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포도당과 지질은 에너지대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대사는 매우 긴밀하게 조절되어야 합니다. 포도당/지질 대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세포와 개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잘못된 포도당/지질 대사가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과 같은 노화 관련 질병들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을 비롯한 몇몇 연구에서 과량의 포도당이 꼬마선충(C. elegans)의 수명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들에서 FOXO, AMPK, glyoxalase 등이 포도당에 의한 수명감소에 관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번 저의 논문에서는 과량의 포도당이 주어진 조건에서 포도당이 지질로 저장되는 대사의 흐름이 수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 결과는 포도당이 지질로 변환되는 과정이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포도당의 독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꼬마선충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쉽고 빠른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노화, 대사, 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동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CRISPR/Cas9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유전체 조작(genome editing) 기술의 발달로 꼬마선충을 이용한 유전학적 연구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고, 꼬마선충의 노화와 대사 연구에도 이 기술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꼬마선충을 통해 밝혀진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들이 다른 고등동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님의 노화분자유전학 실험실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꼬마선충을 이용해 노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 그 유전자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하고있는 포도당/지질 대사를 비롯하여 RNA 항상성, 미토콘드리아, 인슐린/IGF-1 신호전달, 면역, 저산소증(hypoxia), 단백질 간 상호작용 등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부분에 대해 폭넓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활발하게 논문으로 출판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에 논문으로 출판하게 된 내용은 제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 해왔던 일을 정리한 것입니다. 스크린을 위한 리포터를 확립하는 것 부터 스크린을 통해 찾은 유전자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기까지 신입생의 서툰 실력에 실수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수 없이 겪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두르지 않고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한 후에 일을 했으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많지만, 그런 경험들 덕분에 이 연구를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동연구를 통해 중요한 데이터를 많이 얻을 수 있었는데 같이 협력할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가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이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대학원생이라 노화연구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대학원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을 위해 제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노화라는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능이 저하되는 단순한 현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이 복합적으로 노화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슐린/IGF-1 수용체(daf-2)를 코딩하는 유전자 단 하나에 돌연변이가 생긴 꼬마선충의 수명이 두 배나 늘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하나의 돌연변이에 의해 대사, 면역, 스트레스 저항성 등 많은 생리학적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그 돌연변이가 오래사는 이유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노화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또 그만큼 우리가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노화연구를 위해서는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 폭넓게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덕분에 더 깊이있고 큰 범위의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를 하는 사람도 공동연구를 추진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여 본인의 연구에 적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하면서 수명조절에 관여할 가능성이 큰 새로운 유전자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유전자들이 있는데, 남은 학위과정 동안 그 유전자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새로운 매커니즘을 밝히고 가능하다면 논문으로 완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노화관련 질환들이 포도당/지질대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대사조절을 통해 이러한 질환들의 발생이나 증상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건강한 삶을 오래 지속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부족한 제가 이 연구를 마무리하고 논문을 출판할 수 있게 이끌어주신 이승재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와 이 일을 같이 한 정대은, 손희화 학생, 논문에 큰 도움을 주신 많은 공동연구자 분들, 모든 저희 실험실 구성원분들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오랜 친구 권혁준 박사와 항상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동생 주형이에게도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