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시신경척수염(neuromyelitis optica)은 시신경염, 척수염 또는 뇌병변을 유발하는 자가면역성 중추신경계 염증성 질환으로 젊은 환자에서 발병하여 반복되는 재발로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발병 5년 이내에 시력 소실 및 보행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약 15년전까지만 해도 시신경척수염은 그 임상 양상이 다발성경화증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다발성경화증의 아형으로 분류되어 제대로 된 질환의 진단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2004년 시신경척수염 질환 특이 항체가 발견되어 질환이 재조명되면서 다발성경화증과는 다른 질환의 병리가 밝혀져 이제는 독립된 중추신경계 염증성 질환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환의 발병률이 매우 낮고 (10만명당 약 3명), 한번의 재발만으로도 심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질환의 특징 때문에 위약 대조 연구가 어려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승인 받은 치료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증례 보고들에서 면역억제치료가 시신경척수염의 재발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있어 면역억제 치료의 필요성은 인정되고 있습니다. 암센터 신경과 김호진 교수님은 시신경척수염이 항체에 의해 매개되는 자가면역성질환이라는 병리를 기반으로 2006년부터 선택적으로 B세포를 감소시키는 리툭시맙 치료를 시작하였고, 특히 이러한 리툭시맙에 의한 B-세포 감소는 일시적이기 때문에 재투여가 필요한데, 이러한 재투여 시점 결정을 memory B 세포 (CD19+CD27+ B cell) 의 증식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memory B 세포 말초혈액내 단핵구 0.05% 이상 증식 시 재투여). 당시만 해도 리툭시맙 재투여는 6-12개월마다 또는 전체 B세포 (CD19+B세포)의 증식을 기준으로 하였는데, 일정 간격의 재투여 방법은 질환의 활성도 및 치료 반응 정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환자를 일괄적으로 치료하여 일부 환자에게는 불충분한 치료, 한편으로 일부 환자에게는 과잉 치료를 할 수 있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또한 말초혈액 내 단핵구의 1% 이하의 전체 B 세포를 목표로 하는 재투여 방법은 너무 높은 B-세포 소실의 기준점으로써 상당수의 환자에서 질환의 재발을 막지 못했으며, 특히 전체 B 세포 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na?ve B 세포는 질환의 재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na?ve 및 memory 비율에 따라서 같은 B 세포 수치라고 해도 재발 방지에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memory B 세포를 기준으로 하여 가장 많은 시신경척수염 환자에서 2011년에 2년동안의 리툭시맙 치료 경과를 처음 보고한 이후 (Arch Neurol 2011;68:1412-20), 2013년에는 5년 치료 경과를 (JAMA neurol 2013;70:1110-7),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5년에는 우리 코호트 내 리툭시맙 치료를 시행했던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67개월간의 치료 경과를 보고하였습니다. 이 보고는 현재까지 보고된 시신경척수염 환자에서 리툭시맙 치료 연구 중 가장 많은 수의 환자일 뿐만 아니라 가장 오랜 치료 경과 보고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마다 리툭시맙 치료에 있어, 환자 개개인마다의 memory B 세포의 증식 정도에 맞추어 리툭시맙 치료를 결정함으로써 최소 누적 용량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과잉치료도 줄여 부작용 및 비용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이러한 환자들의 리툭시맙에 대한 B-세포 소실 정도의 다양성의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FCGR3A의 유전자 다형성의 연관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시신경척수염 환자에서 리툭시맙 치료시 환자 개개인의 치료 반응성에 따라 리툭시맙 치료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첫 근거를 마련한 일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Nature review neurology 및 Reuters health에 소개되었고, 외국에서도 이러한 치료 전략을 그대로 이용하여 보다 안전하게 시신경척수염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국립암센터 신경클리닉은 암환자들의 다양한 신경학적 합병증의 관리 및 다발경화증 및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의 전문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립암센터 신경클리닉의 수장으로 계시는 김호진 교수님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Montreal Neurological Institute of McGill University의 신경면역학 분야에서 senior fellow 및 staff researcher로서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돌아와 2005년부터 국내의 다발성경화증 및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계십니다. 그 밑에 저와 현재원 전임의 선생님 1명, 총 3명의 임상의와 연구 간호사 2분, 실험실 연구원 3분이 약 700명의 중추신경계 염증성 환자들의 치료 및 추적관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다발성경화증 및 시신경척수염 임상 연구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이 질환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제가 전공의 1년차였던 2006년, 18살 소녀가 이 질환으로 인해 시력을 잃고 양하지 마비가 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질환의 진행을 막지 못하는 의사로서의 좌절감이 큰 상처였기 때문입니다. 2009년 우연히 해외학회에서 발표하시는 국립암센터 김호진 선생님의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의 리툭시맙 치료 경과 이야기를 들으며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국립암센터 신경클리닉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2010년부터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치료가 불가능한 줄만 알았던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으면서 직장도 갖고, 결혼, 출산도 하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고, 이러한 치료 경과를 널리 알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의 많은 환자들도 이러한 치료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논문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리툭시맙 치료는 비급여 치료였기 때문에 한번 투여시마다 약 2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이 이러한 비용 문제로 치료를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치료 효과에 대한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면 제도적으로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의 리툭시맙 치료를 급여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논문 작성에 박차를 가했고, 이러한 논문들을 바탕으로 정말 다행히도 2016년부터는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에서 리툭시맙의 이차 치료제 사용이 국내에서 급여화되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아직 경험이 미천하여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 난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관련 임상 분야 외에 기초나 영상 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접하고, 짧은 시간이라도 직접 배워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후에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시아인에서는 다발경화증의 발병율이 서구인에 비해 약 100배 가까이 낮아 아시아에서는 다발경화증에 대하여 임상보고가 매우 적습니다. 국내의 다발경화증의 환자들의 임상 경과를 체계적으로 추적하여, 환자들의 고용상태, 의료 비용, 삶의 질 등을 평가하여 우리나라 다발경화증 환자들의 의료 지원의 제도적 근거 자료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지방의 먼 거리에서 힘들게 다니면서도 우리를 믿고 잘 따라와 주는 환자들에게 항상 감사하며, 앞으로도 그들의 어깨에 실린 질환으로 인한 짐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분야에서 자부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김호진 교수님께 감사 드리며, 오랜 시간 함께 환자 돌보고 고민해준 전임의 현재원 선생님, 연구간호사 정애란 선생님께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그리고 매일 늦게 퇴근하는 저를 대신하여 아들 승민이를 돌보면서 제가 힘들어 할 때마다 오히려 저를 독려하면서 지지해준 남편 박상준 선생님, 진심으로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등록일 2017.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