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
이 연구는 p53의 타겟유전자를 찾는 스크리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스크리닝 결과로 p53에 의하여 조절되어지는 여러 후보유전자들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후보 유전자들 중에 면역 글로불린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p53에 대해 높은 반응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유전자의 이름이 현재 논문에서 설명되어진 DD1α입니다. DD1α의 기능은 거의 알려져 있는 것이 없었지만, 유사 단백질들의 기능을 토대로 기능 분석을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이번 논문에서는 p53에 의하여DD1α가 사멸세포의 표면에 증가하고 이것이 포식세포(phagocyte)에 존재하는DD1α와 세포간 동종특이결합 (intercellular homophilic interaction)을 통하여 식균작용 (phagocytosis)을 매개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하루에도 10 억개 이상의 세포가 죽고 제거됩니다. 생체내 죽은 세포가 정상적으로 제거되지 않고 찌꺼기로 몸 속에 남아 있으면 이를 면역시스템이 인지하여 자가면역반응이 유도되고 염증반응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세포사멸과정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된 반면, 생체 내 죽은 세포가 어떤 제거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덜 진행되었습니다. DD1α를 유전적으로 제거한 실험쥐의 경우 실제로 생체내 죽은 세포 제거과정에 결함을 보였고, 면역기능 장애를 암시하는 여러 조직의 염증반응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팀은 기존의 p53의 기능으로 알려져 있는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기능 (pro-apoptotic pathway) 뿐만 아니라 세포사멸 후처리기능 (post-apoptotic pathway) 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2011년 면역세포인 T세포를 타겟으로 한 항암면역치료의 획기적인 치료 효과에 대한 학계의 보고들을 기점으로, 현재 암세포의 주변환경의 면역체계를 이용한 치료법 연구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 저희는 DD1α가 식균작용 매개와 함께 T 세포의 활성 억제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을 밝혔습니다. DD1α의 유사 단백질로는Programmed cell death 1 (PD-1) 이 있는데, PD-1에 대한 항체는 2014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항암 면역 치료약으로서 승인을 받아 이미 치료약으로 사용되어지고 있습니다. DD1α 도PD-1과 같이 중요한 단백질인 만큼 이번 논문을 통해 종양 면역학분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입니다. 항암 면역 치료약의 가능성을 가진 좋은 후보 유전자를 발굴하고 입증하는 연구가 최근 종양 면역학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현재까지는 세포표면에 발현되어진 단백질과 면역세포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면역세포의 활성 억제정도를 보는 것이 주요 연구 동향입니다. 그러나 면역 조절 단백질을 이용한 항암 면역에 관련된 연구는 매우 초기 단계이고, 암의 종류 혹은 암세포의 상황에 따른 단백질의 조절 기전은 거의 연구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향후, 이러한 기초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더욱더 효과적인 멀티타겟요법의 전략수립 및 항암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미국에서 박사후 연구원의 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기억은 Sam Lee 교수님을 만나서 일할 수 있었던 것과 매력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Sam Lee 교수님 실험실에서 좋은 연구자분들과 함께 논의하며 실험해 가는 과정 속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DD1α knockout마우스에서 비장이 5배정도 커져있는 것을 변상균박사님과 함께 실험 중에 관찰하고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때를 계기로 해서 면역관련 연구가 더욱 깊이있게 진행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거 같습니다. 3여년의 연구기간 중 2년차 정도 즈음에 다른 그룹에서 같은 knockout마우스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 그룹은 이미 항체를 이용하여 미국 유명 제약회사와 항암제 개발에 있었는데, 거의 비슷한 마우스 데이타를 가지고 있어서 마지막에 속도를 내느라 심리적으로 급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의 저의 학위 지도교수님이신 최의주 교수님께서 해주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으니,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자"는 말씀을 여러번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집중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그룹에서 먼저 마우스 phenotype에 대한 논문이 나오기는 했지만, 저널에서 저희 논문의 연구결과가 가지는 의미를 좋게 평가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박사후 연구원의 생활은 미국에서도 가끔은 주말까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아이와 함께 실험실에 들를 때가 있었는데, 제가 실험하는 동안 Sam Lee교수님께서 오피스에서 아이를 봐 주시거나 간식을 챙겨주셨습니다. 그만큼 자상하고 저의 연구에 늘 흥미로워하셨던 교수님 덕분에 더 효과적인 연구 진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의 피부생물학 연구 센터 (Cutaneous Biology Research Center, CBRC) Sam Lee교수님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MGH는 하바드 의대에 소속되어 있는 병원 중 하나이고 매우 훌륭한 연구 시설과 휴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CBRC는 전체 연구실들이 한 열린 공간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장비들을 공유합니다. 그런 환경 덕분에, 수십명의 포스닥과 여러 교수님들이 서로 질문하고 토의하는 것이 자유롭습니다. 특히, 저희 MGH나 주변의 Harvard medical school, MIT 에서는 과학계를 이끄는 교수님들의 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매우 좋습니다. 저희 department의 경우 매주 저명인사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하고 포스닥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는데, 10 명 미만의 사람들의 규모로 진행되어 논문이나 웹사이트에서만 보던 분들과 식사를 하며, 연구관련 및 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피부과는 피부암 등 피부에 대한 연구를 합니다. 그 중 최근 종양면역요법에 매우 효율적인 효과를 보인 피부흑색종 모델을 기반으로 종양면역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가끔은 몸이 힘이 들기도 하고 일이 안풀리기도 하지만 과학을 하는 이유는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가뭄에 콩이 나듯, 가끔씩 찾아오는 우연한 발견 그리고 세운 가설이 맞아 들어갈 때의 재미는 과학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사멸세포의 제거과정 및 면역내성에 대한 기초적 이해에 의미를 가지지만, 이 단백질은 자가면역질환과 항암치료와 같은 실제 질병치료의 표적 후보물질이 될 수 있어, 정말 인간 질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많이 부족한 부분이고 매번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의주 교수님께서 제가 미국에 포스닥을 나올 때 말씀해 주신 것인데, 과학을 할 때 만큼을 매우 적극적이어야한다는 내용입니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여러 면에 대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지도교수님과 대화를 자주 나눠야 하고, 막혀서 안 풀리는 실험이면 이런 저런 생각과 실험을 시도해보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느낀 부분은, 현대는 혼자한 연구결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대화하고 연구분야의 범위를 넓혀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질 높은 연구를 하는 바탕이 되는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우연한 계기로 입문하게 된 분야인 면역학은 제가 현재 면역학을 조금 공부해봤다고 말씀드리기도 부끄러울 정도이지만,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조절하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종양면역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DD1α 의 결합수용체를 발견하여 그 기능에 대한 후속 연구를 마무리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이 발견한 면역조절자들의 항암표적 후보물질로서 적합성 연구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러한 면역조절자들의 조절 기전에 대한 것은 많이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조절 메카니즘 혹은 신호전달과정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이런 저의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드립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부족한 저를 더 큰 안목과 시야를 가지고 이끌어주신 Sam Lee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Sam Lee교수님과 열띈 토론을 할 때 가장 즐거웠고 교수님의 열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넓은 마음과 푸근한 웃음으로 저를 대해주시고 과학자로서의 자세를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최의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같은 연구실에 함께 일하고 있는 변상균박사님, 황소영박사님, 이정현박사님, CBRC 식구들, 항상 제 연구에 흥미를 가지고 논의해 주셨던 박진모 교수님, 그리고 연구과정을 함께 해주신 Anna Mandinova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물심양면으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시부모님, 동생 경효 가족들, 진석이, 현진언니와 가족분들 그리고 남편 최원영박사와 아들 최현수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