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 실험실에서 저는 주로 세포막 융합 (membrane fusion)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정자와 난자의 융합, 신경세포체의 신호 전달, 세포소기관들의 형성과 구조 유지, 그리고 세포 내 물질 이동의 마지막 단계를 매개하는 세포막 융합은 세포의 생장에 필수적인 현상이며, 질병과도 많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endoplasmic reticulum (이하 ER)의 세포막 융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ER은 세포 내에서 지질과 단백질의 합성 및 칼슘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세포의 생장에 필수적인 기관입니다. 이 ER은 세포 내에서 그물망과 같은 독특한 구조를 띄고 있는데, 이 구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ER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며 이에 관여하는 reticulons나 DP1, 혹은 atlastin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유전성 강직성 하반신 마비 (Hereditary spastic paraplegia)'에 걸리게 됩니다.
최근, ER 막 융합을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로 atlastin/Sey1p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 졌습니다. Dynamin-like GTPase 인 atlastin/Sey1p는 GTP 결합 시 homo-dimer를 형성하며, GTP 가수분해에 의해 그 구조가 변하면서 ER 막 융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연구의 내용이 인공적인 proteo-liposome을 이용하여 content-mixing이 아닌 lipid-mixing을 측정했다는 점과, 정량적으로 ER 막융합을 측정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단점을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생체유래 소포체인 효모의 microsome을 이용하여 in vitro ER fusion assay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는 생체 유래 소포체이기 때문에, 어떠한 인공적인 조작이 없다는 것과, protein-fragment complementation assay를 기반으로 한 정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정확한 ER 막융합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이 실험 시스템을 이용하여 기존에 연구된 것처럼 ER 막융합에 atlastin/Sey1p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는 ER fusion에서 세포막 융합에 관여하는 SNARE 단백질의 관련성이 배제되었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ER 막융합에 SNARE 단백질이 필요하며, atlastin/Sey1p 에 의존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새롭게 밝혔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최근에 이름이 바뀐 저희 실험실 '세포수송 및 세포 소기관 기능연구실 (Cellular Logistics & Organelle Functions Laboratory)'는 광주 과학기술원 (GIST) 생명과학부에 소속되어 있으며 2009년 9월에 생겨난 이래 전영수 교수님의 지도 아래 저를 포함한 박사과정 학생 네 명과 석사과정 학생 세 명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주로 동물세포 배양시스템이나 효모를 모델로 하여 아래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1) Cell Biology: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연구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세포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의 이해를 돕고 치료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2) Cellular Logistics: 세포 내부와 외부, 또는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의 이동, 그리고 이와 관련된 조절 기전을 통틀어 cellular logistics라고 합니다. 세포질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본인의 역할을 하기 위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게 되는데, 만약 단백질이 만들어지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위치에 가지 않으면 마치 해당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야기되는 질병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cellular logistics는 이러한 단백질을 포함한 세포 내 물질의 이동을 연구함으로써 세포의 생성과 유지, 사멸 현상의 미스터리를 밝히고, 세포 내 물질이동의 결함에 의해 야기되는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학문입니다.
(3) Organelle Functions: 인간과 같은 다세포 생명체를 구성하는 진핵세포는 세포 내부에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소기관 (organelle)이 존재합니다. 세포소기관의 형태와 기능은 세포의 기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따라서 세포소기관의 결함은 중대한 질병으로 연결이 됩니다. 저희 연구실은 세포소기관의 다이내믹스, 형태 조절 및 기능 등을 연구하면서, 세포소기관이 어떻게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며, 세포의 생성, 유지 및 사멸에 관여하는지를 밝히고, 또한 세포소기관의 기능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을 밝혀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희 실험실에서는 기초 세포생물학 연구를 위한 모델 시스템으로 효모 (Saccharomyces cerevisiae)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효모를 사용하는 실험실이 저희 외에도 많이 있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효율적이고 장점이 많은 효모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이고 싶습니다. 효모를 사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데, 크게 몇 가지만 꼽자면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적다는 것, 세포생장속도가 빨라서 (약 90분) 실험을 준비하는 기간이 짧다는 것, 포유세포의 특징이 진화적으로 잘 보존돼있다는 것 등이 있습니다. 효모는 또한 농도구배를 준 후 원심분리를 통해 세포 소기관을 분리해낼 수 있습니다. 이런 효모의 특성 덕분에 이번 연구에서 in vitro microsome fusion assay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포단위의 연구를 하는 저희 실험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모델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효모의 특성을 살려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주제에 활용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하계나 동계 인턴들, 진학을 계획하며 실험을 배우는 연구원들, 그리고 일주일간의 대학원체험 활동을 하는 푸릇푸릇한 고등학생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다들 하나같이 대학원 생활에 대한 희망과 열의를 가지고 임하는 것을 보면, 문득 지치고 게을러진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도 5년 전에 대학원생으로 입학했을 때 뭐든지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에서도 앞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하면서 살아갈 충분한 지식을 제공해 줍니다.
하지만 대학교와 대학원의 큰 차이를 꼽자면, 얼마나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느냐 인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으로 대학생이 되어서도 기계적으로 수업을 듣고, 시험기간에 벼락치기 공부를 한 다음, 나중에 제대로 기억도 못하는 생활을 4년간 하다가 대학원에 왔을 때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대학원 생활이 녹록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번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제 자신이 단단해 지는걸 느꼈습니다. 남들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닌,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를 하고, 그 안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은 학생들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논문에서 ER의 막 융합을 정량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추가적으로 ER 막 융합에 관여하는 조절 단백질들의 기능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식상한 멘트지만… 2010년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흘러 교수님과 여러 실험실 동료들의 도움으로 두 번째 논문을 낸 게 믿기지 않습니다. 4년 동안 실험한 결과가 논문으로 나오지 않는다며 불평도 하고, 슬럼프라며 실험실에 소홀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 동안 저의 몇 배나 마음고생 하셨을 교수님을 생각하니 부끄러워 집니다. 앞으로 이 실험실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남아있는 시간 동안 계속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격려와 조언 아끼지 않으시는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