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이 어떻게 온도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가에 대한 연구 (thermomorphogenesis)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식물 연구분야입니다. 기존 연구가 대부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고온 (37도 이상) 혹은 저온(4도 이하)에 국한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thermomorphogenesis연구는 ambient temperature 구간 (12~28도)에서의 식물의 변화양상을 연구합니다. 급격한 지구 기온 상승에 따른 식생의 변화, 곡물 수확량의 감소 등을 고려해 본다면, 식물의 온도반응성 연구는 다가올 미래에서의 인류 번영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식물의 온도 인지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진 것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thermosensor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수 십 년간 계속 되었음에서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돌연변이체를 선별하는 기존의 reverse genetics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보다 간단한 방식으로 이에 접근하고자 하였습니다. 하루동안의 혹은 계절에 따른 기온의 변화가 빛에 의해서 조절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빛을 인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빛수용체 (photoreceptor)가 thermosensor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기존의 논문에서 red light photoreceptor인 phytochrome의 돌연변이체가 고온의 표현형 (long hypocotyl and early flowering)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phytochrome이 photoreception과 thermosensing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스템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phytochrome null mutant는 저온 (12~17도)의 상태에서도 long hypocotyl을 보이고, 저온의 phytochrome mutant에서도 고온의 transcriptome변화가 관찰되는 것을 RNA-seq analysis로 확인을 하였습니다. ChIP-seq analysis를 통해서, phytochrome은 DNA에 직접 binding하여 transcriptional repressor로서 작용하며, 이러한 binding affinity가 온도에 의해서 조절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특히, cell elongation을 유도하는 밤동안의 transcriptome의 변화가 유독 온도반응성을 보인다는 것에 착안하여, 낮에 활성화된 phytochrome의 activity가 밤에 비활성화 되는 과정 (dark reversion process)이 온도에 의해서 조절될 가정하였습니다. Modeling work을 통해서 이러한 가정이 온도에 따른 transcriptome의 변화를 잘 설명해 준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온도가 올라갈 수록, dark reversion에 의해서 비활성화되는 정도가 더욱 빨라진다는 것을 in vivo 실험으로 증명하였습니다. 돌연변이체의 표현형에서 부터 phytochrome의 biophysical 변화까지의 모든 데이터가 phytochrome은 thermosensor로서 기능을 한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이는 다른 그룹의 논문과 더불어 백투백으로 게재승인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NGS data가 주가 되는 논문을 써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과연 리뷰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무척 궁금했는데요… 왜 primer information을 제공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리뷰어들도 나와 같이NGS data를 이해하는 게 만만치 않은가 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phytochrome연구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리뷰어 역시도 좀 연차가 있는 분이라 그런가 싶기도 했습니다. 리비젼시에 필요할 것이라 예상되는 다양한 식물체를 준비해 놓고 리뷰코멘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런 추가 실험 요구가 없는 것을 봐서는, 전체적인 맥락은 이해해도 세부적인 데이터 분석은 리뷰어들도 힘들 수 있구나, 리뷰어도 사람이네 싶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있는 Sainsbury Laboratory는 Cambridge University에 소속되어 있는 식물연구소입니다. 2011년에 설립된 신생 연구소인 만큼 시설은 기존의 어떤 곳보다도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14개 실험실이 운영되고 있고, 이들 간에는 공동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 역시도, Sainsbury laboratory 내의 3개 그룹, 독일의 한 그룹 간의 공동연구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Computer modeling을 하는 그룹이 여럿 되고, Imaging or NGS 데이터 분석이 주가 되다보니, 실제 파이펫을 잡고 실험을 하는 연구자보다,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 작업만 하거나, 칠판에 수학공식을 적어가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최신 경향의 연구형태를 익히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의 최고의 대학인 Cambridge University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입니다. 대학에서 특별하게 키우고 있는 연구소다 보니, 웬만한 식물관련 세미나, 컨퍼런스는 모두 이 연구소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여느 연구소와는 다르게 시내에 위치해 있고, botanic garden 공원 한 가운데 있다 보니, '아,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세상과 동떨어져서 살고 있구나' 하는 그런 기분은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연구소 건물은 건축상을 받은 곳인 만큼, 잠깐이나마 미술관에서 연구하는 그런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럽 특유의 9-to-6 연구문화는 연구와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박사과정이든 박사후연구과정이든 외국으로 나가고자 하는 식물연구자분들이 계시다면, 이 연구소는 한 번쫌 고려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경력이 길어지다 보면, 이게 즐거운 일인지 아니면 고난의 연속인 지 구분이 가지 않는 때가 많아 집니다. 매사 담담해 진다고나 할까요? 소소하게 10kb가 넘는 PCR band가 한 번에 얻어지면 그것대로 기분이 좋고, 논문 하나 투고가 되면, 그날 하루는 간만에 케잌 한 조각을 연구소 테라스에서 즐기면서 위안의 시간을 가지고, 리젝 레터를 받으면 그날 하루 열받았다가, 다음날이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또 실험을 하게 됩니다. 항상 일정한 수준의 연구능력을 유지하는 것, 또 그렇게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분을 유지하는 것이 롱런의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이야기만 하면, 연구가 뭔가 자기 수양 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데요… 내가 가진 기술로 베일에 쌓여 있던 생명의 신비를 한 꺼풀 들쳐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비밀을 현재는 전 세계에서 나만이 알고 있다는 기분은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물론, 그런 신비로움이 난생 처음 파인애플 나무를 봤을 때의 놀라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학업을 등한시 했던 대학 생활을 청산하고자, 기존의 과 선배, 동기가 없는 이제 막 시작된 실험실을 선택하게 된 것이 식물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화학과 출신은 전혀 없는 그런 실험실이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하십시요" 라는 말씀보다는 이왕 시작한 연구라면 열심히, 즐겁게 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사 학위를 한국에서 받은 이후에, 박사후 연구과정으로 영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미국 이외에는 유학 (포닥으로서는 취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까닭에 영국/유럽이 어떠한 지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의 여러 실험실에 보냈던 지원서에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는 시점에서, 유럽의 실험실에서만 인터뷰 하자는 메일을 받게 되었고, 그것이 영국으로 오게 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캠브리지에서 4년의 시간을 보내고 보니, 여기로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일년에 공휴일 제외하고 33~38일의 휴가를 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포닥분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유럽에서의 연구는 가족과 연구의 시간배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온도연구의 매력은 온도조건을 달리하는 것 만으로 전혀 예상치 않았던 표현형을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대부분의 애기장대 연구가 long-day photoperiod (16h light/8h dark) 22oC 조건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short-day period (8h light/16h dark)와 결합된 고온 (27-28oC) 혹은 저온 (12~17oC) 조건으로 이미 기능이 잘 알려진 유전자의 돌연변이체를 길러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온도관련 표현형을 관찰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조건에 따른 표현형의 변화는 기존의 보고와는 다르게 특정 유전자의 새로운 기능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제가 있는 Phil Wigge group은 기존의 phytochrome이 매개되는 작용기작을 온도개념을 적용하여 새롭게 구성해 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phytochrome 연구에서 얻은 힌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온도조절기작 혹은 thermosensor를 찾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랩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펼쳐볼 수 있기를 대합니다.바탕으로 새로운 온도조절기작 혹은 thermosensor를 찾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랩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펼쳐볼 수 있기를 대합니다.
6.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들….
이렇게 인터뷰를 할 기회를 제공해준 BRIC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신의 연구이야기를 할 기회가 정말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BRIC 에서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사과정의 지도교수님인 박충모 교수님이나 현재의 group leader인 Phil Wigge 모두 제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박사 졸업한 이후에는 정말 당시에 하고 싶은 연구를 아무런 제약없이 자유롭게 해 온 듯 싶습니다. 두 분의 PI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면서 즐거워 하실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도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캠브리지에서 동고동락하는 안사람 수영과 딸 서윤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