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Hsp70은 스트레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열 충격 단백질 (Heat shock protein)로서, 외부 스트레스에 의해 손상된 단백질의 구조를 회복시켜 복구하거나, 분해하여 제거해버리는 역할을 합니다. Hsp70이 이러한 손상된 단백질 '복구'와 '제거'라는 상반된 두 작용을 어떻게 구별하고 선택적으로 조절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또한 Hsp70은 많은 암에서 과발현되어 있으며, 암세포가 스트레스로부터 살아남는 데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암 치료분야에 있어서 중요한 타겟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hsp70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전사 조절을 통한 발현량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암세포와 같이 Hsp70이 이미 과발현되어 있는 상황에서 Hsp70의 활성 및 기능 변화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아세틸화가 Hsp70의 '복구'와 '제거' 기능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함을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를 통해 밝힌 Hsp70 아세틸화 잔기인 라이신 77 (K77)은 정상 상황에서 샤페론 기능을 담당하는 Hsc70에는 없는 잔기이므로, Hsp70만을 선택적으로 타게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Hsp70에 의한 스트레스 방어 기전은 암세포 외에도, 뇌졸중, 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 등 다양한 신경 질환에서 인체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므로,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신경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연구실은 혈관신경계의 통합 조절, 그리고 이를 통한 질병 및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보호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전에 단백질 아세틸화에 의한 혈관 신생 조절을 규명한 바가 있으며, 이에 대한 후속 연구의 일환으로 세포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는 '스위치'로서 아세틸화를 연구하던 중, 세포 스트레스 상황에서 Hsp70이 아세틸화됨을 관찰하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이 수행하는 기능을 이해하기 위하여 이번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우선, 이번 연구를 하면서 Hsp70의 아세틸화, 아세틸화 잔기 동정, 잔기가 가지는 구조적 의미, 아세틸화에 따른 기능 변화 등 실험의 한 단계 한 단계가 쉽지 않았습니다. '샤페론' 분야는 저희 실험실에서는 생소한 분야로서, 이와 관련된 배경 지식, 실험 기법을 공부하고 구축해야 했고, 다른 실험실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실험 초반에는 제가 샤페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험을 구상하고 있는지, Hsp70의 아세틸화가 과연 충분한 의미가 있는지 불안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험이 진행될수록, 실험 결과가 모일수록, 의미가 하나로 모이고 큰 그림이 그려져 그 과정이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처음 대학원에 들어올 때, 뭐라도 의미있는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실험을 하면서 '이건 정말 새롭고 의미있다' 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던 것 같고, 데이터를 보면서 전율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저에게는 단순히 '논문 게재'라는 결과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쉽지 않은 연구 과정을 수행해 나가려면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험에는 끝이 없어서 실험에 집중하다보면 건강을 잃기 십상이고, 특히 여성 연구자의 경우 체력뿐 아니라 결혼, 출산, 육아 기간과 겹치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체력 관리와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생활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쉽지는 않지만 발견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듯 합니다. 저의 경우, 단백질 구조 해석의 과정이 막혔을 때 여러모로 단백질의 구조 변화나 움직임을 상상해 보았는데,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나름 즐거웠고, 막혔을 때 포기하지 않고 생각을 이어나가는 과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는 일반적인 세포 스트레스 상황에서 수행한 연구로, 질병 상황으로의 확장 적용이 필요합니다. Hsp70이 관련 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 각종 암, 신경 퇴행성 질환, 염증 관련 질환에서 Hsp70의 아세틸화에 의한 기능 조절이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이용해 이들 질환의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또한 Hsp70은 세포 외로 분비되어 근처 세포에 흡수되거나 또는 혈액 순환으로 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분비되는 Hsp70을 타겟으로 하여 여러 질환에 대한 연구 및 치료제 개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큰 시야로 연구를 이끌어주신 저희 김규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희 실험실에서 할 수 없었던 분석을 해주신 이공주, 박지용, 이봉진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 실험 전반을 끌어나가고 힘든 과정을 함께한 지혜 언니께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가고, 기뻐하고, 같은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언제나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가족에게 감사하고,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항상 즐겁고 건강하길, 그리고 제가 가는 길을 함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