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뇌종양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 평균 생존기간이 15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암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안좋은 암으로 손꼽힙니다. 현재 뇌종양에 대한 표준 치료법은 수술과 temozolomide라는 항암제를 사용한 화학요법, 방사선 요법 정도인데 이들 치료법은 부작용이 큰 것에 비해서 치료의 효과는 평균 생존기간을 2.5달 정도 늘리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뇌종양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서 뇌종양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각 환자별 유전체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함으로써 기존 치료법들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부작용을 줄이며 뇌종양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표적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최근 TCGA 등의 대규모 뇌종양 유전체 연구들을 통해서 뇌종양 유전체의 기본적인 특성은 파악이 되었지만, 이들 연구들은 대부분 치료 전 종양에 국한되었고 유전체 특성과 임상적 특성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본 논문은 38명의 뇌종양 환자에 대한 치료 전 원발암과 치료 후 재발암 조직을 기부받아서 유전체를 분석하고 유전체 특성을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연관지어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담은 것입니다. 이 논문이 표지논문으로 선정되고 같은 호에 본 논문을 소개하는 논문 (Ramaswamy and Taylor, Cancer Cell, 2015)이 게재될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뇌종양 유전체 특성을 나열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유전체 특성과 임상적 특성의 연관성을 심도있게 관찰한 결과 환자를 실제로 치료하는데 있어서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재발시 뇌 안에서 종양의 해부학적 위치가 원발암에 비해 다르면 유전체 돌연변이 프로파일도 크게 다르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 재발암의 위치가 바뀐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추가로 실시해야만 정확한 표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두 번째는 현재 뇌종양 표준 치료법인 temozolomide를 사용한 화학요법에 의한 hypermutation이라는 부작용이 종양에 IDH1 유전자 돌연변이가 존재할 경우에만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 환자의 IDH1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가 temozolomide의 처방 및 사후 모니터링 여부를 결정하는데 참고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소속이고 본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사업단에서 일했습니다. 난치암사업단은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님이 단장을 맡고 있고 뇌종양을 위주로 다양한 난치암에 대한 임상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 암의 유전체 분석을 비롯하여, (2) 환자유래 암 세포에 대한 약물 스크리닝, (3) 환자유래 암 세포 이식 마우스를 사용한 약물 효능 테스트, (4) 항체 기반 약물 개발, (5) 환자 암 조직 샘플 및 관련 데이터의 수집 및 관리, (6) 암 발생 및 진행 메커니즘의 분자생물학적 규명 등의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전체 시퀀싱은 대부분 삼성서울병원 내 삼성유전체연구소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삼성서울병원과 외부의 다수의 연구자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 연구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저와 함께 유전체 분석 파이프라인 개발하고 데이터 분석해주신 이인희 박사님과 조희진 학생, 오랜 시간동안 샘플을 모아주시고 프로젝트를 전반적으로 지도해주신 남도현 선생님, 논문 작성 및 리비젼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피드백 주시고 직접 교정해주신 피터 선생님, 논문 작성 도와주시고 리비젼 과정에서 전략적인 조언 주신 이정우 선생님, 유전체 시퀀싱 관련 지원해주신 박웅양 선생님과 길리 선생님, 샘플 모아서 보내주신 박철기 선생님, 표지 그림 그려주신 김나리 선생님을 포함한 연구에 참여하신 모든 연구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데이터를 얻고 논문 작성하고 저널에 몇 차례 리뷰 받고 최종적으로 출판되는 데까지 보통 2-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 동안 슬럼프가 올 때도 있고 의욕을 잃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논문이 나오면 그 시간과 노력의 많은 부분을 보상 받는 느낌입니다. 특히 제 연구 결과가 추후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서 재현될 때의 만족감이 큰 것 같습니다. 제가 쏟은 시간과 노력이 새로운 지식의 창출로 연결이 되었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결과를 많이 내기보다는 뜸하더라도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요즘은 암 생물학을 비롯해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 프로젝트에서 유전체 분석을 빼놓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추세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유전체 분석을 할 때는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어야 하는데, 요즘 좋은 분석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있고 이런 프로그램들을 잘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연구를 하다보면 반드시 직접 데이터를 다루어야 하는 때가 생기는데 본인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못하면 이런 부분에서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요즘은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져서 분업식의 연구를 하는 것도 권장되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하는 사람과 공동으로 연구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소한 대학원 시절에는 직접 프로그래밍을 배워보길 권장합니다. 어떤 궁금한 문제가 있을 때, 내 전문 분야가 아니야 라고 하면서 미루는 것 보다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도구를 공부해서 내 손으로 직접 답을 얻고야 말겠다는 자세가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암 유전체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유전체 기반 암 진단의 실용화에 기여하고 싶고, 새로운 암 발생 및 진행 메커니즘을 찾아내서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면역 치료제에 대한 반응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체적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마지막으로 저에게 연구의 기본을 가르쳐주시고 늘 진정한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저의 박사 지도교수님이신 David Bartel과 항상 따뜻한 조건없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시는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