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논문은 자연에 존재하는 동·식물들의 기능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삶에 유용한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생체모방(Biomimicry 또는 Biomimetics)분야에 해당하는 것으로 저는 북아메리카 호저(North American porcupine) 가시(quill)의 의료적 응용가능성에 주목하여 북아메리카 호저가시가 조직(tissue)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자세히 탐구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가시를 모방한 biomedical prototypes을 만든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북아메리카 호저는 몸에 약 30,000개의 가시들을 가지고 있고, 이를 포식자들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자기방어 수단으로 가시를 활용하는 다른 포유류들, 예를 들면 고슴도치, 바늘두더지, 아프리카 호저들의 가시의 경우 표면이 굉장히 매끈하고 아무런 구조가 없는 것과 달리 북아메리카 호저가시의 끝 부분 4mm (혹은 그 이상)의 표면에는 마이크로 크기의 backwards-facing barbs이 있다는 점입니다. Barb구조로 인해 북아메리카 호저가시는 포식자 조직에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 나오지 않습니다. 저는 북아메리카 호저가시와 조직 간의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힘들을 측정하였는데, 흥미롭게도 barb구조를 가지는 북아메리카 호저가시가 barb구조를 없앤 북아메리카 호저가시에 비해 조직에 쉽게 침투하면서도 강한 조직접착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즉, barb구조를 가지는 가시는 약 50% 적은 힘으로도 조직에 쉽게 침투하면서 4-5배 높은 조직접착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호저가시가 두 가지 성질들을 가질 수 있는 핵심은 barb구조에 있습니다. 가시가 조직에 침투할 때, barbs에 힘이 집중 (stress concentration)될 수 있어서 가시가 조직 섬유질들(tissue fibers)을 쉽게 찢고 들어갈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그냥 민민한 칼(straight-edged knife)보다 톱니 모양을 가지고 있는 칼(serrated knife)을 이용할 때, 적은 힘으로 새우 등의 갑각류를 잘 자를 수 있으면서 자른 면이 깨끗한 것과 흡사합니다. 조직접착력의 경우, 가시가 조직으로부터 나올 때 barbs이 조직 섬유질들과 맞물리기(interlocking)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조직과 상호작용 시 특정영역의 barbs이 각각 조직침투력과 조직접착력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가시의 끝 부분에서 2-4 mm barbed 영역이 조직침투력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끝 부분의 첫 1 mm의 barbed 영역이 조직접착력에 큰 기여를 하는 동시에 0-2 mm 영역과 2-4mm 영역은 함께 barbs이 존재함으로써 조직접착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호저가시를 모방하여 적은 힘으로도 조직에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의료용 피하바늘과 수술 시 사용하는 봉합선 및 스테이플을 보완 혹은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테이프 형태의 조직접착제의 prototype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들은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조직과의 기계적 맞물림(mechanical interlocking)만으로 조직접착력을 가질 수 있는 접착제의 개발 및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몸에 들어가야 하는 투관침(trocar), vascular tunneler 등 의료 기기 및 장치들의 디자인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결과는 2편의 특허로도 출원된 상태이며, 현재 후속 연구는 하버드 의대의 여러 의사들과 의료장치 및 기기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어느 분야로 집중해서 첫 응용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방향을 설정하고 진행 중에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메사추세츠 공대(MIT)의 Harvard-MIT Division of 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HST) 소속으로 로버트 랭어 교수님과 제프 카프 교수님 두 분의 공동지도를 받으면서 이번 연구를 두 연구실들 팀원들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먼저 MIT 랭어 교수님은 약물전달학과 조직공학의 선구자로 현재 연구실은 구성원이 100명이 넘을 정도로 큰 규모로 구성되어 있고 약물전달학, 조직공학, 새로운 바이오 재료 개발, 의료 장치 및 도구 개발 등 바이오공학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랭어 랩의 장점은 새로운 과학적 사실의 발견과 이해 혹은 아이디어의 실험적 증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료분야에서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고 제안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한 동료들도 꽤 많습니다. 구성원 숫자에서 보듯이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지식들을 융합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제프 카프 교수님은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 중 하나인 브링엄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소속으로 현재 브링엄 여성병원에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부교수 승진을 할 정도로 매우 촉망 받는 젊은 교수 중 한 명으로, 연구실은 생체모방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공학, 기능성 바이오 재료 개발, 그리고 사람의 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과 관련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랭어 교수님 연구실과 마찬가지로 카프 교수님 연구실 또한 의료분야에서 요구하는 실질적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여 환자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고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연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위과정부터 포스닥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제 스스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자연현상 및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왜 라는 의문을 품은 채 끊임없이 탐구하고 정진하는 것,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포기하지 말고 시작할 때의 뜨거운 열정을 마지막 단계까지 유지하는 것, 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많은 동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눠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를 수행하면서 참 많은 브레인스토밍 시간들을 가졌는데, 때로는 우연한 기회에 가진 브레인스토밍에서 제가 오랜 시간 동안 찾지 못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었습니다. 또 도전 정신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앞으로 더 성장을 해야 하겠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이야 말로 제 가슴에 열정을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일이 너무 안 풀려서 좌절할 때도 있지만 순간순간의 노력이 쌓여서 결론을 얻고 논문의 형태로 완성되었을 때 혹은 제 연구가 다른 분들의 연구에 인용되어 작게나마 도움이 될 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제가 하고 있는 혹은 수행할 연구가 실제 상용화되어 사람들에게 쓰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즐겁고 보람될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체모방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공학 분야는 특정 한 분야 전공자들만으로는 자연계가 가지고 있는 흥미롭거나 유용한 기능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과 유기적으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하나의 팀으로써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느 바이오공학 분야처럼 현재 의료분야에서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점들의 해결에 초점이 맞춰 있기에 평소 의료분야에서 실제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논문 및 특허들로 마무리하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들에 대한 구상과 포스닥 이후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기 위해 지원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학사, 석사, 박사를 화학분야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뒤에 바이오 의료공학 분야로 포스닥을 와서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데 두 분의 교수님들의 지도와 함께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팀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논문 발표는 정말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12월 중순,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입니다. BRIC 구성원 여러분 모두 따뜻하고 즐거운 연말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