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1) 인간이 아닌 영장류를 이용한 인지과학 분야
제가 하는 분야는 인지과학 (cognitive science) 중에서도 인간이 아닌 영장류 [non-human primate(NHP)], 즉 원숭이를 이용한 뇌 인지과학 분야입니다. 실제로 이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 연구기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재정지원 요구와 그 밖의 다른 요인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자의 수가 다른 분야에 비해서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장류를 이용한 뇌 과학 분야는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가 주로 사용하는 시각을 포함한 감각기관, 손가락과 팔을 비롯한 사지의 움직임을 포함하는 영장류의 운동기관, 주변 물체와 그 복잡한 가치들을 연결하는 영장류의 학습과 기억, 상황과 기억에 따른 주변에 대한 영장류의 환경 적응, 다른 사람을 파악하여 관계하는 영장류의 사회성, 영장류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 더 나아가서는 심리학, 철학, 신학적인 인간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영장류 연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비인간영장류를 이용한 연구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직결되었기 때문에, 분야는 작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되어 왔으며, 이 분야에서 출판된 논문들은 여러 분야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여러 학문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특히, 일본과 미국은 이 분야를 40년 이상 꾸준히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중국이 대규모의 영장류 센터를 만들고, 전 세계에서 많은 인지과학자들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2) 논문에 대한 소개
저는 뇌의 미상핵(caudate nucleus)이 어떻게 물체의 가치를 인지하고, 그 가치에 따라서 행동을 조절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는 파킨슨병이나 헌팅톤병의 장애는 이 미상핵과 조가비핵(putaman)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입니다. 파킨슨병은 아주 오래 전에 알려진 질환으로 거의 100년 가까이 연구를 했지만, 아직도 문제의 원인구조인 미상핵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많지 않습니다. 인간과 원숭이를 포함하는 고등동물의 미상핵은 생쥐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의 미상핵과는 해부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원숭이의 미상핵을 연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 논문에서는 영장류의 '조정되는 행동 (또는 의식적/의도적/자발적 행동)'과 '자동적 행동 (또는 습관/기술 행동)'이 미상핵의 머리와 꼬리를 통한 병렬 연결로 각각 따로 조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미상핵의 머리-조정되는 행동, 미상핵의 꼬리-자동적 행동). 또한, 이 조정되는 행동과 자동적 행동은 각각 미상핵의 머리와 꼬리에 따로 저장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통해서 조절되게 됩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어떻게 물체에 대한 기억을 다르게 저장하고, 어떻게 그 기억에 따라서 다르게 행동을 하는지 말해줄 뿐만 아니라, 파킨슨 증상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미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NIH의 취지는 인간 본질과 질병에 대한 이해를 위해 기초과학 연구를 하는 것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생물학 연구기관입니다. 제가 바라 본 NIH는 큰 연구주제들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저의 멘토이신 Dr. Okihide Hikosaka는 이 분야에서 30년이 넘게 꾸준히 영장류 연구에만 전념하신 분으로, 축적된 경험 앞에서는 저의 얇팍한 지식이 작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소속된 연구소(LSR)에는 팔순이 넘으신 Dr. Robert Wurtz라는 원숭이 연구의 선구자가 계십니다. 이 분과 대화할 때면, 마치 소설에 나오는 현자와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한 경험은 단순히 책이나 머리로 얻을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원로 과학자분들과 같이 대화하고 연구할 수 있는 점은 NIH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뇌 연구를 하면, 실험 결과가 예상한 가설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항상 잔뜩 기대하지만, 다른 결과가 나오면 실망을 하게되죠.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생물학의 묘미이며, 우리의 뇌에 대한 낮은 이해수준을 다시 생각해보고, 항상 겸손하게 자기 지식에 의한 편견을 바꾸고, 실험과 분석을 다시하는 자세를 지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주변에서 비인간 영장류 실험이 어렵다고, 꺼리거나, 방향을 돌려서 다른 연구를 하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또한, 후배들이 저에게 비인간 영장류 실험에 대해 물어볼 때, 저도 선뜻 도전해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이 분야인 것 같습니다. 특히, 과학계에서 좋은 스펙을 빨리 쌓고 싶어하시는 후배들에게 비인간 영장류 실험을 시험삼아서 해보라고 말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라, 논문 속에 담긴 진리에 근접한 내용 자체입니다. 어렵겠지만, 주변 환경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논문을 먼저 읽지 않았으면 합니다. 연구에 대한 생각과 상상을 먼저하고, 그 생각에 맞춰서 논문을 찾아 읽는 것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독특한 연구방향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논문을 많이 읽고 유행에 따라 자동적/고정적인 실험을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과학자라면 새롭고 기발한 생각을 도출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바다달팽이의 신경세포와 생쥐의 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 후 연수과정에서 비인간 영장류 실험을 통한 뇌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분야에 와서 가장 처음 느낀 점은 신경세포 및 생쥐 뇌 연구가 가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의 연구가 영장류 실험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생쥐와 신경세포에서 배운, 세포/분자 생물학적 지식이 영장류 실험에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영장류 실험을 중심으로 한 인지과학이 심리학, 철학, 임상의학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일 것 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축, 즉 뇌에 대한 세포/분자 생물학적 이해와 심리/철학/신학적인 이해는 같이 융합되어야 합니다. 이 융합을 통해서,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향으로 뇌 이해의 돌파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실제로, 영장류 연구분야에서도 PET이나 optogenetics와 같은 분야들을 주축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도 근시안적인 계획으로는 optogenetics와 같은 도구들을 이용하여 미상핵과 도파민 뉴런, 창백핵의 네트워크의 의식행동과 자동행동에 대한 기능에 대해서 더 깊이 연구하려고 합니다. 더 멀게는, 두 연구의 융합을 통해서 영장류 뇌에 대한 더 깊이있는 연구결과를 얻고, 이를 통해서 뇌 전체에 대한 더 포괄적이고 새로운 이해를 하였으면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과학자의 삶은 진리탐구에 있습니다. 이 진리탐구는 비단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는 제한된 물질 세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생각, 사람들과의 관계, 나아가서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도 자유롭게 진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과학과 사회가 발전되고, 정형화될 수록 오히려 사고의 폭은 좁아지고, 자유를 잃게 되는 것을 제 안에서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사고의 자유를 찾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