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 이번 논문에서는 '위 상피 조직'에 숨어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새롭게 발견하여 보고하였습니다. 사실 '숨어 있다'라고 하기 보다는 '몰랐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새로 발견된 줄기 세포는 팹신과 같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위점막으뜸 세포 (Gastric Chief Cell)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위점막으뜸 세포가 위점막 줄기세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저널에 투고를 하였을 때, 리뷰어들의 반응이 한결같이 '못믿겠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면 아주 대단한 내용이다.'와 같았습니다.
당시 저희 연구 그룹은 주로 소장상피 줄기세포를 연구해 왔었기 때문에 투고한 논문의 내용이 그처럼 급진적인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개재거부를 받았지만, 제가 발견한 내용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소장 및 대장의 상피 줄기세포는 매우 빠른 세포분열을 보이는 반면, 새로 발견된 위의 줄기세포는 아주 느리게 분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평상시에 분열작용이 비활성화된 위점막으뜸 세포가 조직에 상처가 생겼을 때에는 빠르게 분열하고 줄기세포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본 연구는 항상성을 잃은 조직이 어떻게 복구되는지를 새롭게 보여준 연구이며, 앞으로 재생성을 잃은 조직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2.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이번 연구를 수행하면서 실험실 동료들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연구의 첫 시작은 Troy라는 유전자 대신에 GFP 형광단백질과 CreERT2 DNA재조합단백질을 발현하는 생쥐모델을 개발한 Daniel Stange가 시작을 했었습니다. 외과의사가 꿈이었던 Daniel Stange는 Troy 유전자를 발현하는 세포가 줄기세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보여준 핵심결과를 뒤로 하고 실험실을 떠났습니다. 꼭 잘 마무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저를 믿고 떠난다고 말하더라구요. 그후로 약 1년 여간 저는 Troy를 발현하는 줄기세포가 위점막으뜸 세포의 일종이라는 사실과 조직의 손상에 의해서 이들이 빠른 분열작용과 함께 줄기세포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동시에 Meritxell Huch가 Troy+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실험을 완성해 주었고, Onur Basak이 다양한 면역염색을 도와주었었습니다.
저희가 Cell지에 투고를 했을 때에는 제가 영국으로 떠나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엄청난 분량의 재투고용 실험을 정리하면서 누가 이를 해줄 수 있을 지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3명의 동료 과학자와 워싱턴 대학의 Jason Mills 연구단의 도움을 받아 모든 실험을 마무리하고 개재승인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선발투수였던 Daniel Stange가 저에게 공을 맡기고 또 다른 동료들이 마무리를 해준 완벽한 공동작업이 없었다면, 제가 Daniel Stange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끝까지 도와준 고마운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더불어 Daniel Stange의 제1 저자자리를 지켜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에피소드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실험실 구성원들과 공동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했던 점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사실 치열해져가는 경쟁 속에서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즐겁게 연구활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나친 경쟁 속 이기주의는 마지막 독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9편의 1저자 논문 중 7편을 동료와 공유한 저에게 있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연구가 생산성의 원천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올해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줄기세포연구소 (
http://www.stemcells.cam.ac.uk/)에 새연구실을 열었습니다. 현재 캠브리지의 한인 생물학자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영국이나 유럽에서 공부를 계획하시는 유학생, 박사후연구원 분들에게 많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앞으로는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유비퀴틴 접합자들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주요 모델은 위와 소장의 상피조직입니다. 특히 조직에서 줄기세포가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분자적 메커니즘을 생화학, 세포생물학, 유전학적 방법으로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외국에 남아서 연구를 계속이어가고자 했던 저의 결정을 이해해주고 항상 용기를 주는 아내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멀리 고국에서 언제나 응원을 보내주시는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도 감사드리고, 미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생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박사 졸업 후에도 많은 도움과 조언을 주신 공영윤 교수님, 저를 경쟁력있는 생쥐유전학자로 키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네덜란드에서 이방인으로 출발했던 저를 잘 이끌어주셨던 Hans Clevers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외국에서 연일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친구들 권민철, 김영웅, 윤기준, 정현우 박사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또 그리운 PBG 멤버들도 고맙구요 (페이스북으로 자주 보지만…). 영국 생활 속에서 고향생각을 맥주 한잔으로 같이 풀어주시는 '캠브리지 생물학자 모임' 회원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 주십시요!!! 구본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