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예방접종은 1700년대 에드워드 제너가 처음 천연두 (small pox)를 예방하게 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예방접종은 과거에 치명적이었던 많은 감염성 질환들을 퇴치할 수 있게 하였고, 현대 의학 역사 중 가장 뛰어난 업적 중 하나입니다.
효과적인 예방접종을 위해서는 면역 증강제와 항원 전달체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므로 두 역할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면역 증강제 없는 (adjuvant-free)' 항원 전달체의 개발은 미래의 예방접종의 발전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나날이 증가하는 새로운 감염성 질환들의 확산과, 아직까지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없는 감염성 질환들의 존재는 치료 약물과 예방 백신의 개발을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많은 백신들이 효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 못함에 따라, 항원 전달체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차세대 항원 전달체로 주목받는 것으로 박테리아 유래 세포 밖 소포체 outer membrane vesicle, OMV (세균유래 세포 밖 소포체) 가 있습니다. 세포 밖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는 생체 또는 세포에서 유래한 나노 크기의 소포체로 엑소좀 (exosomes) 및 마이크로베시클 (microvesicles)으로도 불립니다. OMV는 나노크기와 여러 면역증강물질들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항원 전달체로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OMV는 현재까지는 가장 이상적인 항원 전달체로 응용 가능한 천연 나노-바이오 소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각종 박테리아들이 내놓는 OMV들을 이용해 후천적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밝힌 논문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습니다. 또한 OMV는 실제 쿠바,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소아 수막염균 (N. meningitidis)에 대한 백신으로 임상에 사용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OMV는 lipopolysaccharide (LPS)와 같은 여러 면역 유도 물질을 가지고 있어 안전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본인이 속해있는 연구실은 지난 2010년 장내 대장균 유래 OMV를 많은 양으로 쥐에 주입하면,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전신염증반응이 일어나 쥐가 사망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원형질체 (Protoplast)란 박테리아, 식물세포, 곰팡이 등과 같이 외막을 가지는 세포의 외막을 제거한 것을 의미합니다. 박테리아의 경우 외막에 있는 여러 독성물질이 면역세포에 작용하여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여러 염증성 질환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외막을 제거하게 되면 거기에 포함된 독성물질을 함께 제거할 수 있습니다.
외막 구성요소와 달리, 지금까지 원형질체 혹은 박테리아 내막 구성요소가 염증 혹은 질병을 일으키는 사실은 알려진 바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이용하게 된다면 박테리아가 가지는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독성문제를 배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노소포체 (Nanovesicle, NV) 란 세포로부터 인위적으로 만든 나노 크기의 소포체를 말하며, 만드는 과정에 따라 다양한 물질을 포함시킬 수 있으며, 또한 많은 양으로 얻을 수 있고 원하는 크기의 소포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항원을 발현하는 형질전환 박테리아의 외막을 제거해 원형질체로 만들어 이를 압출법을 통해 항원을 함유한 원형질체 유래 나노소포체(PDNV)로 만들고 PDNV를 항원 전달체로 사용한 논문입니다.
박테리아 항원이 함유된 PDNV를 쥐에 접종하였을 때 항원 특이적 면역반응을 관찰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박테리아 패혈증을 유도했을 때 접종하지 않은 쥐들은 생존율이 0~20%에 그쳤지만, 접종 한 쥐들은 100% 생존율을 보였고 눈곱, 털 솟음, 저 체온증과 같은 전신염증 증상도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예방효과는 장기간 지속 되었고 항원 특이적인 특성을 보이며 Staphylococcus aures에 의해 유발된 폐렴에 대해서도 뛰어난 예방효과를 보였습니다. 본 연구는 PDNV를 차세대 adjuvant-free 항원 전달체로서의 효능을 입증하였고, 이는 미래의 여러 감염성 질병에 사용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의 세포간 정보교환 연구실 (http://icn.postech.ac.kr 참조)은 지도교수님이신 고용송 교수님 외에 연구 교수 2명, 박사 후 연구원 2명, 석, 박사 통합 과정 학생 9명, 연구원 2명으로 구성된 실험실 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지난 13년간 세포 밖 소포체 연구에 집중해 온 전문연구그룹입니다.
현재 International Society of Extracellular Vesicles (www.isev.org)의 Executive board 및 세포 밖 소포체 저널 (The Journal of Extracellular Vesicles의 Editor-in-Chief) 를 맡고 계신 고용송 교수님의 지도 아래 저희 연구실은 1) 세포 밖 소포체의 분리, 정제 및 특성 연구 기술 확립, 2) 프로테옴과 지놈 분석 및 구성성분 네트워크 분석, 3) 생성기전 연구, 4) 혈관신생 및 면역반응 조절 등 다양한 기능 연구 등을 통해 '세포 밖 소포체가 세포간 정보교환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 밖 소 기관 (extracellular organelle)인 세포간 정보교환체'임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세포 밖 소포체 연구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고, 연구 환경과 연구 내용, 보유 기술 측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세계 어느 연구실과 비교해도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처음 생명과학을 전공으로 택하면서 말라리아와 같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질병에 대한 약을 만들어 그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자 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믿었기에 이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만, 실제 이 분야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목표는 꿈으로 바뀌었고, 세상을 바꾸는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를 한다는 것은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보기 힘들 때가 많이 있어 쉽게 좌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어떤 형태로든 노력의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지금까지 생명과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큰 원동력이 된 부분을 말하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흥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생명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많은 시간을 관련서적을 읽거나 관련 정보를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보냈습니다. 생명을 공부하는 것이 그 어떤 다른 과목보다 재미있었으며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대학교 역시 생명과학과에 진학하였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지내오면서 어려웠던 부분도 많이 있었고 실험 진행에 한계에 부딪힌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명과학 연구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한계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오히려 새로운 계기처럼 느끼고 더욱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이 분야 연구를 열심히 노력만 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결코 극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말이 있습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이 분야를 시작하는 많은 후배 분들도 처음 자신이 가졌던 목표를 잃지 않고 생명과학에 재미를 찾고 즐기는 자세로 임하신다면 모두가 좋은 결실을 맺는 날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까지는 박테리아 원형질체 나노소포체 (PDNV)를 백신 전달체로서의 기능만 확인하였지만 추후에는 이를 특이적 약물전달과 같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 시키는 실험을 진행 해 보고 싶습니다.
이 밖에도 이번 연구를 하면서 PDNV는 기존에 잘 알려진 pattern recognition receptor에 대해서 인지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실제 아직까지 박테리아 내막 물질과 면역세포와의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를 더 자세히 연구하게 되면 새로운 인지 receptor를 찾는 등의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이 연구가 좋은 결실이 있도록 처음부터 지도해 주시고 방향을 잡아 주신 저의 지도 교수님이신 고용송 교수님과 김윤근 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논문 작성에 많은 조언을 해 주신 Dolores Di Vizio 박사님, Jan Lotvall 박사님, 이승우 교수님, 박재성 교수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또한 논문의 공저자로 여러 실험을 도와주고 조언을 주며 같이 노력해준 승진이, 장수철 박사님, 박경서 박사님, 새롬이, 최준표 박사님, 지환이 오빠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족 같은 저희 실험실 분들 (이창진 박사님, 김시현 박사님, 최동식 박사님, 윤예진 박사님, 김지현 박사님, 대겸이, 재욱이, 현택이, 경윤이, 가혜, 지혜, Nhung, 채민이 언니, 지경영 선생님) 모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힘이 들 때마다, 제가 포기하지 않도록 항상 제 편이 되어 힘을 주는 저의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분들이 항상 건강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