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 논문은 패혈증의 원인 중 하나인 그람음성균의 LPS가 면역단백질들에 의해 운반되는 과정을 상세히 밝혀낸 결과입니다. 패혈증은 세균,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이 혈액에 감염되었을 때 염증반응이 전신에 걸쳐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장기손상으로 이어지는 질병입니다. 면역력이 약한 유아나 노인, 수술 후 환자들에게는 급성으로 발병하는데 황수관 박사님, 김영삼 전 대통령, 신해철씨 등이 패혈증으로 사망하여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간 패혈증을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성공적인 치료제는 거의 없었고 항생제, 사이토카인 저해제, 혈압 상승제 등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원인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패혈증의 발생 원인이 명확히 연구되어야 합니다. 또한 패혈증은 초기 진단 및 치료가 생존률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저희는 패혈증의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람음성균의 LPS에 의한 면역반응의 시작 과정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LPS가 혈액 내에 유입되면 LBP와 CD14의 도움을 받아 TLR4-MD2로 전달되고 그 결과로 면역반응이 활성화됩니다. 이 전달 순서와 네 단백질의 구조는 밝혀져 있었지만 자세한 전달 메커니즘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주로 단백질 구조를 기반으로 기능을 연구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LPS를 전달하기 위해 형성되는 LBP와 CD14의 복합체 구조를 먼저 밝히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이 두 단백질은 단단히 결합되지 않아 복합체 구조를 관찰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단분자형광법으로 LPS, LBP, CD14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LBP와 CD14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mutant들을 이용한 연구에서 이 단백질들의 결합부위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면서, LPS-LBP-CD14 복합체의 구조를 고정할 방법을 찾아 결합구조 관찰이 가능해지고 상호작용 부위도 규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 목적에 적합한 분석방법을 실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지오 교수님 연구실에서 규명한 LBP, CD14, TLR4-MD2의 결정구조는 바이오전자현미경기법으로 관찰한 LPS와 그 단백질들의 상호작용 부위를 찾아내는 데에 필수적이었고, 바이오전자현미경기법은 각 반응 단계의 동적인 상호작용을 이미지화하는 데에 적합했으며, LPS를 매개로 한 단백질들의 움직임과 속도를 분자수준에서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반응을 정량화할 때는 단분자형광법이 중요했습니다. 카이스트 내에서 이런 분석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고 게다가 각 분석방법의 전문가이면서 적극적인 공동연구인들과 함께 새로운 발견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융합되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히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한국과학기술원의 의과학대학원에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의사출신의 대학원생들과 학제전공 대학원생들이 질병의 원리를 밝히기 위해 면역학, 유전체학, 재생의학 등 다양한 의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단백질 복합체 구조 규명을 통한 질병 원리와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engineering을 연구하고 있는 질병분자생화학연구실에 속해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은 연구 목적에 따라 생명과학과, 화학과, 물리학과, 기계과 등 다양한 분야의 대학원생들뿐만 아니라 종합병원 의사들과도 활발하게 공동연구를 하면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하고 우수한 분석장비들과 실험시설들을 갖추고 있는데 특히, 저희 랩에는 Cryo-EM도 가능한 바이오투과전자현미경과 고사양의 이미지 분석용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어 단백질 구조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는 너무나 하고 싶던 분야를 연구할 수 있게 되어 기뻤던 한편,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시작하고 보니 연구는 잘 진행이 되지 않고 여러가지 이유로 연구 주제도 몇 번 바뀌었고 이번 연구의 스토리가 풀리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연구 방향을 잡기 위한 모든 과정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연구를 본 궤도에 올리고 논문을 쓰게 되기까지는 제가 가진 모든 것, 그 이상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끝나고 보니 제 자신은 시작할 때와는 달라져 있었고 제 노력과 헌신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사 때도 배운 게 많다고 생각했고 연구원으로 일을 할 때도 새로운 시도를 해가며 꾸준히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박사과정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저에게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점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갖추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박사과정의 경험들을 양분 삼아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석사나 박사과정에서는 자신이 연구주제를 발굴하기 보다는 주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든 간에 주어진 일을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면 더 적극적으로 연구하게 되고 좋은 결과도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은 일도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다른 사람의 연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내 연구의 문제를 푸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깨달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어려움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나 생물학 관련 연구는 짧은 시간 안에 성과가 나지 않고 거의 모든 시간을 연구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인내심도 요구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연구실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연구하기 때문에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대학 진학시 학과를 결정할 때는 막연히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생각이 잘 이어져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Cryo-EM을 이용한 고해상도 단백질 구조 연구와 생화학적 기능분석을 계속해 실질적으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 성과들을 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단백질 구조 연구 방법이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결정학에서 Cryo-EM으로 상당히 전환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Cryo-EM을 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오랫동안 전자현미경 분야에서 연구해 온 경험을 살려 Cryo-EM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연구를 계속하고,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접근을 돕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및 기능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하고 싶다는 꿈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는데 실현할 수 있게 해주시고 좋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김호민 지도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열린 마음으로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 주신 것도 모자라 한빛사 인터뷰까지 양보해 주시며 공동연구의 모범을 보여주신 윤태영 교수님과 류제경 박사님께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이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시고 연구에 대한 마음가짐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이지오 교수님 존경합니다.
연구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신 부경대 최태진 교수님과 우수한 연구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신 포항공대 황인환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전자현미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주셨던 김영숙 선생님과 조극래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박사학위 기간 동안 서로 의지하며 고통의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게 도와준 연구실 동료들, 고맙습니다.
저의 꿈을 지지해주시고 도전할 수 있도록 키워주신 할머니와 부모님, 힘든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남편께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돌이켜 보니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많은 분들의 가르침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