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페니실린이 상용화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1943년부터 인류는 다양한 병원성 세균에 대한 공포심을 덜게 되었으나, 이에 대한 역효과로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한 세균을 구제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더 강력한 항세균제(or 항생제)를 개발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의 항생제 오∙남용과 세균에 대한 진단∙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최근 한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이 보건의료를 비롯한 다양한 농∙수∙축산 분야에서 높은 비율로 검출되고 있으며, 전세계 공중보건 및 농∙수∙축산 분야의 심각한 손실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항생제 내성 세균의 창궐에 대항하여 항생제 대체제로서 주목 받고 있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이하 파지)는 특정 세균만을 선택적으로 감염하는 바이러스로써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 (FDA)에서 식품첨가물로 승인된 시점과 맞춰 서구에서 학술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사실 20세기 초부터 동유럽 및 구소련에서 활발히 연구되어 왔지만), 2014년 미국 국립 알러지/감염병 연구소 (NIAID,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는 파지 요법 (bacteriophage therapy)를 '항생제 내성과 싸우기 위한 7대 무기'로 선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파지 요법은 항생제 오∙남용이 가장 심각한 수산양식 분야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다양한 수생동물의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질병 치료 및 발생 억제에 있어 성공적인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본 논문은 연어과 어류에서 절창병(Furunculosis)를 일으키는 Aeromonas salmonicida subsp. salmonicida라는 항생제 내성 세균에 대한 파지 요법의 효과 검정에 관련된 연구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연어과 어류는 타 어종과 다르게 회유를 통해 종족번식을 하기에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산 식품으로도 효용가치가 매우 높은 중요한 어종입니다. 양식 연어에서 절창병은 상품가치를 급격히 하락시키며 대량 폐사를 일으키기에 반드시 구제해야 할 질병 중에 하나이며, 원인균인 A. salmonicida는 최근 높은 항생제 내성률을 나타내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항생제 내성 A. salmonicida에 대한 다양한 파지 요법이 다른 연구자들을 통해 시도되었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보고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저는 한국에서 분리된 A. salmonicida를 특이적으로 감염하는 신규 파지 PAS-1을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감염된 무지개송어에 대한 파지 요법의 효과를 검정하였으며, 파지 요법이 절창병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생동물질병학 연구실에서의 박사학위 과정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수생동물질병학을 맡고 있는 (저의 은사이신) 박세창 교수의 연구실은 다양한 수생동물의 세균∙바이러스∙기생충성 질병에 대한 진단∙역학 및 방제∙치료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생동물의 특정 병원성 세균에 대한 파지 요법 개발과 관련된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새옹지마 (塞翁之馬)라는 말은 연구자에게 있어서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파지와 관련된 연구가 주변을 둘러보면 조금씩 보이지만, 본 연구를 시작할 2008년만 하더라도 파지와 관련된 연구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파지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질문하는 내용은 '다른 것도 할 것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사람들이 관심 없는 파지를 연구하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연구결과가 나올 시점이 되자 슈퍼박테리아의 등장과 더불어 파지 요법에 대한 관심도 역시 상승하였고, 운이 좋게도 연구결과를 좋은 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지도가 낮거나 중요해 보이지 않는 연구라도 어느 순간이 되면 쓸모 있는 연구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느낌을 믿고 행하세요^^.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유도 미사일(guided missile)처럼 특정 세균만 감염하여 사멸시킬 수 있는 파지를 이용한 파지 요법은 대중들에게 정말 매력적으로 보이며, 지금까지 개발된 항생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만능 무기'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파지 요법은 i)파지 자체의 좁은 숙주역(host range)과 ii)세균 자체의 파지방어 시스템(이 특성은 최근 CRISPR/Cas system이라는 '차세대 유전자 가위'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을 통한 숙주세균의 빠른 대(對) 파지 내성 획득으로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지 요법은 현재까지는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만능 항생제'가 아닌 단지 하나의 '가능한 대안'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파지 자체는 정말 매력적인 연구대상입니다. 파지는 생태계 내의 최초 생산자이자 분해자인 세균을 조절하는 주요 인자로써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에 파지의 형태 및 유전자적 다양성과 생태학적 역할을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파지 요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파지의 세균막 분해효소인 엔도리신 (endolysin)을 재조합 단백질로 대량 생산하여 효용성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핫이슈인 세균의 파지방어 시스템(CRISPR/Cas system)은 분자생물학적으로 활발히 연구되어 차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로써 엄청난 효용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파지와 관련된 연구는 정말 다양하며 밝혀진 부분은 아직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그에 비하여 파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는 전세계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며, 아직까지 많은 연구자의 활발한 진출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바이러스 특히 파지는 아직까지 다른 미생물에 비하여 생물자원으로써의 효용성을 연구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파지 자체나 파지 유래 유전자의 재조합 단백질도 국내 및 국제 특허로 인정이 되고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국내 자생생물의 확보 및 유용성을 발굴하는 미션을 지닌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추후 국내 자생 바이러스 및 파지를 발굴하여 이를 국가 고유의 생물자원으로 확립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바이러스도 중요한 생물자원으로 간주될 시점이 곧 도래하리라 확신하고 있으며,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에게 있어서 연구란 항상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얻게 해주는 좋은 친구였으며 지금도 그렇습니다. 학위과정 중 학교를 벗어나 해양과학기술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를 만나고, 인도양과 마이크로네시아 연구기지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제 자신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던 것도 모두 제가 진행하던 연구 덕분이었습니다. 본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조언과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신 해양과학기술원의 강도형 박사님을 비롯한 여러 박사님들께도 짧게나마 이 글을 통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