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및 전망수백만 가지의 화학물질 중에서 효능은 높으면서 독성이 낮은 약물 후보 물질을 스크리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그 중 비교적 싸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96-well plate 안에서 세포를 배양한 다음, 약물을 넣고 세포의 활성이나 세포 내 소기관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동물이나 사람을 이용하여 ADMET (Absorption, Distribution, Metabolism, Excretion and Toxicology), 즉 소장을 통한 흡수, 혈관을 통한 분산, 간장(liver)에서의 대사, 신장에서의 배출, 및 생체 내에서의 독성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중 우리 연구에서는 약물들이 간장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성, 즉 metabolism-induced toxicity에 관해서 살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진통제나 해열제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타이레놀 (Tylenol)의 주성분인 acetaminophen은 과다 처방시 간에서 대사 효소 중의 하나인 cytochrome P450에 의해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N-acetyl-p-benzoquinone imine (NAPQI)라는 독성이 강한 대사산물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제약회사에는 약물 후보 물질의 대사 독성 및 최대 약물 허용 농도 (Cmax)에 관해서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생쥐와 같은 동물을 이용한 대사 독성 테스트는 동물 대사 효소가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현재 FDA에서 승인된 가장 널리 쓰이는 in vitro 방법이 간 조직에서 직접 추출한 primary hepatocytes를 이용한 테스트입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시료가 비싸고 대사 효소의 발현 양이 배양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단점 외에도, 장기 기증자에 따라서 효소 발현 양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히 대사 효소는 개인에 따라서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천배 이상의 편차를 보이기 때문에 대사에 따른 독성 또한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에서는 대사 효소를 발현하지 않는 불멸화 간세포 중의 하나인 THLE-2 cell을 칩 위에서 3D로 미세 배양한 다음, 재조합 아데노바이러스로 감염시켜서 세포들이 우리가 원하는 양 만큼의 대사 효소를 발현시키도록 만든 것입니다 (Figure 1). 궁극적으로는 재조합 아데노바이러스의 넣는 양이나 종류에 따라서 개인이 가지는 간 조직 내의 대사 효소의 양을 모사해서, 약물 대사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개인 독성의 문제를 찾아내는데 주 목적이 있습니다. 논문에서는 7가지의 재조합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하여 84개의 발현 조건을 하나의 칩 위에서 구현하여 항암제의 대사에 따른 독성의 변화를 보여 주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연구팀은 좀더 많은 대사효소 유전자를 가지는 재조합 아데노바이러스를 만들 예정이며, 약물 테스트 후에 high content imaging 기법을 이용하여 독성에 관한 인체 내의 예측도를 한층 높이고자 합니다.
Figure 1. (A) Micropillar/microwell chip components in relation to a standard glass microscope slide, (B) Micropillar chip containing cells (DataChip), (C) Microwell chip containing recombinant adenoviruses carrying genes for drug metabolizing enzymes (TeamChip), and (D) Microscopic pictures of the sandwiched chips (left) and live human liver cells encapsulated on the micropillar chip (right).
2.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응용 과학을 전공하는 연구원으로서 좋은 논문을 쓰는 것과 동시에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로 이루기 힘든 목표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Cell, Science, Nature는 아니지만, impact factor가 비교적 높은 저널에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좀더 분발하여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논문을 내기까지 지난 5년 동안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PNAS에 세포칩 관련 논문을 출판한 후,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점에 대한 검토를 거친 결과, 대사 독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MetaChip과 DataChip이라는 두 개의 칩 플랫폼을 하나로 합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침 제 1저자인 권석준 박사가 이 일에 관심을 보이면서 현재의 TeamChip에 대한 개념을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보스가 이 연구에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 기초 실험을 한 다음, NIH에 프로포잘을 써서 펀딩을 받은 다음에야 비로소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유리 슬라이드 위에 만들어진 칩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삼성전기와 협력하여 micropillar/microwell chip을 만들었으며, 실험의 재현성을 높이기 위해서 샘플의 미세 토출 장비 뿐만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도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와중에 회사 경영진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서 작년에 급기야 회사를 떠나서 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전기 (전) 부사장님이신 고병천 박사님을 개인적으로 면담하면서, 이 연구에 대해서 지원을 해 주시면 Nature 저널의 감사의 글에 언급을 해 드리겠다고 공수표를 남발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Nature는 아니지만 Nature Communications에 펀딩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이 연구는 크게 Solidus Biosciences, Inc., 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 (RPI), 삼성전기 중앙연구소의 연구팀에서 공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Solidus Biosciences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하고 있으며, RPI의 Dordick 교수와 UC Berkeley의 Clark 교수가 공동 창업한 벤처 기업입니다. 주로 독성 테스트를 위한 칩 개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독립하여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Cleveland State University)의 화학/바이오메디칼 공학과 (chemical and biomedical engineering)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 (RPI)는 1824년 설립된 교육 기관으로서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과대학입니다. RPI에서는 Dordick 교수 지도하에 권석준 박사 주도로 이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소재한 삼성전기 중앙연구소에서는 구보성 박사의 주도하에 이동우 박사가 칩 개발을, 그리고 전상렬 박사가 프로그램 개발 및 장비 개발을 주도하였습니다.
4.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연구는 힘들고 고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도교수나 주변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반대하더라도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있으면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가는 투지도 있어야 합니다. 이제 지도를 받던 입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이것이 얼마나 연구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도교수는 시간이 항상 모자랍니다. 따라서 비록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은 있을지라도, 대학원생이나 포스트닥터 만큼의 깊이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만약 지도교수님이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에 대해서 반대를 한다면, 그건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내가 틀렸다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해 봐라"는 말로 받아들이십시오.
저희는 화학물질의 독성을 연구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물이 인체 내에 들어가면 독성이 생길 수 있을지 예측하는 방법 개발한다든지, 항암제로 사용되는 약물들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개인에게 최적인지 환자 세포로 테스트를 한다든지, 천연가스를 뽑아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hydraulic fracturing solution에 들어가는 600여가지 화학물질 중에서 어떤 조합이 가장 인체에 유해한지 테스트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 등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연구가 사회의 복지에 공헌할 수 있다는 보람과 긍지가 있습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박사 학위가 취업이나 성공을 보장하던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나갔다고 봅니다. 오히려 박사 학위를 받음으로 인해서 앞으로 더욱더 치열한 경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절반 이상의 박사 졸업생이 실업자이고, 교수 한자리에 수백명이 응모하는 것은 이제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뻔히 보이는 앞날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박사 학위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비록 경제적으로 크게 윤택하지 못할지라도,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히 보람되고,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통과하여 남들 위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특별한 장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분야가 중요할지 항상 고민하고, 새로운 길을 찾고자 노력하십시오.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하십시오. 두드리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6.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저는 현재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Cleveland State University)의 화학/바이오메디칼 공학과 (chemical and biomedical engineering)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연구에 관심이 있으신 대학원생이나 포스트닥터께서는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와의 공동연구에도 항상 열려 있습니다.
크게 아래의 분야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입니다.
1) Nanoscale organotypic human cell cultures on a chip to closely mimic in vivo conditions of major tissues in the body for toxicology/efficacy screening.
ㆍDeveloping viral gene delivery systems on the chip that would allow researchers to study drug metabolism and simulate idiosyncratic (i.e., individual-dependent) adverse drug responses.
ㆍ Developing high content imaging (HCI) on the chip with human cells to test for mechanistic toxicology
ㆍDeveloping 3D neural stem cell cultures on the chip to study effects of environmental toxicants, including additives in hydraulic fracturing (hydrofracking) solutions.
2) The development of personalized patient cancer treatment utilizing therapy chip technology that allows an individual's cancer cells (obtained via biopsy) to be encapsulated on a chip, where likely human responses to therapeutic drug dosages could be efficiently mimicked.
ㆍCulturing brain tumor cells from patients on the chip to screen individual efficacy of various therapeutic drugs
ㆍ Studying the effect of cellular microenvironments using 3D spheroid cell models on the chip in assessing anticancer drug resistance
3) The development of an integrated chip platform consisting of a micropillar chip, a microperfusion chip, and a micropump chip to allow for long-term retention of 3D human cell cultures. This integrated chip platform would supply various solutions from the reagent wells to the micropillar chip containing a variety of primary human cells and circulate test compounds to mimic the human circulatory system for toxicology screening.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클리블랜드로 이사를 오면서 가톨릭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항상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항상 감사하며, 든든한 가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