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의 소개, 동향, 전망 GPCR은 세포 표면 수용체(receptor) 중 가장 큰 부류(family)에 속하며 우리 인체에는 800여 종의 GPCR이 존재한다. GPCR은 세포 밖 신호를 세포막을 통해서 G 단백질(G protein)이나 아레스틴(arrestin)에 전달한다. 시각, 미각, 후각 및 호르몬과 같은 감각정보 역시 GPCR을 통해 뇌에 전달된다. GPCR과 그에 관련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이해는 기초과학자 뿐만 아니라 의약개발의 연구자들에게도 굉장히 관심이 높은데, 그 이유는 GPCR이 생리학적 조절 기능과 질병에 깊이 관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판되고 있는 의약품의 30-40%가 GPCR을 표적(target)으로 삼고 있다.
X-ray 결정학은 GPCR에서 G 단백질로 어떻게 신호전달이 되는 지의 반응기작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2012년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Brian K. Kobilka 교수 group에서 밝힌 β-아드레너직 수용체와 Gs 단백질의 복합체의 구조를 통한 반응기작의 해석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GPCR에서 아레스틴으로의 신호전달 반응기작은 GPCR에서 G 단백질로의 신호전달 반응기작에 비해 훨씬 덜 알려져 있다. 아레스틴은 활성화된 수용체가 G 단백질로 더 이상 신호를 전달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단백질이다. 만일 이런 장치가 없다면 세포는 일단 활성화되면 신호의 계속 전달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록 GPCR과 아레스틴의 상호작용 부위가 연구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상호작용할 때, GPCR과 아레스틴의 구조변화가 어떠한 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까지 여러 종류의 아레스틴의 3차구조가 알려져 있는데, 이들 모두가 비슷하게 N-도메인과 C-도메인에서 각각 7개의 anti-parallel β-sheet들이 loop으로 연결되어 나란히 놓여있다. 아라비아 숫자 3자를 90˚ 회전시켜 놓은 형상으로, 중앙에 두 도메인의 일부가 인터도메인으로 겹쳐져서 연결되어 있으며, 아레스틴의 긴 C-말단(35개 잔기들)이 구조를 안정화 시켜주고 있는 비활성 상태다(그림a). 인산화 되어 활성화된 GPCR의 C-말단이 아레스틴에 결합하게 되면, 비활성 아레스틴을 안정화 시키는 아레스틴의 C-말단은 자기자리로부터 밀려 나가면서 아레스틴이 활성화 상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b).

그림설명. a 비활성 아레스틴-1의 구조(PDB 등록1CF1의 D 분자)와 p44 구조(본 논문의 B 분자)의 리본모델. 비활성 아레스틴의 N-도메인은 짙은 회색, C-domain은 옅은 회색으로, C-말단은 빨강, 중앙의 중요한 룹은 녹색으로 표시하였고, p44는 오렌지색으로 중요 룹은 청색으로 각각 표시하였다. b 비활성 아레스틴-1과 p44 구조의 포개진 그림, C-말단은 차이를 선명하게 보이기 위해 생략하였다. c 중앙의 중심부위를 가까이해서 확장한 그림[이 그림은 이번 논문 (doi:10.1038/nature12133)에서 발췌했음].이번 논문은 비활성 아레스틴을 안정화시키는 긴 C-말단이 잘려진 아레스틴 변형체(spliced variant of arrestin)인 p44를 만들어 결정화시킨 뒤 그 3차 구조를 밝힌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즉 인산화 된 활성화 GPCR에 결합하기 위한 활성직전단계의 아레스틴(pre-activated arrestin)의 구조로 이전에 보고된 비활성 구조와 비교 분석한 결과도 실었다(그림c). 활성 직전단계의 아레스틴의 구조의 특징은,
(1) 비활성 아레스틴과 비교하면, 활성화 직전단계의 아레스틴 구조는 N-도메인과 C-도메 인이 21˚ 회전되어 있다.
(2) 비활성상태의 아레스틴 구조를 안정화 시키는 polar core와 three-element-interaction의 수소결합 연결망(hydrogen bond network)이 활성화 직전단계의 아레스틴 구조에서는 깨져있고, 중앙의 푹 파인 영역에 있는 중요한 수용체 결합 loop인 finger loop, 139-loop 그리고, polar core를 조종하는 것으로 알려진 gate loop(296번 아스파라긴산 - 305번 아스파라긴)들이 재배열하여 수용체와 복합체를 형성하기에 적합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즉 활성화 직전단계의 아레 스틴 구조는 비활성을 유지하려는 제약에서 풀어진 느슨한 구조를 보인다.
(3) 활성화 직전단계의 아레스틴 구조에서는 lariat loop의 중심 부분에 새로운 β-sheet(18번)가 만들어져서, 기존의 β-sheet(8번)와 anti-parallel한 구조를 형성하여, 새로운 수소결합 연결망(hydrogen bond network)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의 구조가 인산화 되어 있는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한다. 흥미롭게도 이 구조는 인산화가 되어 있지 않은 수용체에도 결합하는 β-아레스틴 1의 구조와 유사한데, 이런 유사성이 아마도, 시각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C-말단이 잘려진 아레스틴 변형체가 활성화된 로돕신의 C-말단 부위가 인산화가 되어 있거나, 인산화가 되어 있지 않거나 별 상관없이 결합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라 추측한다.
결국 활성화 직전 단계의 아레스틴의 구조는 활성화된 인산화- 또는 비 인산화 된 로돕신(rhodopsin)과 결합할 준비가 완전하게 된 상태라고 볼 수 있으며, 이 사실이 GPCR 분야의 연구자들이 시각 신호 전달의 조절 반응기작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2. 연구에 얽힌 숨은 이야기X-ray를 이용해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려면 우선, 관심을 두고 있는 단백질의 결정을 만들기 위해 단백질을 다량으로 정제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C-말단이 잘려진 아레스틴의 발현은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 단백질의 정제가 말썽을 피웠다. 단백질이 크로마토그래피 칼럼에서 용출되지 않고 칼럼에 붙어버려서, 관심 단백질을 용출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C-말단이 잘려진 아레스틴 변형체를 용출해 내는 조건을 찾는 데만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겨우 정제가 가능해져서 결정화 실험을 시작하여 결정을 얻어 자료를 수집하여 구조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경쟁 그룹에서 먼저 논문을 발표하여, 우리가 분석한 C-말단이 잘려진 아레스틴 변형체의 구조는 쓰레기통에 버려질 줄 알았다. 그러나 천만다행이도, 우리가 밝힌 단백질의 구조가 경쟁그룹에서 보고한 구조와는 많이 달라서, 왜 그런가를 설명하려고 고민했다. 4000여 가지의 결정화 조건을 screen한 실험노트를 검토해 보니, C-말단이 잘려진 아레스틴 변형체와 파트너 단백질인 옵신(opsin)이 같이 들어 있어야 결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결정(crystal)은 C-말단이 잘려진 아레스틴 변형체만으로 이뤄져 있다. 아무튼 이로써 경쟁 그룹에서 발표한 구조와 우리의 구조가 왜 서로 다른가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우리는 결정으로 확인한 활성 직전 단계의 아레스틴 구조처럼, 비활성상태의 아레스틴을 활성화시키면 같은 구조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용액 상태에서 기능 실험을 1년 이상 수행했다. 구조와 기능실험을 종합하여 이제, 괜찮은 저널에 게재하기 위해 논문을 완성시켜 제출하기 직전에, “엎어진 김에 쉬어 가자”는 심정으로 우리 논문의 결과에 관심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통 크게 네이처지에 예비접수를 시키려고 편지를 써 보냈는데, 편집인(editor)한테서 관심 있으니 논문을 보내달라는 답신이 오지 않는가! 결국 쉽지 않은 심사과정을 -3명의 전문 심사위원들 모두의 긍정적인 평가- 거쳐서, 우리의 연구결과가 드디어, 이렇게 빛을 보게 되었다. 연구결과를 빨리 발표하기 위해 너무 조급하게만 몰아가지 않고, 완벽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매달리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길 수 있구나 생각하니, 푹 꺼졌던 마음을 한 방에 날리고, 그 동안의 마음고생의 보상을 한꺼번에 받은 상쾌한 기분이다.
모두에게 관심 있는 연구주제는 항상 경쟁그룹이 존재하고, 어느 그룹이 경쟁에서 앞설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시각신호전달 조절 단백질인 아레스틴-1과 심장박동 과정을 조절하는 베타-아레스틴-1은 모두가 수용체의 C-말단이 인산화 되면 인산화 된 수용체에결합하여 G단백질의 신호전달과는 무관한 수용체 재생과정의 일련의 반응을 시작한다.
이번 논문은 활성화된 아레스틴의 구조를 보기위해 서로 다른 시도를 하여 같은 결과를 얻 어서 보고하고 있다. 2012년도 노벨화학상을 받은 RJ Lefkowitz와 BK Kobilka 교수그룹에서는 베타-아레스틴(β-arrestin)-1과 결합하는 인산화 된 vassopressin receptor(V2Rpp) C-말단 팹타이드(29잔기) 그리고 항체 Fab30의 복합체를 결정화시켜서 그 구조를 분석하였고, 본 연구팀은 아레스틴-1의 C-말단 35개를 잘라서 결정화시켜서 그 구조를 분석하였다. 독립적으로 수행한 연구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두 아레스틴의 구조가 흡사하여 활성화 상태의 구조를 통해 수용체의 재생 반응기작을 설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이번 두 그룹의 연구결과는 이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3. 연구소 소개2011 년도에 BRIC 한빛사와의 인터뷰에서 소개했던 독일 베를린 훔볼트 의과대학(대학병원 이름: 샤리테) 의학물리 및 생물리학 연구소가 베를린의 중앙역(Hauptbahnhof) 다음 역인 Friedrich Strasse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Ziegel Strasse 5-9번지에 따로 떨어져 있다가, 베를린 중심에 있는 Charite Platz 1번지에 4층짜리 건물을 새로 지어서 이사를 했다. 의학물리 및 생물리학 연구소가 의학 관련 다른 많은 연구소들이 모여 있는 의과대학의 캠퍼스에 함께 자리하면서, 훔볼트 의과대학생들이 실험 가운을 입고 여기 저기 현장학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연구소의 창 너머로 볼 수 있다.
의학물리 및 생물리학 연구소에 새로 부임한 연구소장은 초저온 전자 결정학(Cryo-electron crystallography)으로 리보솜(ribosome)과 같은 거대 생체분자의 구조를 규명하는 40대 중반의 젊지만, 연구 능력이 출중한 Christian Spahn 교수이다. 대략, 40-50 여명의 선임 급 및 박사과정 연구원들이 이 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그 그룹 내에 X-ray 구조 분석 Subgroup이 있다. 이 번 연구는 이 Subgroup member들(김용주 연구원, Patrick Scheerer 박사)과 함께 구조분석을 수행하였다. 훔볼트 의과대학 캠퍼스 내에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Planck-Institute for Human Development-Neuroscience Berlin)도 있어서, 연구소 간 세미나 참석이나 학문교류 및 공동연구 수행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서, 연구 환경이 무척 좋다. 요즈음에는, 우리 교민 2세들이 박사과정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띠고, 이외에도, 한국에서 온,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이나 연구 안식년(sabatical)인 교수님들이 훔볼트 의과대학에 있는 여러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