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여러 가지 주제 중 제가 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은 생체막융합(membrane fusion) 입니다. 생체막융합이란 간단히 말해서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인지질이중층(lipid bilayer)의 막구조가 융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듣기에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생체막융합은 세포의 생장에 필수적인 과정으로 여러 가지 생체 현상에 관여합니다. 그 예로 정자와 난자의 융합, 신경세포체의 신호 전달, 세포소기관들의 형성과 구조 유지, 그리고 세포 내 물질 이동 등이 있습니다. 만약 생체막융합에 문제가 생겨 그 과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불임, 퇴행성 신경질환 또는 당뇨병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체막융합의 작용 기전을 밝히고, 이를 통해 질병 치료의 해결책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생체막융합을 연구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논문은 지금까지 다른 모델시스템에서 연구된 시냅스소낭 막융합(synaptic vesicle fusion)의 작용 기전을 효모의 액포(vacuole)에 새로이 구축한 것으로, 기존의 합성리포좀을 이용한 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한 시스템입니다. 효모의 동물세포의 리소좀(lysosome)에 해당하는 세포소기관으로, 저희 실험실에서는 대량으로 분리정제하여 다양한 실험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기존의 합성리포좀을 사용한 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액포 표면에 사람의 신경세포에서 유래한 스네어 단백질(human neuronal SNARE)을 발현시켰고, 이렇게 제작된 액포 사이의 막융합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저희가 구축한 시스템은 기존에 알려진 시냅스소낭 촉진인자에 의해 활성이 증가하고, 억제인자 (가령, 보톡스)에 의해 억제되었으므로,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시냅스소낭 막융합 현상을 분석하는데 이용이 가능합니다. 신경세포를 이용한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가 비용이 많이 들고, 매우 높은 숙련도의 연구자를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본 시스템이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대용량 분석이 가능하여, 신경전달 제어물질 발굴 등의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실험실 'Virus Immunology and Membrane Biology'는 광주 과학기술원 (GIST) 생명과학부에 소속되어 있으며 2009년 9월에 생겨난 이래 전영수 교수님의 지도 아래 저를 포함한 박사과정 학생 세 명과 석사과정 학생 네 명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주로 동물세포 배양시스템이나 효모를 모델로 하여 아래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1) Membrane traffic의 final step인 membrane fusion의 general mechanism 규명 및, 이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의 발굴 및 기능을 규명
(2) 암 발생과정에서의 polarized trafficking의 역할 규명과 관련 유전자 발굴
(3) Human MHC class I 단백질의 intracellular trafficking 규명
(4) Unconventional ER-associated protein degradation pathway 규명 및 관련 질병 연구
(5) Lysosomal trafficking and dynamics (autophagy and endocytosis in health and diseases) 에 관한 연구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생체막융합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실험실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저희 실험실과 같이, 생체유래 막구조체를 모델시스템으로 이용하여 생체막융합의 분자기전을 연구하는 실험실이 많이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희 실험실의 가장 큰 장점은 기초과학을 연구한다는 것입니다.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선진국일수록 기초과학이 튼튼하게 다져져 있습니다. 응용과학은 인간생활을 이롭게 하지만, 그것의 기반이 되는 것은 기초과학입니다. 빠른 성과와 눈에 보이는 결과를 위해 과학을 팔듯이 홍보해야 하는 한국의 실정이 너무도 안타까운데, 그 가운데서 이런 분자들의 역할이나 작용기작을 연구하는 저희 실험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실험실 생활을 한지는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듭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때로는 좌절감에 힘들기도 했고 때로는 성취감에 기뻐하기도 하면서 과학을 한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얼마나 더 실험실에 몸담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실험실을 거쳐간 동기나 후배들을 보면 공부에 뜻이 있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에도 많은 이유 - 취직이 되지 않아서, 경력을 쌓기 위해, 의학전문 대학원을 준비하기 위해서 - 로 입학을 합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성적으로 평가 받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겉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을수록 연봉이 높은 회사에 취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스펙에 매달리는 실정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놓치지는 않을까 싶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비록 어떤 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을지언정, 이 안에서 연구를 하는 동안은 다른 생각은 내려놓고 연구에 몰두해서 제가 느꼈던 성취감을 공유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생체막융합은 세포의 생장에 필수적이며, 세포주기에 따라 분열과 융합을 반복하는 세포소기관들은 그 구조의 적절한 조절과 유지가 세포의 생장과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직접적으로 질병의 발생과 연관이 되기도 합니다. 그 예로 미토콘드리아 막융합이나 소포체 막융합 등이 있으며 이들의 조절 기전은 현재까지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연구하기 위한 기존의 실험방법인 합성리포좀을 이용한 연구는 생체 유래 막구조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 실험실에서 가지고 있는 효모를 모델시스템으로 이용하여 여러 가지 생체막융합 관련 분자기전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또한 생체막융합은 궁극적으로 인지질이중층이 서로 융합되야 하는데, 이 과정에 지질의 종류와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작용 기전은 연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기회가 된다면 생체막융합의 마지막 단계에서 다양한 종류의 지질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공부를 하다 보면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교수님의 격려와 응원의 말씀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게 됩니다. 교수님의 지도와 후원 덕분에 이번 논문을 낼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논문을 출발점으로 생각해서 앞으로 더 활발한 연구를 할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항상 옆자리에서 공부를 하며 서로의 멘토가 되어주는 고영준 오빠와 실험실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실험실 식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힘이 들 때마다, 힘들면 관두라는 말씀 대신, 격려와 함께 저의 꿈을 상기시켜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과학자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먼 훗날 이 분야에서 제 이름을 들으면 제가 떠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