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의 생장점 (shoot apical meristems)은 뿌리를 제외한 식물의 모든 조직과 기관의 생장발달을 조절하는 미분화 줄기세포로 되어있습니다. 생장점의 조절은 여러 식물 호르몬과 다양한 인자에 의해 조절되지만, 여기서는 작은 단백질 신호전달과정만 소개하자고 합니다. 생장점 꼭지에서 분비되는 펩티드 (peptide)단백질인 CLAVATA3 (CLV3)의 신호전달 과정은 생장점 꼭지 바로 아래에서 생장점의 분화를 활성 시키는 WUSCHEL (WUS)이라는 전사인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WUS은 다시 CLV3의 발현을 촉진하는 역 피드백 (negative feedback) 작용에 의하여 항상성 (homeostasis)이 유지되고 있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이것은 미분화 줄기세포인 생장점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만 설명하고 있었고, 몇몇의 학자들은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기관 시원체 (organ primordia) 또한 생장점의 조절에 관여할 것이라고 가설하였습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바로 이 가설을 증명하는 또 다른 CLV3 유사 단백질 신호 물질 (ZmFCP1)이 분화된 세포에서 분비되고, 이것을 인지하여 생장점 활성을 조절하는 수용체 (FEA3, receptor)를 발견한 것입니다. 식물 생장점은 최종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끝을 내기에 원예/농업작물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분야입니다. 본 연구는 옥수수에서 이루어졌고, 생장점의 활성 조절을 통한 옥수수 생산성의 증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생장점의 조절 기작은 기초적인 신호전달 과정이라 다른 작물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콜드스프링하버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CSHL)는 미국 동부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자리잡고 있는 연구소입니다. 125년 전 생물학 교사/교수의 교육을 위하여 설립되었다가, 지금은 현대 분자생물학의 주요 연구소가 되었습니다. CSHL 연구소는 DNA의 구조를 밝힌 제임스 왓슨 (James Watson)이 화석처럼 살아 계시며, 지금은 epigenetics쪽에서 더 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전위인자 (transposon)를 처음으로 옥수수에서 발견한 바바라 메클린턱 (Barbara McClintock)의 발자취가 아직 살아 움직이는 현대 분자생물학의 요람으로 동식물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과학연구는 기본적으로는 자연현상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호기심 만족과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좀더 인류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응용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저는 식물의 생장점의 조절을 위한 신호전달을 연구하고 이것을 잘 이용하면 식물의 생산성을 증가 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중점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포간 신호전달은 다세포 고등분화 생명체에서는 필수적이며, 체계가 아주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수 억년 진화의 과정을 거친 노하우의 결정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분화가 더욱더 심화 되어가고 있고, 이것은 고등분화 생명체와도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전자기기의 발전으로 현재 널리 알려진 SNS (social network service: 사회관계망 구축 서비스)는 동/식물의 신호전달 체계와 유사한 성격을 보입니다. 분자생물학에서 밝혀진 신호전달체계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사회과학적 의사소통현상과 비교, 분석, 응용하는 것도 재미있는 연구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자들의 직업병인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아도 항상 원인과 결과를 찾는 습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TV 프로그램 중에서 오디션 프로를 즐겨 보았는데, 심사관들이 좋아하는 참가자들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첫째, 밝고 명랑하며 구김이 없는 긍정적 성격입니다. 둘째, 진솔하고 진지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입니다. 셋째, 심사관들의 조언에 성실히 노력하여 개선하려는 자세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세가지 중에서 하나만 갖추어도 심사관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해당 오디션의 목적에 맞는 재능이 없어 보이는데도, 위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참가자는 계속 다음 단계로 발탁되고,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갖춘 참가자들은 단지 심사관들만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시청자들도 그들을 계속 보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연구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긍정적 마음과 자신감으로 꾸준히 연구한다면 결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벼에서 식물 호르몬 브라시노스테로이드 (Brassinosteroids)의 신호전달과 관련한 벼의 생장발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기연수 과정 중에 옥수수의 생장점 조절 연구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박사과정과 포스닥 과정에서 경험한 주요 작물에서의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작물에서 단백질 신호전달 메커니즘과 관련된 생장발달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를 처음 시작한 이영경 박사님께 깊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포스닥 지도교수 CSHL의 Dave Jackson의 배려에도 감사 드립니다.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경상대학교 생화학과 분자생물학과 교수님들과, 박사후기 연수를 지원해 주신 차세대 바이오 그린 21사업 SSAC 사업단에게도 더불어 감사 드립니다. 못난 제자가 잘 되기를 항상 걱정해 주시는 한창덕 교수님께도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