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많은 표적항암제의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대부분의 암환자는 항암제 치료 중에 거의 예외 없이 항암제 내성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환자의 생존기간 개선은 제한적입니다. 저는 BRAF V600E mutation이 있는 melanoma cell이 BRAF inhibitor (vemurafenib, PLX4032)에 대해 내성을 획득하는 기전에 관심이 있었는데, 특히 뚜렷한 추가 genetic alteration (mutation, rearrangement 등)이 없는 환자도 어떻게 내성이 발생할 수 있는지 밝히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Hippo-YAP/TAZ pathway가 항암제 내성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들을 접하게 되었고, BRAF inhibitor resistance와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저는 in vitro상에서 PLX4032 resistant melanoma cell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세포 모양과 actin cytoskeleton 구조가 dramatic하게 변함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연구들을 통해 actin cytoskeleton의 structure와 dynamics는 YAP/TAZ 활성의 중요한 regulator임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finding을 바탕으로, 저는 BRAF inhibitor 처리 시 발생하는 actin cytoskeleton remodeling이 YAP/TAZ 활성화를 촉진하고, YAP/TAZ 활성화가 BRAF inhibitor resistance을 유발하는 일련의 과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기전이 다른 cytotoxic 혹은 targeted cancer drug resistance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Cancer cell은 외부로부터 꾸준히 ECM stiffness와 같은 mechanical stimuli를 받으며, 내부의 actin cytoskeleton 변화를 통해 stimuli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를 포함한 최근의 연구들을 통해, cancer cell이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physical property를 만들어내며, 이런 특성이 (hallmark) 암세포의 survival, metastasis, drug resistance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암세포의 새로운 hallmark를 찾아내고 이를 타겟으로 항암제를 개발하는데 기여해서, 고통 받는 암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김준 교수님 지도하에 종양 분자세포생물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로 일하며 종양내과 세부 분과 전공의를 하였고, 암 연구를 이어가고 싶어서 현재 군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의생명과학을 연구하려는 많은 의사들과 의과학학제 전공 대학원생들이, 이제 10주년을 맞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모여 열심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병원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훌륭한 교수님들과 좋은 연구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처음에는 마냥 좋았던 대학원 생활도 본격적으로 연구에 뛰어들고 나니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장 힘이 되어 준 것은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과 교수님, 동료들의 도움이었고, 한편으로는 제가 만났던 많은 환자들의 절박한 마음들이었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위암 말기로 콧줄을 달고 누워 있거나, 담배를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폐암에 걸리거나, 운동 선수가 되려고 준비하다가 육종에 걸린, 많은 환자분들이 기억납니다. 이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 그리고 어떻게든 헤쳐나갔으면 좋겠다는 굳은 결심이 결국 지금 연구를 이어나가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어떤 순간에는, 이 모든 것들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제 안의 어떤 진지한 필요와 흥미에 따라, 저도 모르게 가치 있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순간들이 있었고, 이런 순간들이 쌓여 이 논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기초 생명과학 연구자로서 저의 경험은 매우 짧습니다. 하지만 병원 생활과 비교해서 한가지 확실하게 느낀 점은, 기초 과학 연구자는 하나를 생각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가장 큰 미덕은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똑같은 표준치료를 (Standard Care)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대학원의 방식은 한마디로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but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힘들지만 남들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하는 생각과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단순하게 칠판에 나가 문제만 풀어서 되는 것은 아니고- 무엇이 정말 풀만한 문제인지를 인식하고, 어떻게 풀지 기획하고 진행하며, 마지막으로는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해가는 종합적인 과정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도교수님께서는 매일 이제는 정말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과학을 해보라고 말씀하십니다. 부족하지만 지금까지의 공부를 토대로 actin cytoskeleton architecture가 YAP/TAZ의 localization과 transcriptional activity를 조절하는 분자적 기전을 명확히 밝히고 싶습니다. 또한 Hippo-YAP/TAZ pathway가 cancer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자적 기전으로 YAP/TAZ pathway가 활성화 될 수 있는지는 많은 암종에서 아직 미지의 상태로 남아 있는데, 이 문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가지고, 임상과 기초를 넘나들며 새로운 perspective를 줄 수 있는 근원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진정한 행복은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문을 쓰면서 김준 지도교수님, 그리고 동료들과 같이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간 그 모든 과정들이 최고로 즐거운 값진 경험들이었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험이라고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대학원에 들어왔던 저를 가르쳐 주신 모든 의과학대학원 교수님들, Hippo-YAP/TAZ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수업해주시고 많은 조언 주신 임대식 교수님, siRNA library screening 장비를 쓸 수 있게 해주신 김미영 교수님, 세브란스 병원에서 일하면서 만났던 많은 환자분들과 교수님들께 감사합니다. 또한 저희 부모님, 장인 장모님, 가족 모두, 그리고 특히 저의 부족함을 모두 채워주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