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 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CD8 T 세포는 병원균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죽임으로써 우리를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고, 암을 치료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CD8 T 세포가 효과적으로 감염 세포 및 암세포를 죽이지 못하는 경우, CD8 T 세포는 감염 세포 및 암세포로부터 계속적으로 항원 자극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하여 기능적으로 탈진된 상태에 빠지게 되며, 이를 T cell exhaustion이라고 합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10년 전 마우스 림프구성 맥락수막염 바이러스 (lymphocytic choriomeningitis virus, LCMV)를 이용한 만성 바이러스 감염 모델에서, 탈진된 exhausted) CD8 T 세포 표면에 PD-1이라고하는 면역 억제 수용체 (inhibitory receptor)가 과발현됨을 발견하였으며, PD-1 특이적인 항체를 이용하여 PD-1 매개 신호 전달을 막을 경우, CD8 T 세포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하였습니다(Nature (2006) 439; p.682). 그 이후 많은 연구들을 통하여 HIV, HBV, HCV와 같은 인간 만성 바이러스 감염 뿐만이 아니라 여러 종양 모델에서 exhausted CD8 T 세포가 PD-1 단백질을 많이 발현하는 것이 발견되었으며, 여러 임상 실험을 통하여 PD-1 매개 신호를 차단할 경우 CD8 T 세포의 기능 회복이 회복되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 및 암세포의 성장이 저해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2종류의 PD-1 신호 차단 항체 (Pembrolizumab (Merch), Nivolumab (Bristol-Myers Squibb))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아서 흑색종, 폐암, 방광암 등에 사용 중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마우스를 이용한 만성 LCMV 바이러스 감염 모델을 통하여 exhausted CD8 T 세포가 서로 다른 2가지 세포군으로 이루어져있음을 밝혔습니다. 첫번째 세포군은 줄기 세포와 마찬가지로 휴지기 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며, 느린 자가 복제 (slow self-renewal)를 통하여 세포군을 유지하는 동시에 항원 자극을 통하여 분화된 세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두번째 세포군은 첫번째 세포군으로부터 만들어진 분화된 세포군으로써 일시적으로 활성화된 상태를 보이지만, 결국 활성 후 세포 사멸(Activation-induced cell death) 과정을 통해 죽게 됩니다.
이와 함께 흥미롭게도 두가지 CD8 T 세포군 중 줄기 세포의 특징을 지닌 세포군만이 PD-1 신호 차단 항체에 대해서 증식 및 분화 과정을 거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만성 바이러스 감염 치료 및 항암 면역학적 치료에 있어서 줄기 세포의 특징을 지닌 세포군을 타겟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임상학적 의의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사실 이 실험을 하면서 리뷰어보다 교수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더 힘들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1년여 동안, 여러가지 기존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교수님은 좀처럼 데이터를 믿으려고 하지 않으셨고, 이 프로젝트를 계속하는데 있어서 매우 회의적이셨습니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설득하는 과정 중 매우 결정적이었던 결과 하나로 인하여 교수님의 태도는 180도로 변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아주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셨습니다. 논문이 나온 뒤, 교수님께서 다른 분께 제 논문을 소개하면서 보내신 메일 끝자락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운이 좋았던 부분은 내가 세진이한테 이 프로젝트를 그만했으면 하고 권했는데 그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라 말씀하셨는데, 이 한마디로 지난 긴 설득의 과정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현재 제가 Post-doc 으로 연구하고 있는 조지아주 애틀란타 에모리 대학교 "Department of Microbiology and Immunology / Emory Vaccine Center"의 Dr. Rafi Ahmed 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에모리 대학교는 의과 대학이 유명하며, Winship Cancer Institute, Yerkes Primate Center 뿐만 아니라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과 함께 위치하여, 기초 연구와 임상 연구 간의 활발한 공동 연구가 진행되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르침을 받고 있는 Dr. Ahmed 교수님은 Emory Vaccine Center 센터장이시며, 지난 수십년간 면역 기억 세포 및 exhausted T 세포에 대해 많은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셨습니다. 실험실은 16명의 포닥을 포함하여 20여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우스 실험에서부터 임상 실험까지 각자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저를 이 길로 인도한 것은 "병원 24시"라는 TV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밤12시에 시작하던 프로그램으로 기억하는데, 우연히도(?) 녹화해두었던 EBS 교육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TV를 켰던 시간과 겹쳐서 종종 보곤하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많은 여러 희귀 질병으로 인해 고생하던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보게 되었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연스레 이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직접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연구들이 조금씩 모여서 질병 치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신다면
실험실 후배들에게도 자주 했던 이야기인데, 기존 논문을 너무 믿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저만의 국한된 경험일 수 있겠지만, 대학원 과정 동안 스스로에게 아쉬웠던 부분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말도 안되는 이론들을 생각하곤 했던 신입생 때와 달리,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더욱 기존 보고에 얽매어서 생각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엉뚱한 생각을 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발표된 논문이라는 것은 제한된 조건에서 수행한 실험을 토대로 자연현상을 가장 그럴듯하게 설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조건이 달라질 경우, 또는 새로운 발견 등으로 인하여 해석이 달라질 경우, 기존의 설명은 잘못된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좋은 저널에 실린 논문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다르게 해석할만한 여지는 없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새롭게 LCMV라는 모델을 접하면서 기존의 타성에 대해서 벗어나 다시금 신입생의 기분으로 편견없이 생각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마우스 종양 모델에서도 줄기 세포의 특징을 가진 세포군을 발견하여 눈문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폐암 환자 샘플을 이용하여 exhausted CD8 T 세포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또한 줄기 세포의 특징을 가진 세포군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유지되며, 어떠한 방식으로 이들의 증폭을 유도하여 항바이러스 효과 및 항암 효과를 유도할 수 있을지 후속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계속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고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졸업할 무렵 면역학 분야의 주요 흐름은 특정 세포군에서 많이 발현하는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를 규명하고, 그 전사인자를 결핍하는 방법을 통하여 역할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졸업 논문 발표를 마치고, 지도 교수님이셨던 성영철 교수님께서 따로 마련해주신 자리에서, "단 하나의 전사인자만 전문적으로 알고, 그것이 모든 것을 조절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시각보다는, 보다 큰 그림에서 면역 체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야한다"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포닥 과정 내내 그 말씀을 염두해두고 실험하고자 하였고, 그 말씀이 마중물이 되어, 이 논문이 나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성영철 교수님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늦은 나이까지 공부한다는 핑계로 효도는 커녕 신세만 지는 아들/사위임에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주말에도 아빠는 학교 간다며 투덜거리지만 그럼에도 아빠를 많이 사랑해주는 준성, 해성이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남편을 위해서 한국에 있는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머나먼 타지 땅에서 두 아들과 남편의 뒷바라지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정말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로 맺음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