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먼저 이렇게 귀한 자리로 불러 주신 Bric 에 감사 드립니다. 제가 연구하는 생체막 융합 현상은 세포 안에서 단백질, 호르몬, 신경 전달 물질 같은 특정 물질이 세포 소기관 사이를 이동할 때 일어납니다. 특정 물질들을 담고 있는 소포체가 타겟 생체막에 융합이 되어 그 물질들이 방출이 되는 현상을 생체막 융합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생체막 융합 현상을 일으키는 가장 기본이 되는 단백질이 SNARE 단백질이 있습니다. 신경통신에 사용되는 SNARE 단백질에는 Syntaxin, SNAP25, VAMP2 가 있는데 이 들이 서로 꼬이면서 Coiled-coil 구조를 만들면서 생체막 융합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꼬인 단백질을, 다른 생체막 융합 현상에 재활용 할 수 있도록 SNARE 결합체를 풀어주어야 하며, 그러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NSF, 와 alpha-SNAP 입니다. 2013 년 노벨 수상자인 James Rothman 과 Randy Schekman (Yeast 에서 SNARE, NSF, alpha-SNAP homologue 를 발견) 에 의해 이 단백질들이 발견 되었지만, 발견 이후 30년이 지났음에도 NSF 가 SNARE 결합체를 어떻게 푸는지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장벽으로 인해 알려진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는 NSF 가 어떻게 SNARE 결합체를 푸는 지를 규명하기 위해, 저희 연구 이전에 연구실에서 직접 SNARE 단백질 연구에 적용 되었던 Single-molecule FRET, Single-vesicle fusion assay, Single-molecule indirect immunolabeling 기법, 단분자 힘 분광계인 자기집게법 등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단분자 생물물리 기법은 개개의 단분자 단백질 수준의 동역학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숨겨져 있던 단백질 중간 상태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 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기법을 NSF 에 적용시켜서 SNARE 결합체가 분해되는 동안의 SNARE 결합체의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시작하면서 SNARE 결합체의 분해를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가 하나 생각나서 적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SNARE 복합체 분해 연구에는 두 형광의 FRET, Dequenching 기법을 많이 이용했는데, 이 현상을 보려면 적어도 단백질 두 군데에 형광 물질을 달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기존의 고정관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단일 형광을 이용하여 SNARE 결합체 분해를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이 아이디어 덕분에 연구진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복잡한 연구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시스템을 단순화 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NSF 는 AAA+ ATPase (ATPase associated with various cellular activities) 이고 hexamer로이루어졌으며, 6개의 subdomain 들이 각각의 ATP 가수분해와 함께 subdomain 들 사이에서 협동 작용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실험을 진행하는데 실수를 하나 하게 되었는데요, ATP 와 Mg2+ 이온을 함께 넣어야 하는 조건에서 제가 ATP 를 넣지 않고, Mg2+ 이온만 넣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SNARE 결합체가 분해된 것처럼 결과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실험을 잘못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해석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이 결과를 버렸는데, 집으로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미 전 단계에서 ATP 를 넣어주었기 때문에, 만일 이 결과가 맞는다면, 이미 NSF 에 붙어있었던 ATP 만으로 SNARE 결합체가 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결국 One-round ATP 가수분해만으로 NSF 가 작동 될 수 있겠다는 가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정교하게 여러 가지 negative control 과 함께 이 실험을 진행을 함으로 확실한 One-round ATP 가수분해만으로 NSF 가 SNARE 복합체를 풀어낸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것이 이번 논문의 punch line 이 될 뿐만 아니라 Title 에도 One-round ATP turnover 로 강조 되었습니다. 실험의 실수가 펀치라인이 되어서 사이언스지에 실리게 한 것은 기적이며 신의 계시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과학자는 가설을 그럴 듯 하게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설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도 과학적으로 잘 해석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이언스지에 맨 처음 제출을 했을 때에는 리뷰까지 갔지만, 결국 reject이 되었고, reviewer 코멘트를 바탕으로 기존의 다른 모델을 세운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Spring-loaded model 을 증명함으로 스토리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이언스지에 다시 제출 했더니 단번 만에 accept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연구 결과를 한 눈에 보여주는 동영상 링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qTSYHtyHWE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저희 연구실은 카이스트 단분자 시스템 생물학 연구실로 현재 여러 가지 단분자 생물물리 기법으로 생체막 융합 현상, 암 관련 단백질의 상호작용 두 가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 교수님의 첫 제자인데,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던 연구실에서 결과가 나오고 이제 꽤 큰 연구실이 된 것을 보면 교수님과 연구실 구성원 모두의 수고가 컸음을 느낍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이번 논문은 제 인생 첫 논문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름 고생도 많이 하고 원하지 않았던 슬럼프의 시간도 대학원 생활 속에서 길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모든 일이 추억이 됨을 느낍니다. 그런 고생의 시간들이 그 때 당시에는 의미 없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 일들이 지금의 저의 연구에 가치관을 세우고 저를 더 성숙하게 만든 시간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절대 의미 없는 고생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고생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를 하다가 막혔을 때 해결책을 찾는 훈련뿐만 아니라 부족한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훈련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연구자로서 자기 연구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도 중요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던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도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느낍니다. 그 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되고 넘어지더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김을 느끼게 됩니다. 연구란 것은 보장된 길이 아닌 스스로가 개척하는 길을 걷기에 예상치 못하는 일로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무수한 도전 끝에 나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증명해 낼 때면 짜릿한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수한 도전을 즐기고 그 도전을 위해 고군 분투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연구란 것이 개척되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타인의 이야기에서 적용할 점을 선별해서 적용하고, 또 그러면서도 선례와 타인이 세운 도그마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실패한 실험에 대해서 한 번 정도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그 원인을 찾아내는 노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결과만 잘 나오면 되는 줄 알았지만, 지금에서는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연구 철학"임을 느낍니다. 즉 그런 철학을 줄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그런 것들이 공동 연구, 지도교수님과 후배를 대하는 태도,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나게 하거나 뭔가를 향해 도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런 철학들을 매일 성경을 묵상하면서 정리를 했습니다. 제 연구 생활 가운데서 일어나는 번민들과 실패, 도전을 그 날 그날 정리하려고 했었죠. 연구하면서 가설에 합당한 결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원치 않은 결과를 얻었을 때 낙심하지 않고, 원인을 규명하면서 새로운 가설을 세우거나 새로운 조건으로 실험을 진행시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실험의 결과는 다 과학법칙 안에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해석하고 새로운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테크닉 적으로는 단분자 생물물리 분야이면서 생물학적으로는 생체막 융합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10 년 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절정기를 누려왔고, 지금은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단분자 생물물리 분야는 물리학자들이 개발해 온 테크닉을 생물현상에 적용하는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기존 생물학 테크닉들이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해결하거나, 생물학 연구를 위한 새로운 테크닉을 개발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나 기술 개발이 빨라서 본래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것들이 확확 바뀌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또한 생물학과 물리학을 넘나 들고 있는 융합 분야로서 타인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대화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자기연구를 PR 할 줄 아는 것이 융합 연구의 기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체막 융합 현상 연구에 대한 앞으로의 길은 기존에 여러 가지 학설이 난무하고 있는 가설들에 대한 종지부를 찍어주는 연구와, 기존에 생물학적인 툴들이 없음으로 규명하지 못한 현상들을 새로운 툴로 규명하는 일 두 가지의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도 역시 이 두 가지 패러다임에서 연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의 연구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구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며 다양한 실험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고, 후자에서는 새로운 테크닉의 장점을 파악하여 정말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지금은 NSF 후속작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 논문으로 큰 그림을 규명했다면 이번 논문에서는 디테일한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먼저 이 연구를 잘 지도해주신 지도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 좋은 안목으로 전적으로 밀어주셨음에 대해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희 교수님과 포스닥 때부터 함께 하게 되었는데 제가 첫 제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자랑스러운 제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연구 때문에 많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는데 마음을 함께 해주었던 아내에게 감사 드립니다. 아내의 눈물과 사랑이 제가 힘들 때 저를 인내하게 했고, 이 논문을 쓰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저를 키워주시고 기도로 아픔과 슬픔, 기쁨을 함께 해주셨던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부모님의 기도였던 학문의 꿈이 한 계단 더 올라왔음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욱 부모님의 기쁨이 되고 싶습니다. 저를 여러 가지로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장인 장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더 멋진 사위가 되어 효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좋은 인생의 멘토 이셨던 지원호 목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바닥 치면서 힘들어 할 때 목사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저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함께 저를 위로해주시며 기도해주신 저희 형과 형수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와 오랜 기간 대학원 삶을 함께 해왔던 주형이와 재호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또한 저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눠왔던 주임재 교회 성도님들과 SRM 지체들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저희가 이 논문을 썼더니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은 저만의 노력이 아닌 저와함께 해주었던 분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믿습니다. Magnetic tweezers 실험으로 깔끔하고 좋은 결과 내 주시고 함께 논문 쓰신 두영이 형께 감사 드립니다. 형 덕분에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실험을 잘 가르쳐주셨던 김호민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 교수님 덕분에 학문의 꿈을 새롭게 꿀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함께 연구에 참여해주었던 김수진 선생님, 현창봉 교수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NSF 단백질을 다루는 시스템을 전수해주셨던 Reinhard Jahn 교수님과 박용수 박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덕분에 연구의 재미를 더욱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항상 신뢰해주고, 저와 희로애락을 같이 느끼며 언제나 성심 성의껏 연구를 서포트 해주었던 상현이에게 감사 드립니다. 상현이가 있어서 기쁨은 배가 되고, 좌절은 반으로 줄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실에 들어오기 전, 제가 포스닥 이셨던 교수님을 컨택했을 때, 방문 연구원으로 일리노이 주립대학과 실험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주셨던 하택집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SNARE 시스템을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 주셨던 신연균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저희 연구실 모든 구성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연구를 인도해주시고 고난과 기쁨 속에서 저와 함께 하셨으며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