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망막혈관은 망막신경조직 내에 위치하여 시각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망막혈관의 문제로 망막조직으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 이러한 허혈 부위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는 그 기능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혈관생성을 유도하는 성장인자인 VEGF를 과도하게 발현하여 비정상적인 혈관을 많이 만들게 되는데요. 이러한 망막허혈에 의해 이차적으로 새롭게 생성되는 혈관들은 원래의 위치인 망막조직이 아닌 유리체 내로 증식하게 되고, 불안정한 구조로 인해 출혈과 혈액누출을 유발하여 시력저하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망막의 불충분한 혈액공급에서 시작하여 혈관 증식과 출혈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실명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 질환인 당뇨망막병증과 미숙아망막병증의 공통된 병리기전입니다. 이러한 허혈성 망막혈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혈관의 증식을 억제하는 anti-VEGF 약제들이 현재 주요한 치료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혈관신생의 근본 원인인 망막허혈을 개선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안구내 투약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제한점에 착안하여, 저희 연구에서는 건강한 혈관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혈관성장인자 Angiopoietin-1 이 허혈망막 부위를 향하여 구조적으로 완전하고 기능적으로 안정된 혈관의 생성을 유도하여 망막 허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규명하였습니다.
저희는 Angiopoietin-1 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혈관내피세포의 Tie2 수용체를 통하여 혈관의 안정성 유지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망막혈관에서 새롭게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Angiopoietin-1 이 망막 허혈부위의 retinal astrocyte 에 integrin 신호전달체계를 통해서 작용, fibronection 의 생성과 분포를 증가시켜 혈관내피세포의 이동을 촉진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결과 Angiopoietin-1 이 허헐망막부위로 건강한 혈관을 생성하고, 망막 신경세포의 허혈성 손상을 방지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하였습니다. 따라서 허혈성 망막혈관의 치료에 있어서 anti-VEGF 약제로 대표되는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현재의 치료방법에서 향후 건강한 혈관을 재생하고 그 기능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의, 보다 근본적인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활발히 이루어지리라 예상합니다. 또한 허혈망막에서 retinal astrocyte 나 혈관주위세포의 특성에 대한 분석과 이들이 과연 어떠한 기전에 의해 망막혈관의 구조와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후속연구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진. 본 연구는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의 Cover Story로 선정됨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제가 재학 중인 KAIST 의과학대학원 (Graduate School of Medical Science and Engineering, GSMSE,
http://gsmse.kaist.ac.kr) 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를 대상으로 기초과학과 의공학을 교육하는 MD-PhD 과정으로, 2004년 설립이후 현재까지 100여명의 학생들이 졸업을 하였거나 재학 중입니다. 생명현상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고 질병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근원적인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의사 출신 학생들이 모여, 좋은 연구 환경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세계적인 의과학자'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KAIST 의과학대학원장님이신 유욱준 교수님과 KAIST 특훈교수님이신 고규영 교수님의 공동 지도하에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연구실은 '혈관생물학 및 줄기세포 연구실 (Laboratory of Vascular Biology and Stem cells,
http://vbslab.com) 로 고규영 교수님과 김인준 교수님의 지도하에 현재 20여명의 대학원생 및 연구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혈관 및 림프관의 3D 시각화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생체내현미경 등 첨단의 이미징 기술을 적용하여, 다양한 장기들에서의 혈관생성과 이를 조절하는 인자 및 그 기전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혈관 질환을 치료하고 암 발생 및 암 전이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target 을 발견하고, 이에 근거한 새로운 항체 및 신약개발과 같은 translational research 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림프관 및 림프절에 대한 연구, 심장 재생과 혈관 생성과 관련된 줄기세포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심도있는 연구가 진행되어, 현재 혈관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leading group에 속해 있습니다.
사진: 2012년 겨울, 눈이 내린 내장산에서 "혈관생물학 및 줄기세포 연구실" 멤버들과 함께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이번 연구는 제가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입학하여 맡은 첫 프로젝트였습니다. 초보 연구자로서 실험방법들을 익히고 학문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배우고 성장한 것처럼, 이번 연구도 그러한 저의 성장에 맞추어 발전되었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또한 안과 의사로서 평소 관심있었고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주제였기 때문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이를 이겨내고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년에 걸쳐 무수히 반복된 submission과 rejection 통보, 그리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억울하였던 수차례 논문 심사과정을 겪으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하고 있는 연구가 앞으로 실제 환자 질병의 치료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과 보람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완성되어 최종 게재된 논문을 처음으로 읽어 내려가면서 느꼈던 그 순간의 성취감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저는 임상의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일부 임상의사들이 기초연구를 병행하고자 하고, 반대로 기초과학을 전공하였지만 임상의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연구자들도 많습니다. 환자의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의과학연구 또는 생명의 원리를 탐구하는 생명과학연구의 측면에서, 임상의학과 기초연구를 모두 경험해보고, 임상연구와 기초연구를 모두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분명 연구의 시각을 넓히고 실용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점점 연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높은 수준의 임상과 기초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로 훌륭한 임상의학자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기초연구자인 분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충분한 경험과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서, 본인이 어떤 주제의 연구를 하고 싶은지,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인지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로 정한 후 집중적인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임상연구와 기초연구 양쪽 모두를 포괄하여 좋은 연구를 수행할 열정과 도전정신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시너지를 발휘하여 분야를 아우르는 훌륭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의 임상과 기초라는 연구 분야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머지 않아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어느 특정 주제에 대해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임상과 기초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것이겠지요. 최근 들어 '중개의학 (translational medicine)', '의과학', '의생명과학' "융합의과학" 등의 용어가 많은 관심을 받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훌륭한 의과학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이번 학기에 박사학위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당분간 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지금처럼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몇 가지 프로젝트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학위과정 동안의 목표이고, 그 후에도 당뇨망막병증이나 미숙아망막병증, 연령관련황반변성 등 실명을 유발하는 주요한 망막혈관질환의 병인과 치료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혈관내피세포와 혈관주위세포 그리고 신경세포들간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과 결과물들이 실제 여러 가지 망막 질환을 가진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먼저 기초연구에 대해 문외한이던 본인을 제자로 받아들여 4년간의 학위과정 동안 조언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유욱준 교수님과 고규영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그리고 함께 생활했던 '혈관생물학 및 줄기세포 연구실' 선후배님과 동료들, 그리고 김인준 교수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군의관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KAIST 진학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많은 상담과 조언을 해주신 장우혁 교수님과 영남대학교 안과학교실 교수님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이번 연구 결과도 없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가 있기에 앞서 본인이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는 소중한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주말 부부로 잠시 떨어져 지내지만 늘 옆에 있는 것 같은 사랑하는 아내 김민지와 복덩이 우리 아들 이형진, 밤낮으로 아들을 위해 걱정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장모님과 장인어른, 항상 응원해주는 누나들, 자형들과 처남 부부, 그리고 연구하는 의사로서 저의 멘토이신 외할아버지, 외삼촌을 포함하여 항상 저를 격려해주시는 모든 친척 및 지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