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플루엔자는 독감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예방 및 치료를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플루엔자의 예방은 백신개발 및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매년 여러 형태의 변종이 발생하고 있어, 백신처방에는 항상 예방의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플루엔자 감염 후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가능한 항인플루엔자제 개발이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항인플루엔자제는 인플루엔자 표면단백질인 M2 ion channel과 Neuraminidase (혹은 sialidase)의 기능억제물질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물로 제 1 세대 항인플루엔자제인 M2 ion channel blocker (M2B) 가 지난 1950년대 개발되어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처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2005년이후 M2B에 대한 내성 인플루엔자 발생율이 급격히 증가되어 거의 100%에 도달하게 됨에 따라, 미국 질병관리본부 등에서는 M2B계열 약물을 항인플루엔자제로 처방하는 것을 더 이상 권고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후 1990년대초반 제 2 세대 항인플루엔자제인 Neuraminidase 저해물질 (NI)이 상용화되어 타미플루 혹은 렐렌자라는 이름으로 현재 처방되고 있습니다. 제 2 세대 항인플루엔자제는 Neuraminidase에 대한 Competitive inhibitor로 알려져 있으며, 효소의 기질이 되는 Sialic acid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처음 처방된 이후 2001년 일본에서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 인플루엔자 발생율이 16%에 이를 정도로 높은 빈도를 나타내었으며, 현재 타미플루로 치료되지 않는 인플루엔자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 약제 내성 인플루엔자에 처방이 가능한 차세대 항인플루엔자제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나, 제 2 세대 항인플루엔자제 개발모형인 기질 혹은 기질의 가수분해 단계인 transition state와 구조적 유사성을 갖는 물질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타미플루와 렐렌자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에 있어 거의 한계에 와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저희 연구진은 새로운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Neuraminidase의 효소작용기작에 근거하여 효소와 공유결합을 형성함으로서 반영구적으로 효소의 기능을 차단할 수 있는 물질 모형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는 효소학적 메커니즘 규명 및 세포단계, 그리고 감염동물모형에서 치료효능까지 검증하게 되었고 이러한 결과들이 위 논문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타미플루 및 렐렌자 내성 인플루엔자들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차세대 항인플루엔자제의 분자설계에서부터 동물모델 검증까지 체계적인 결과들을 제시하며, 추가 개발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최근 Vavrikca 등이 Nature 지에 게재한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연구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효소 작용기작에 근거한 새로운 치료물질의 개발 가능성을 다루면서, 차세대 항인플루엔자제가 가능할 것으로 제시한 점은 저희와 같은 결과입니다. 이와 같이, 차세대 항인플루엔자제는 효소 메커니즘에 근거한 공유결합형 물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캐나다 브리티쉬콜럼비아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대학은 BBC선정 세계 100대 대학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정도로 연구역량이 높은 학교입니다. 특히 Nobel 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생화학과 분자생물학쪽은 그 업적 또한 상당한 수준입니다. 저는 본 대학의 화학과의 Dr. Withers 박사 연구진과 함께 2006 ~ 2009년까지 항인플루엔자제 개발을 위한 분자설계와 개발연구를 수행하였고, 특히 Dr. Withers 박사팀은 당 가수분해효소(Glycosidase) 혹은 당 합성효소 (Glycosynthase)등 당과 관련한 효소의 메커니즘 규명 및 여러 기능탐색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Dr. Withers 연구진은 3개의 Lab을 운영하고 있으며, 화학물질 설계 및 합성 연구실, 재조합단백질 개발연구실, 그리고 High-throughput Screening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연구실에는 Junior phD를 위한 수십년 경력의 Research associate를 두고 있어, 저와 같은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협력과 연구실운영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실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LC-MS/MS, MALDI-ToFMS등을 갖추고 있고, 24시간 운영되는 NMR 운영시스템, Mass 운영시스템등 저분자 물질에서 부터 고분자 단백질까지 실시간 분석이 가능한 운영체계를 화학과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Dr. Withers 연구진만 20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의 연구진을 구성하고 있으며, 동 대학내 X-ray 단결정분석이 가능한 시스템과, PET 영상진단분석을 위한 연구네트워크를 인근 병원과 구성하고 있어 유기생화학 및 분자생물학등 연구환경에 있어 최고의 시스템과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요즘은 연구의 분야가 화학/생화학/분자생물학/독성학등 예전과 달리 분야간 융복합이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인 개념 정도는 늘 공부하고 자기관리를 할 때 좀 더 파급효과가 큰 연구결과들을 얻을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정도만해도 적당한 논문이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조급해하기도 하고, 또 잘 알지 못하는 타 분야와 연구를 같이 하게 되면 힘들어 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문을 준비하면서 신약개발과 같이 복합학문이 필요한 분야만큼은 내 것을 조금 내려놓고 오로지 연구결과에 집중하다 보면, 기대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한국인의 해외유학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대학들도 많이 있지만, 유학을 선택하신 후배님들과 준비생들에게 한가지만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외국에 계시면서 지역 이민자분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이 잘살아서인지 아니면, 한국학생들이 게을러져서 인지 예전에 비해 너무 물질중심적이며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고,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얼마를 투자하여 유학을 준비하는지는 모르지만, 처음 마음가짐 보다 더 한국인답게 유학기간 동안 꾸준히 자기관리 철저히 하며, 외국인들과 인적 네트워크 구성도 잘 하셨으면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가수분해효소 메커니즘 기반연구 결과를 토대로 현재, 천연물 복합체에서 우수 기능성물질 스크리닝기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Fluoride-isotope을 이용한 PET활용 암진단기술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연락드릴 때 모른 척 마시고 도와주시길 미리 부탁드립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의 이번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7년 이상을 기다려온 것 같습니다. 연구자에게 성과라는 지표가 달성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불안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저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인 경상대학교 박기훈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포닥연구시절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UBC 포닥 동문님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지난 힘든시간을 같이 이겨내 준 아내와 가족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