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후성유전학 (Epigenetics)입니다. 후성유전학은 유전학 (genetics)와는 달리, 유전자 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되는 기전에 대한 연구입니다. 따라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 아닌 대부분의 후천적 질환들의 발병기전 및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후성유전학을 이용하여 풀어가려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후성유전학 연구는 주로 histone modification, DNA methylation 등에 의한 유전자 발현 조절 기전 자체에 관한 연구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 들어서는 후성유전 변형을 일으키는 외부 환경 및 그에 따른 신호전달 기전 등의 상위 기전을 포함하는 거시적인 연구가 각광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번 논문 또한 에너지에 의해 활성화 되는 신호전달물질인 S6K가 histone H2B를 phosphorylation시키는 후성유전학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힌 것입니다. 특히 H2B phosphorylation이 histone의 다른 위치에 또 다른 후성유전 변형 (H3K27 trimethylation)을 유발하는 histone crosstalk 현상을 발견하였는데, 이러한 후성유전 변형끼리의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점차 많이 진행되고 있고, 그에 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본 공동연구가 이루어진 바르셀로나의 George Thomas 박사님과 Sara C. Kozma 박사님은 모두 S6K 신호전달체계의 초기 이론을 확립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대가이십니다. 하지만 이전의 S6K 연구는 대부분이 세포질에서 단백질 생성 과정에서의 역할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후성유전학에 S6K를 접목시킨 저희의 아이디어를 매우 흥미로워하시며 실험 기술과 마우스를 제공해주거나 다른 세계적 대가 분들과 토론할 수 있는 다리를 놔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러한 공동연구 과정 중에 바르셀로나와 한국이 시차가 8시간이어서 연락을 취하는 데에 원활하지 않은 점이 있었지만,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며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공동연구 중에 George 박사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여 세미나도 해주시고, 그 후에 저희를 바르셀로나에 초대하셔서 그 연구실의 구성원들과 만남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이번 연구 논문은 학계에 몸담은 연구원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 고마운 논문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저는 석사 입학 때부터 박사 졸업을 한 지금까지 쭉 성균관대 약학대학의 한정환 교수님 실험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은 2010년부터 한국연구재단 기초의과학연구센터 (MRC) 사업의 지원을 받아 ‘에피지놈 제어 연구센터 (RCER)’로 지정되어 후성유전학을 통한 질병제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에피지놈 제어 연구센터로 지정하기 훨씬 이전인, 후성유전학이 대두된 1990년대 초부터 저희 랩에서는 후성유전학 연구를 계속해왔으며,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성유전학 연구의 영역을 넓혀, 신호전달체계와 후성유전학의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으며, 저의 연구 성과 또한 그 산물입니다. 또한 저희 랩은 교수님에서부터 갓 입학한 석사 학위생들까지, 구성원들 모두가 서로 자유롭게 아이디어와 실험 기술을 공유하면서 다 함께 각자의 연구를 발전시켜주며 앞으로 나아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연구를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좋은 성과를 내기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또한, 제 논문이 Molecular Cell지에 최종 accept 되었을 때에는 교수님과 실험실 동료들이 저에게 깜짝 파티를 해주며 축하해 줄 정도로 가족같이 서로를 아껴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입니다. 이런 좋은 분위기 덕택에, 긴 연구 과정이 힘들어도 격려와 위로를 받고 힘을 내어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를 뒤이어 저희 랩에서는 S6K의 후성유전학적 역할을 이용하여 다양한 질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계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들을 통해 앞으로 제 후배들이 한빛사에 이름을 올릴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연구를 한다는 것이 사실은 쉽지 않은 길입니다. 수없이 실패해 보기도 하고 내 예상과 다른 결과에 실망해 보기도 하면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혀야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어려운 길입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연구를 시작했는지 초심을 되돌아보고, 내 연구가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일종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연구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만들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쓰디쓴 노력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성취감과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달콤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좋은 논문을 내기는 힘들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구원들은 매우 능력도 뛰어나고 끈기도 강합니다. 결코 해외 연구진들에 비해서도 뒤쳐지지 않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연구원들의 재능이 외국으로 많이 유출되는 현상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언젠가 국제 무대와 우리나라 내의 연구 환경의 차이가 적어지고 위화감이 없어지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과정 중에 아주 작지만 기여를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또 뿌듯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저도 이제 막 박사학위를 딴 신생아 연구원이라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학위과정 중이거나 연구를 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느끼는 어려움은 저도 많이 느껴 보았습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자꾸만 의문이 들고, 자주 무기력증과 만성 피로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실험 재현율이 낮을 경우 내 가설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열심히 쓴 논문은 계속 리젝당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연구원 분들 또는 연구원 지망생(?) 분들께 충분히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파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어려운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많이 실패하고 먼 길을 돌아가게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고 아무도 몰랐던 것을 발견하는 위대한 일을 하고 있으니 본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 어려운 과정조차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결국 길은 만들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논문을 게재했다고 해서 그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연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입니다. 이번 논문을 시작으로, 저는 앞으로 외부 환경 자극에서부터 체내 신호전달체계를 거쳐 분자적인 유전자 조절 기전에 이르는, 후성유전학의 커다란 지도를 그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후성유전학을 이용해서 후천적인 질병들의 근원을 파헤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우선, 항상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한정환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단 말씀 다시금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파이펫 잡는 법조차 몰랐던 학생이 한빛사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학계에 계시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선배 분들과, 끊임없이 피드백 해주시며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다른 교수님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저의 힘이 되어준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 연구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제가 그 은덕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주어야 하겠지요. 마지막으로 항상 저를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 저를 믿어주고 격려해주어서 너무 고맙고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