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현상들에 관여하는 일꾼으로, 그 양은 곧 각 단백질이 가지는 기능의 영향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백질은 mRNA의 transcription 조절이나 ribosomal machinery의 조절을 통해 합성되는 양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분해가 진행되며 도달하는 단백질 합성과 분해의 평형 상태에 의해서도 단백질의 양이 조절되고 있습니다. 곧 단백질의 분해는 그 단백질의 half-life를 결정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핵 세포에서 대부분의 단백질들은 ubiquitin-proteasome system에 의해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질 단백질은 76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유비퀴틴과 E1, E2, E3 enzyme의 연속적인 반응으로 polyubiquitylation되고, 이를 인지하는 proteasome complex에 의해 분해됩니다. E1, E2, E3 중 기질 단백질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효소는 ubiquitin ligase인 E3입니다. 세포 내에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 E3는 각각 단백질의 특정 부위를 인지하여 기질 단백질의 polyubiquitylation을 매개합니다. 다시 말해, 단백질의 분해는 특정한 경향성을 가지고 일어나며, 이러한 과정은 세포 내에서 긴밀하고 정교하게 조절되고 있습니다.
N-end rule pathway는 이러한 경향성 중 기질 단백질의 N-말단을 특정하게 인지하여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으로, 분명한 규칙성을 보이고 기질 단백질의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질 단백질의 N-말단은 하나의 분해 신호 (N-degron)가 되고, 이를 신호 수용체 (N-recognin)인 E3 ubquitin ligase가 인지하면서 polyubiquitylation을 통해 기질 단백질이 분해됩니다. N-end rule pathway는 단백질 N-말단의 특정 아미노산 잔기들을 분해신호 (Arg/N-degron)로 인지하는 Arg/N-end rule pathway와 N-말단의 acetylation을 분해신호 (Ac/N-degron)로 인지하는 Ac/N-end rule pathway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S. cerevisiae에서는 E3 ubiquitin ligase들 중 Arg/N-end rule pathway의 신호 수용체 (Arg/N-recognin)로 Ubr1이, Ac/N-end rule pathway의 신호 수용체 (Ac/N-recognin)로는 Doa10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Arg/N-end rule pathway와 달리 Ac/N-end rule pathway는 2010년에 S. cerevisiae에서 처음 발견되어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mammalian system에서 연구가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일부 고혈압 환자들에서만 보이는 돌연변이 Rgs2들이 정상의 단백질보다 세포 내에 상당히 적은 양으로 존재함을 보고한 선행 연구 결과에 주목하였습니다. Rgs2는 G-protein들 중 활성화된 Gαq에 결합된 GTP의 hydrolysis를 촉진하여 G-protein signaling을 차단하는 단백질입니다. G-protein signaling의 차단은 norepinephrine이나 angiotensin II와 같은 vasoconstrictor의 생성을 억제하여 혈관 이완에 따른 혈압 강하를 야기하기 때문에 Rgs2는 혈압 조절과 관련하여 중요한 단백질로 현재도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Rgs2의 기능이 망가진 쥐나 사람에게서 고혈압 증상이 보고되어 Rgs2 단백질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선행 연구에서는 Rgs2의 두 번째 아미노산 잔기인 glutamine (MQ-Rgs2)이 leucine (ML-Rgs2)이나 arginine (MR-Rgs2)로 치환되면 MQ-Rgs2에 비해 세포 내 Rgs2의 양이 줄어들며, 특히 ML-Rgs2는 MR-Rgs2보다 상당히 그 양이 적고, 이러한 현상이 단백질 분해 정도의 차이라는 것을 밝혔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설명하지 못하였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미 단백질 합성 개시 아미노산인 methionine 다음에 위치하는 두 번째 잔기가 leucine, phenylalanine, tryptophan, tyrosine, isoleucine과 같은 소수성의 긴 side chain을 갖는 아미노산인 단백질들 (MΦ-단백질들)이 N-말단의 acetylation 여부에 따라 Ac/N-end rule pathway와 Arg/N-end rule pathway에 의해 특정하게 분해가 진행됨을 S. cerevisiae에서 발견하여 2013년에 Cell 지에 보고한 바가 있습니다. MΦ-단백질들은 S. cerevisiae의 세포 내에서 N-말단 acetylation된 형태와 그렇지 않은 형태가 혼재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단백질은 두 N-end rule pathway 모두에 의해 분해가 될 수 있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분해됩니다.
저희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서 보고된 ML-Rgs2의 빠른 분해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일어날 것이라 가정하고, S. cerevisiae에서 ML-Rgs2가 두 N-end rule pathway 모두에 의해 분해됨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mammalian system에서도 Ac/N-end rule pathway가 존재하며, 그 Ac/N-recognin이 S. cerevisiae의 Doa10과 유사한 Teb4일 것으로 가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저희의 가정대로 Doa10과 비슷하게 ER membrane에 존재하는 Teb4가 E3 ubiqutin ligase이자 Ac/N-recognin으로써 Rgs2의 N-말단 acetylation을 특정하게 인지하여 polyubiquitylation을 통해 Rgs2의 분해를 유도하는 것을 밝혀 내고, ML-Rgs2는 S. cerevisiae에서의 연구 결과와 동일하게 mammalian cell에서도 Arg/N-end rule pathway와 Ac/N-end rule pathway 모두에 의해 분해됨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Teb4의 knockdown으로 인한 Rgs2의 증가는 carbachol 처리로 활성화된 Gαq에 의한 Erk1/2의 phosphorylation을 감소시켜, Teb4에 의한 Rgs2의 분해 조절로 G-protein signaling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Rgs2는 앞서 말했듯이 혈압 조절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번 논문을 통해 혈압 이상에 따른 여러 심혈관 질환의 원인 규명과 그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human cell에서 90% 이상의 단백질들에 post-translational 혹은 co-translational하게 일어나는 N-말단 acetylation을 인지하여 분해하는 Ac/N-end rule pathway의 존재를 밝혀, mammalian system에서 단백질 분해 조절에 의한 생명 현상의 이해를 확장하고 다른 여러 질병들의 치료에 대한 새로운 대안의 근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포스텍 (POSTECH) 생명과학과의 단백질 다이나믹스 및 신호조절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황철상 교수님의 지도 하에 ubiquitin-proteasome system에서 N-end rule pathway에 의한 단백질의 분해 조절과 그에 따른 생명 현상의 조절에 대해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 저희 교수님께서 Ac/N-end rule pathway를 처음 발견하시고 그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그 밖에도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조절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단백질의 분해는 단백질 양의 감소로 이어지는 단순한 선형 관계이지만, 분해되는 기질 단백질에 따라 다양한 생명 현상을 야기하고 분해 조절 메커니즘 역시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저희 연구실에서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단백질과 그 분해 조절에 따라 필요한 여러 실험 방법들을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도입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백질 분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와 실험 수행을 통해 생명 현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해가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연구가 가능한 연구실입니다.
지도교수이신 황철상 교수님께서도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연구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시면서 실험에 대한 지원과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시기 때문에, 연구실 구성원들 모두가 방향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채로운 연구 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구성원 각각의 잠재성 발전에 중점을 두는 교육 방식과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가능한 실험실 세미나는 저희 연구실의 또 다른 강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다른 사람에 비해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거나 조언을 듣지 않고 저만의 논리와 고집으로 혼자서만 연구를 하려 하였습니다. 덕분에 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실험 경험도 상당히 축적되어 지금의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황철상 교수님 연구실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가장 크게 느끼고 후회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과 적극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학위 과정 때는 지도교수님과 제 연구에 대해 자세히 논의하는 것이 너무 무섭고 어려워서 매번 피하였지만, 이 곳에서 황철상 교수님과 계속 논의하고 조언을 받은 것이 제가 더 나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엄청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본인의 연구에 대한 분명한 논리와 그와 관련된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교수님과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도움이 되려 해도 소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해 가장 열성을 가지고 임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항상 귀를 열고,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이 분야에 입문하여 실제 연구를 수행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단백질 분해 자체에 대한 메커니즘도 너무 복잡하고, 분해되는 기질 단백질에 따라 공부해야 하는 생명 현상도 각기 달라 특별한 경계 없이 다양한 공부와 실험 수행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노력하며 많은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면서, 오히려 제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와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였다 생각합니다.
이 분야의 다른 특징은 단백질 분해의 미묘한 차이를 정교하게 보여주고 그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위해 주로 생화학과 관련된 실험을 많이 수행해, 그 결과가 결코 시각적으로 화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메커니즘을 단순한 예측이나 가정이 아닌 실제 측면에서 정확하게 밝혀낸다는 것이 이 분야의 최고 장점이자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떤 분야든 그만의 재미와 중요성이 있고, 힘들고 어렵더라도 본인이 공부하고 노력한 만큼 그 결실이 본인에게 꼭 되돌아 온다는 것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희 연구실에서 2013년에 보고한 MΦ-단백질들의 분해는 합성의 시작인 methionine 역시 N-degron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Arg/N-end rule pathway의 Arg/N-degron은 실제 세포 내에서 non-processive protease (caspase, secretase 등)들에 의해 단백질 내부의 특정 잔기가 N-말단에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c/N-end rule pathway의 Ac/N-degron이 단백질이 합성되자마자 일어나는 N-말단 acetylation인 것처럼 단백질의 합성과 거의 동시에 Arg/N-degron을 생성하는 어떤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연구에 대해 저희 교수님과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현재는 이 메커니즘의 존재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실험들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체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끝을 볼 때까지 함께 해준 공동 주저자인 박상은 연구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주저자 못지 않은 열정으로 실험에 힘써 줬던 석옥희 연구원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어도 저희의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단백질 다이나믹스 및 신호조절 연구실의 모두에게 깊이 감사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밤늦게까지 퇴근도 못하시고, 저희와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시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황철상 교수님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