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3월 3일 자로 발표된 Nature 논문(Mutations in prion-like domains in hnRNPA2B1 and hnRNPA1 cause multisystem proteinopathy and ALS)과 3월 14일 자로 발표된 Neuron 논문(VCP Is Essential for Mitochondrial Quality Control by PINK1/Parkin and this Function Is Impaired by VCP Mutations)은 모두 드물게 발병하는 유전성 질환인 Mutisystem Proteinopathy(MSP)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MSP는 과거에 IBMPFD(Inclusion Body Myopathy, Paget's disease of bone and Frontotemporal Dementia)로 알려졌던 질병입니다. IBMPFD의 원인 유전자로 밝혀진 VCP(valosin containing protein)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IBMPFD에 더불어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2010년에 이루어지면서 IBMPFD-ALS로 잠시 불렸지만 환자가 parkinsonism을 보이고 돌연변이가 hereditary spastic paraplegia도 유발한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병명을 재정의해야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번 Nature 논문과 Neuron 논문이 처음으로 MSP라는 병명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SP라 명명한 이유는 다양한 조직(신경, 근육, 뼈)에 이상이 생기며 그 조직들에 공통적으로 단백질 aggregation이 관찰되기 때문입니다. 이 VCP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가계의 환자들은 위에 언급된 퇴행성 질환 중 한가지를 가지고 있거나 여러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2004년에 VCP가 이 유전성 질병의 원인 유전자로 밝혀졌지만 환자 중 70% 정도만 VCP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Nature 논문에서는 VCP 유전자에는 이상이 없는 두 가족에게서 새로운 두 가지 질병 유전자(hnRNP A2/B1, hnRNP A1)를 밝혀 내었으며 그와 관련한 새로운 발병기전을 제시하였고 실제로 MSP가 아니라 ALS로 진단받은 환자에게도 그 돌연변이가 발견됨을 보고 하였습니다.
Neuron 논문에서는 기존에 알려졌던 MSP 발병인자인 VCP가 미토콘드리아 Dynamics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밝혔고 돌연변이가 생겼을 때 이 과정에 이상이 생김을 보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드문 유전성 질환을 연구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들 유전자(VCP, hnRNP A2/B1, hnRNP A1)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가 보이는 증상은 다른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한 개별적인 유전성 또는 산발적 ALS, FTD, IBM, PFD, HSP 등과 임상적으로는 동일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는 MSP를 일으키는 이들 유전자가 이 모든 개별 질병들을 일으키는 다양한 발병 메커니즘과 연결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MSP 발병 유전자를 연구함으로써 다양한 퇴행성 질환의 공통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Nature 논문에서는 프라이온 유사 메커니즘과 그로 인한 RNA 대사 이상이 이러한 질병군에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Nature 논문의 RNA 대사와 Neuron 논문에서 다루어진 유전자인 VCP 돌연변이로 인한 다양한 이상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또 다른 유전성 ALS 유전자들의 역할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저와 김홍주 박사님은 미국의 테네시주 멤피스에 소재한 St. Jude Children's Hospital의 Dr. J. Paul Taylor 의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St. Jude Children's Hospital에 대해서는 과거에 인터뷰를 하셨던 권창혁 박사님, 이영수 박사님, 김정기 박사님 그리고 장해만 박사님께서 잘 소개해 주셨으므로 생략하고 짧은 일화를 하나 말씀드릴까 합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인터뷰를 하러왔을 때 외국인의 비자 담당업무를 하는 분과도 만날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이 곳 St. Jude에 오기 전에도 어린이 암 전문 병원에서 같은 일을 했다고 합니다. 거기서 일하는 하루 하루가 그 분께는 너무 고통이었다고 합니다.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어린 아이들, 온통 주렁주렁 튜브를 매달고, 짧은 머리에 심하게 말하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그 불행한 얼굴들. 그 아이들을 마주쳐야 하는 그 병원에서의 일상이 너무나 싫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St. Jude로 직장을 옮기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여기 St. Jude에 있는 어린이들은 암에 걸려 있지만 그 아이들의 얼굴에서 희망이 보았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이 힘들고 지쳐보이는게 아니라 여기 St. Jude에서는 나아서 돌아갈 수 있다라는 희망을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합니다. 물론 그분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St. Jude에 있는 환자들도 떠나야 하기도 하고 나아서 돌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돌아보면 그 분의 말씀처럼 St. Jude라는 곳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런 희망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 인터뷰 차 방문하여 상상했던 병원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고 느끼던 참에 그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신게 St. Jude에 와서 연구를 하게되도 좋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보스가 인터뷰 중에 "너도 나랑 같이 일하면 PI가 될 수 있어!!" 라고 한 말은 듣기 좋은 사탕발림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입니다. 짧은 글로 어떻게 그런 희망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가족들의 체류 비용을 포함한 치료 비용이 전액 무료라서? 그 많은 비용이 전부 어디선가 날아온 기부금으로만 이루지는 병원이어서? 관심이 있으신 분은
http://www.youtube.com/watch?v=tUO91nzpuJo를 보시고 잠시나마 그 모든 것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가를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제가 다른 많은 암 연구소를 다녀 본 것도 아니고 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지도 않지만 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으신 분들,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암 연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PI로서든 Post-Doc으로서든 St. Jude가 최적의 장소임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연구활동이란건 그냥 자연이 던져준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심지어는 그 수수께끼를 만들어야 하기도 하지요. 크게 자부심을 느낄 일도 없고 엄청난 보람을 느낄 일도 없습니다. 그저 조그만 수수께끼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고 있을 뿐이니까…… 정답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자랑하고 싶을 때는 있습니다. 문득 예전에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이셨던 박동은 교수님께서 넓디 넓은 바닷가에서 조그만 조약돌 세개를 찾아 들고 미국에서 귀국하셨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오래 전에 쥬라기 공원을 읽고 유전공학과에 입학했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한때는 우리 모두 미래에 Cell Designer가 될거라며 멋진 꿈을 꾸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지금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Cell을 Design 하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에서 연구와 산업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공부를 계속하기로 마음먹고 유학을 나왔지만 큰 줄기를 제외하고 세부적인 것은 그 어떤 것 하나도 제가 계획했던 그대로 이루어진 것은 없었습니다.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어쨌든 미래에 촛점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서 그때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로 제 유학 생활이 채워졌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며 살 것인지 꿈을 계속 쫓을 것인지는 자연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문제일 것입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시고 선택하셨다면 뒤돌아보지 마시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서 그때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결해 나가시다 보면 좋은 결말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월급쟁이로 닭을 잘 튀기는 것(Post-Doc)과 통닭집 사장(PI)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조금은 다른 일이 아닌가 합니다. 닭을 잘 튀기는 것은 기본이고 가게를 운영하는 능력이 부가적으로 더 필요할 듯 합니다. 그 동안 닭 튀기느라 소홀히 한 가게를 운영하는 공부를 조금만 더 해볼까 합니다. 그 후엔 할 줄 아는게 닭을 튀기는 것 밖에 없으니 닭집을 조그맣게 하나 차리려고 합니다. 사실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가 닭은 나름 잘 튀겼는데 장사 수완이 없어서 가게를 닫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 실패를 피해갈 수 있는 능력을 조금이나마 배양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잘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보잘 것 없는 유학생의 아내가 되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오로지 "너와 나" 단 둘인 곳에서 꿋꿋이 버티며 이제 "너와 나 그리고"까지 네명의 가족을 만들어 낸 최은주님과 탄생 그 자체로 우리 가족을 만들어 낸 두 딸 수연이와 수경이에게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항상 지켜봐 주시는 할아버님, 할머님, 외할머님, 장인어른, 장모님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께 언제나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형, 동생, 처남들과 Cell Designer가 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St. Jude에서 일하고 계시는 모든 한인 동료 과학자 여러분들과 그 가족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