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연구를 통하여 TDP-43, Ataxin-2, FUS 등의 RNA 결합 단백질들이 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루게릭 병,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에 관여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RNA processing pathway가 이 질병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그 정확한 기작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미 2010년 효모와 초파리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TDP-43와 Ataxin-2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TDP-43의 독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밝히고, 실제 ALS 환자들의 샘플들을 통해서 Ataxin-2가 ALS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Ataxin-2와 TDP-43의 상호 작용을 매개하는 단백질을 찾아내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PABP1(Poly A-tail binding protein1)을 동정해 내었습니다. PABP1은 세포질에 존재하는 mRNA의 poly A tail과 결합하는 단백질 입니다. 따라서, 저는 RNA에 결합하는 이 세 단백질이 동시에 참여하는 기전에 의해 ALS가 유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 단백질이 모두 참여하는 pathway인 stress granule formation pathway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TDP-43 독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Stress granule은 다양한 (열, 중금속, oxidative stress)에 의해 유도되는 일시적인 RNA-Protein complex 로, 일반적으로는 스트레스에서 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stress granule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을 knock-down 시켜서, stress granule 형성이 저해되는 조건에서 TDP-43의 독성이 감소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또, small molecule에 의한 stress granule 형성 저해를 통해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eIF2 alpha의 인산화를 저해하는(eIF2 alpha 인산화의 증가는 stress granule 형성의 신호로 작용함.) TDP-43를 과발현하는 초파리와 rat cortical neuron에 처리하여 TDP-43가 유도하는 독성이 감소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RNA processing pathway의 일부가 ALS와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연구를 통하여 eIF2 alpha 인산화의 저해가 mouse prion disease 모델에서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이것은 파킨슨병이나 알쯔하이머 병 같은 prion-like의 속성을 지니는 다른 질환에서도 stress granule formation pathway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재 퇴행성 뇌질환 연구는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하나의 질병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퇴행성 뇌질환의 공통 기전을 찾으려는 노력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으며, 단 하나의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연구보다는 다양한 유전적인 배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질병이 유도되는 것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 퇴행성 뇌질환이 증상에 따라 분류되어 있지만 그 분자적인 기전이 유사할 수 있음이 점점 발견되고, 한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아닌 환경요인과 여러 유전적인 요인이 동시에 질병의 발현에 중요할 수 있음이 여러 genomics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 의해 밝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한국 뇌연구원은 2011년 11월에 설립된 후, 2012년 7월 초대원장으로 서유헌 박사님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한 기관입니다. 주요 목표는 생애주기 동안 (태·영유아기, 소아청소년기, 장년기, 노년기)에 발생되는 뇌 손상의 공통 유발기전을 기반으로 다학제간 융복합기술을 이용한 뇌손상 제어기술 개발이며, 이를 위해 그 동안 다른 기관과 사업단의 연구에 의해 축적된 각종 기반기술과 요소기술을 기반으로 대규모 융복합 연구를 통하여 실제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들을 개발하는 것과 뇌연구 관련 국가 아젠다를 개발 및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세부 연구 목표는 생애주기형 뇌손상에 대한 분자/시스템 수준의 통합적 기전을 기반으로 한 제어원인 물질, 신약후보 도출 및 신약/뉴로 디바이스 개발등이며, 이러한 연구들은 대구첨단 의료복합 단지 내의 여러 협력기관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뇌손상에 대한 한국인 맞춤형 치료기술 개발을 통한 토털 솔루션의 실용화를 목표로, 뇌은행 설립을 통해 한국인에게서 일어나는 다양한 뇌손상의 특이성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뇌연구원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전체 국가 뇌연구 역량의 강화를 위해 뇌연구 인프라 및 허브 구축을 위한 사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금 현재 뇌연구원에서는 뇌손상 동물 모델 제작 및 동물 모델 기반 뇌손상 기전 연구, genomics, transcriptomics, proteomics 등을 기반으로 한 질환별 통합 기전 도출 연구, Brain Atlas 제작 기반 기술 개발, 뇌손상 진단 타겟 도출 기술 개발 등이 활발히 수행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아무리 많은 논문을 읽고 가설을 세우더라도 사실 그 가설이 맞는 경우보다는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생각들로는 해석이 불가능 하게 보였던 결과들을 결국 설명할 수 있는 증거들을 찾아 냈을 때 그 자체가 매우 즐거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퇴행성 뇌질환 분야는 최근 매우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직 기초 수준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의 진전에 따라, 그 중요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어떤 연구 분야 보다도 새로운 접근법과 통찰력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능력있고 창의적인 분들이 이 분야에 많이 진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서 stress granule pathway가 ALS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하긴 했지만, 아직 여러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서의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밝히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부분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처음으로 연구를 시작한지도 벌써 15년이 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정말 여러 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학위기간 동안 항상 자상하게 이끌어 주신 서울대 임정빈 교수님, 제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연구와 실험실 생활에서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들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신 박응식, 이성수 박사님과 전남대 김창수 교수님, 좋은 동료이자 토론 상대였던 김재광, 서현석, 윤정숙, 김송희 박사님께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Bonini 교수님께서 여러 좋은 연구자들과의 공동 연구를 주선해 주시고, 방향을 잡아 주시지 않았다면 이 일이 이 정도 규모로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뇌연구원에서 새로운 연구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신 서유헌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를 후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저희 부모님과 장모님, 저를 대신해서 여러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제 누나와 매형 부부, 그리고 항상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는 제 아내 경원이와 딸 도언 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지금 소속되어 있는 한국뇌연구원은 역량있는 신경과학자들의 참여를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뇌연구 역량의 발전을 위한 여러 시도들이 이루어 지고 있으므로, 국내외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