심의 깊은 원천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연구분야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는 원자단위의 미시적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은, 또한 여태까지의 인류역사상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생명의 구성단위들을 처음으로 본다는 사실은 제게 크나큰 성취감을 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하나만 드림에 있어서 영어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준비에만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영어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과학이라는 학문의 매개언어가 바로 영어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과 협력하고 또는 경쟁하여야 하는 현실상황에서 논리적이고 능숙하게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 기본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자신감 있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까지도 과학자로서 꼭 갖추어야 할 실력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조금은 철학적인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과학자의 길은 예술가의 그것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타고난 재능이라던가 오랜 기간의 노력과 열정이 반드시 학문적 성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나 요즈음은 박사학위를 받고도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음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과학도의 길에 있음을, 또한 이런 어려움은 자신이 즐기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자 할 때 필히 감수하여야 하는 한 부분임을 마음 깊이 먼저 이해하고 시작하시기를 권유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박사후 과정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동시에 primary investigator 자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제 연구주제는 앞으로도 구조생물학 분야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또한 구조기반 신약개발(structure-based drug discovery)이라는 분야와도 교차점이 있을 것 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여러모로 뜻 깊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17.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