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사회적 배제 (exclusion), 고립, 거절, 사별 등이 건강(morbidity and mortality)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저 메커니즘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2003년 Science지에 실린 한 논문[1]은 그 단서를 사회적 단절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이 "신체적 통증"과 유사한 뇌 영역을 활성화시킨다는 데에서 찾았습니다. 이 발견은 사회적으로 거절을 당하거나 배제를 당해서 아픈 마음이 실제로 몸이 아픈 것과 유사하다는 상당히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촉발했습니다. 이후 미디어 및 많은 연구자들은 이 아이디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뉴스 아티클들과 후속 연구들을 양산하게 됩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타이레놀이 사회적 거절로 인한 아픈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2]. 이 흥미로운 사회통증 (social pain) 이론이 한국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 신문에 실린 대담록에서 고려대학교 김학진 교수님께서 이러한 연구들에 대한 언급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3]. 이 이론은 최근까지도 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왔으며 [4], 정책 결정 시에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5].
하지만, 2003년 Science 연구 및 후속 연구들에는 중요한 논리적 오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역추론 (reverse inference) 문제와 fMRI 데이터 분석의 해상도 문제입니다 [6]. 본 연구에서 저희는 이 문제들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기법을 이용하여 사회적 거절이 실제로 신체적 통증과 뇌에서 유사하게 표상 및 처리되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저희가 얻은 답은 이전의 연구자들이 얻었던 답과 상반되게, 실제로는 사회적 거절과 신체적 통증이 같은 뇌 영역을 활성화시킬지는 몰라도, 전혀 다른 활성화 패턴이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거의 10년간 지속되어 온 사회통증 이론에 대한 강한 반론입니다. 논문을 리뷰받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느낄 수 있었던 건, 저희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내용의 실험적 증거를 많이 기다려왔다는 사실입니다 [7]. 즉, 심리학 및 인지/정서신경과학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사회통증 이론이 잘못되었다는 쪽으로 점점 기울어지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이에 대한 실험적 증거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에 저는 본 연구를 Nature Communications에 출판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미국 미디어에서도 본 연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8].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저는 현재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Tor Wager 교수님이 PI로 계신 인지/정서 신경과학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심리학 및 신경과학 학과)을 밟고 있습니다 (
http://wagerlab.colorado.edu/). 볼더는 록키산 기슭에 위치한 굉장히 아름다운, 살기 좋은 동네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통증 및 감정, 이들의 심리적 조절 등에 대해 fMRI를 가지고 연구합니다. 저희 랩에서는 10명의 포닥 연구원들과 4명의 대학원생이 굉장히 협력적인 분위기에서 서로 도우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통증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뇌 기반의 biomarker를 개발하는 것 (Wager et al., 2013,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9])과, 플라시보 등의 심리적인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 (Wager et al., 2004, Science [10])에 주요 관심이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실력과 성격이 모두 최고인 Tor Wager 교수님과 함께 같이 일하면서 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전 이 곳에서 대학원생활을 하면서 학문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 저희 분야에서 중요한 질문들과 해결 되어야할 질문들에 대한 통찰, 그리고 미래 연구에 대한 비전 등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심리학/신경과학 학과 뿐만 아니라 인지과학센터에 함께 속하여 있는데, 인지과학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학제간 연구 분위기 덕분에 컴퓨터싸이언스 학과 과목들을 다양하게 수강하는 등, 한국에 있었으면 접하기 어려웠을 법한 다양한 지식들을 얻고 있어 매우 기쁩니다. Big Data 및 뇌과학 시대를 준비하는 데 매우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앞에 언급했듯이 이 분야(인지/정서 신경과학)는 다학제적인 관심과 능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현재 속해 있는 학과에 구애받지 말고 다양한 학문 분야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응용 수학, 통계,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에 대한 능력을 키워놓을 수 있다면 무엇보다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높은 동기(motivation)가 학문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학기에 인지계산신경학 과목을 수강할 때 선생님이 대학원생이 된다는 건 자신의 모든 생물학적 동기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만큼 학문에 대한 높은 동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또한 좋은 랩에서 미리 연구 경험을 쌓는 것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약 2년여 남은 대학원 기간 동안 통증 관련 연구들을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통증은 심리학적, 신경학적, 의학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통증은 외적인 요인이 명확할 때가 있는가하면 (예, 망치로 손을 때렸을 때, 불에 데었을 때, 질병 관련 통증 등), 외적인 요인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주관적일 때도 많습니다 (예, 만성 통증, 신경증적 통증 등). 특히 한국 사람들은 심리적인 고통을 신체로 표현하는 경향이 더 많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듯이, 외적인 요인이 명확하지 않은 주관적인 통증에 대한 연구가 많이 필요합니다. 현재 저는 이러한 통증을 표상하는 뇌의 특정 패턴을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증의 심리적인 조절과 관련된 논문이 곧 PLOS Biology에 게재될 예정인데 [11], 이 논문도 주관적인 통증에 대한 회로를 찾아내려는 시도의 일부입니다. 이러한 통증 회로가 밝혀진다면 만성 통증 및 심리적 통증의 원인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저의 박사과정 생활을 지원해주기 위해 한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잠시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온 아내 조은결에게 가장 큰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저에게 힘을 빼가긴 하지만 건강하게 크는 것만으로 빼간 힘보다 더 많은 힘들 주는 두 아이들 현민이와 하민이에게도 고맙습니다. 한국에서 저희 유학생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계신, 아들로서 옆에 없어서 늘 죄송한 아버지 (우성훈), 어머니 (정찬기) 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늘 사랑으로 기다려주시고 이해해주시는 장인어른 (조홍권), 장모님 (김성림) 께도 감사드립니다. 늘 관심과 사랑으로 대해주시고 기대해주시는 제 석사 지도 교수님이셨던 서울대학교 권석만 교수님과 제 병원 수련 지도 교수님이셨던 신민섭 교수님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 분들 덕분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저희 미국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주는 볼더한인교회 식구들에게도 감사합니다.
[1] Eisenberger, N. I., Lieberman, M. D., & Williams, K. D. (2003). Does rejection hurt? An FMRI study of social exclusion. Science (New York, N.Y.), 302(5643), 290-2.
[2] Dewall, C. N. et al. (2010). Acetaminophen reduces social pain: behavioral and neural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21(7), 931-7.
[3]
http://news.mt.co.kr/mtview.php?no=2014072214167148766[4] Eisenberger, N. I. (2012). The pain of social disconnection: examining the shared neural underpinnings of physical and social pain.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3(6), 421-34.
[5]
http://www.nytimes.com/2014/03/07/opinion/brooks-the-archipelago-of-pain.html?_r=0[6] 이 문제들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져 독자들이 흥미를 잃게 될 것 같아, 여기에서는 중요한 참고문헌들만 전해 드립니다.
Poldrack, R. a. (2011). Inferring mental states from neuroimaging data: from reverse inference to large-scale decoding. Neuron, 72(5), 692-7.
Peelen, M. V, & Downing, P. E. (2007). Using multi-voxel pattern analysis of fMRI data to interpret overlapping functional activation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1(1), 4-5.
[7] 이 연구는 제가 작업하고 있는 모든 논문들 중에서 가장 쉽게, 그리고 빨리 출판이 결정되었습니다.
[8] 몇몇 뉴스 링크들
http://psychcentral.com/news/2014/11/19/mental-physical-pain-may-be-different-after-all/77494.htmlhttp://nymag.com/scienceofus/2014/11/physical-and-emotional-pain-may-be-different.htmlhttp://www.everydayhealth.com/news/how-social-pain-affects-your-mind-body/[9] Wager, T. D., Atlas, L. Y., Lindquist, M. a, Roy, M., Woo, C.-W., & Kross, E. (2013). An fMRI-based neurologic signature of physical pain.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68(15), 1388-97.
[10] Wager, T. D. et al., (2004). Placebo-induced changes in FMRI in the anticipation and experience of pain. Science (New York, N.Y.), 303(5661), 1162-7.
[11] Woo, C. -W., Roy, M., Buhle, J. T. & Wager, T. D. (in press). Distinct brain systems mediate the effects of nociceptive input and self-regulation on pain. PLoS Bi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