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Genome Biology 저널에 발표된 연구의 주제는 자연발생적 강박질환모델인 개 강박증의 전장유전체 연관분석 (Genome-wide association study)과 표적 염기서열 해독 (Targeted sequencing)을 통한 강박증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후보유전자와 유전변이의 발굴입니다.
강박증은 원치않는 특정 생각이나 행동이 긴 시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중대한 병적 상태로 전체 인구 1-3%의 유병률을 보입니다. 다수 유전자가 작용하는 복잡질환인 강박증의 후보유전자 발굴을 위해서는 수많은 환자 표본과 높은 해상도의 유전적 마커정보가 필요한데, 이러한 표준적 접근 방법은 질환 유전자의 발굴까지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기에 이번 저희 연구에서는 개 강박증을 질환모델로 사용한 효과적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개 강박증은 여러 의학적 기준으로 볼 때 사람의 강박증과 매우 흡사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쥐 질환모델과 달리 개 강박증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정상적인 행동의 과도한 반복 (예. 사람에서의 과도한 손 씻기, 자물쇠 확인 등, 개에서의 꼬리 쫓기, 과도한 핥기 등) 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개와 사람의 강박 행동 모두 SSRI등의 항우울제로 부분적 개선이 가능합니다. 순종의 개들은 제한적인 교배 탓에 사람에 비해 견종 내의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는데 이러한 개 유전체의 특성은 적은 수의 개체와 유전적 마커만으로도 효과적인 전장유전체 연관분석을 가능케 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87마리의 강박증 진단을 받은 도베르만 핀셔와, 같은 견종의 건강한 63마리 대조군의 전장유전체 연관분석을 통해 17개의 후보 유전 좌위 (loci) 를 찾아내었습니다. 그 중 가장 높은 연관을 보인 9개의 후보 좌위를 포함한 총 길이 5Mb에 달하는 유전체 좌위의 염기서열을 강박증 유병률이 높은 4개 견종에서 선택된 8마리의 강박증 실험군과 8마리의 건강한 대조군 개체에서 해독, 분석 하였습니다. 실험군과 대조군의 염기서열 비교 결과, 강박증 실험군에서만 특이적으로 나타난 100개 이상의 유전변이를 발견하였고, 이 유전변이들에 대해 추가로 69마리의 강박증 유병률이 높은 견종과 19마리의 강박증 유병률이 보통인 견종을 비교했을 때, 강박증 유병률이 높은 견종에서 이 유전변이들이 훨씬 자주 발견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이 유전변이들은 CDH2, PGCP, ATXN1, CTNNA2 네 개의 유전자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었는데, 이 유전자들은 모두 신경세포의 구조 및 신호전달 기능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강박증의 발병 기전이 시냅스의 형성 및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연구는 사람과 비슷한 발병양상을 띄는 개가 유전적 요인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간의 복잡질환 연구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준 개념증명 (proof-of-principle) 연구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며, 개와 사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여러가지 암, 면역 질환 등에 대해서도 향후 같은 방법이 적용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기관은 미국의 브로드 연구소 (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와 스웨덴의 SciLifeLab (Science for Life Laboratory) 웁살라 (Uppsala) 입니다. 브로드 연구소는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를 이끌었던 대표 기관 중 하나인 화이트헤드 연구소 (Whitehead Institute)를 전신으로 하며, 인간 유전체 지도 발표 이후 이를 이용한 질병연구의 필요성에 의해 하버드 대학교와 MIT대학교 간의 공동 연구소로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후 현재까지 십여년간 진화 및 비교 유전체학 등의 기초 연구에서부터 암, 면역, 정신질환 등의 다양한 질병 유전학 및 신약 연구에 이르기까지 유전체학과 화학생물학 (Chemical biology) 분야를 개척, 선도해오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SciLifeLab은 이러한 브로드 연구소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설립된 연구소로, 의생명연구에서 뛰어난 국제적 성과를 보여온 스웨덴의 주요 대학들이 정부의 주도 하에 유전체학 및 정보생물학 분야의 공동연구를 위해 설립한 연구소 입니다. 이번 연구의 책임 과학자인 Kerstin Lindblad-Toh 교수님은 현재 브로드 연구소 유전체 분석 프로그램과 SciLifeLab 웁살라 브랜치의 디렉터를 맡고 계시며 두 연구소 간의 여러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저희 연구실의 주요 업적으로는 비교 유전체학의 시초이자 과학적 이정표로 평가되는 쥐 유전체 프로젝트를 포함한 20종 이상의 척추동물 유전체 프로젝트 및 29종의 포유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진화적으로 보존된 유전체의 '기능적 부분'을 발굴하는 등 다수의 대규모 국제 공동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유전질환모델로써 개를 이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된 하플로타입 구조분석을 포함한 개 유전체 프로젝트를 주도하였고, 다수의 유전형 분석용 DNA 칩과 표적 염기서열해독 방법을 개발하는 등 비교유전체학과 동물질환모델 분야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자연계의 법칙을 이해하고 미지의 분야를 연구하고 개척하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과정입니다. 특히 이러한 연구 활동의 결과가 질병의 원인 규명과 치료 방법의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자로써 자부심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로 촉발된 유전체학 및 계산생물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현재 생명과학은 불과 몇년 전 만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생명체 내의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많은 유전자, 단백질의 활동 기전, 형질과 질병 등의 관계를 대량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많은 생물학 전공자와 의학자 및 컴퓨터,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분들이 유전체학과 계산생물학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개 강박질환모델에서 발굴된 여러 후보 유전좌위 및 다양한 뇌영상 분석기법으로 밝혀진 강박증과 관련된 뇌부위와 신경회로의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포함한 600여개의 유전자에 대해서, 현재 총 1200여명의 강박증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후속연구에서는 인간에서의 강박증 후보 유전자를 직접 발굴, 개 질환모델의 강박증 후보 유전자와 비교하고, 유전변이의 종류에 따른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강박증 유전변이간의 복잡한 관계를 밝혀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의 책임연구자이자 멘토이신 Kerstin Lindblad-Toh 교수님의 전폭적인 지원과 격려에 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이번 논문의 중요한 예비 연구를 수행하고 토대를 마련한 Elinor Karlsson 박사님과 실험을 담당해준 Ruqi Tang 박사님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강박증 연구의 주요 협력연구자이자 수많은 환자 표본과 의학적 식견을 제공해주신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Massachuestts General Hospital)의 신경정신과 Jeremiah Scharf 박사님 및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지에서 환자 표본을 보내주시는 모든 신경정신과 협력연구자 및 환자분, 그리고 미국 전역과 유럽에서 개의 진단과 표본을 담당하시는 수의사 협력연구자 및 연구에 참여해준 개들과 견주 분들께도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개와 인간 질환의 유전체 비교라는 새로운 방식의 연구에 아낌없는 지원과 날카로운 통찰로 지지해 주시는 브로드 연구소 창립자이자 연구소장이신 Eric Lander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