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분야는 알코올성 간질환입니다. 과거에는 알코올성 간손상이 단지 간세포에서 과도한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생긴 유독성 부산물 (주로 아세트알데하이드나 활성산소)로 인해 야기되는 것으로만 이해되었는데, 최근에는 알코올로 인한 초기 간손상이 상당 부분 과도한 면역활성반응에 의한 염증반응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간에는 상당히 많은 비율로 선천성 면역세포들이 존재하는데 아직까지 그들의 구체적인 기능이나 존재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알코올성 간손상과 관련해서 최근 간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선천면역세포인 쿠퍼세포 (kupffer cell)와 아직 그 기능이 잘 알려지지 않은 간성상세포 (Hepatic stellate cell)의 과도한 활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은 주로 Toll-like receptor (TLR)-4의 활성으로부터 시작되고, 쿠퍼세포에서 TNF-alpha의 분비와 간성상세포(HSCs)에서 분비되는 엔도카나비노이드 (2-AG)에 의해 지방간염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두 세포의 TLR3가 동시에 활성화 될 경우 특징적으로 항지방간염 인자인 Interleukin-10의 분비가 증가되어 간손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본 논문을 통해 처음 밝혀졌고, 이는 새로운 알코올성 간질환의 치료 타겟으로서 TLR3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선천성 면역수용체간의 경쟁적 활성을 통한 알코올성 간손상을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는 앞으로 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선천성 면역세포들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연구하는데 하나의 방법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저는 사실 치과의사입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치과의사가 간질환을 연구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처음엔 제 전공분야와 일치된 연구실을 찾기 어려워서 나름 고민하고 선택한 곳이 지금의 실험실인데, 주변 교수님들과 심지어 지도교수님도 제가 간질환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동기부여가 되어서 연구를 잘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처음엔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학문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길에서 만난다"는 소신을 가지고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같은 의학분야이니까 뭐든지 열심히 하다 보면 될 거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했습니다. 만약 지금 논문을 못쓰고 졸업을 고민해야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치의학 분야보다 간질환 연구에 더 친숙해서 아주 가끔은 의과대학 소화기내과로 가서 연구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제가 속해있는 실험실은 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의 간질환연구실 입니다. 지난 2008년 12월 수의병리학을 전공하신 정원일 교수님이 미국립보건원(NIH) 박사 후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개설하였고, 이제 횟수로 4년 차가 되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의학, 치의학, 수의학, 식품공학 등 다양한 배경지식을 가진 학생들이 대학원 과정 또는 연구원 자격으로 의과학분야의 융합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간섬유화 및 간경변, 간암과 같은 다양한 간질환을 비롯해 비만 및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을 주된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임상과 기초를 연계하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여 임상과 기초 생명과학 연구를 매개할 수 있는 M.D./Ph.D.를 육성하려는 기본목적을 갖고 2004년 설립된 곳으로 열 두 분의 담당 교수님들의 땀과 열정 어린 노력으로 현재는 훌륭한 연구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으며, 기초 의과학분야 연구에 흥미를 가진 많은 의사학생들이 입학하여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임상을 매개로 한 기초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훈련 받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사람들은 흔히 카이스트 하면 그냥 삭막하게 혼자 앉아서 밤낮없이 공부만 할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와보면 학교도 넓고 조경도 잘 되어있으며, 각종 체육시설과 인프라,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함양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사회문화행사를 연중 끊임없이 제공해 학생들의 여가생활은 물론 다양한 자기계발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단 한 번 와보시면 압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이 곳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처음 본격적으로 기초학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사실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데에만 익숙한 저에게 연구실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특히 연구를 하는 전체 과정은 복잡하고 정교해서 결코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점이 많이 당황스러웠고, 실수를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감이 항상 있었기에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방황할 틈을 주지 않으시는 지도교수님의 스파르타식 지도 덕분에 실험과정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무수한 정신적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금도 여전히 가장 두렵고 어려운 일인데 어떤 데이터가 나왔을 때 이것이 positive 한 것인지 negative 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제 식견이 짧아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 다른 기술습득 능력과는 달리 익히기가 어렵습니다. 그 때마다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주신 지도교수님 덕분에 지금까지 잘 해온 게 아닌가 싶어서 항상 마음속으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독립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면 제가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어 요즘은 그 부분을 신경써서 연구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임상을 전공한 치과의사로서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고되고 보장되지 않는 길을 선택한다는 데에 대한 부담이 없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지난 4년간의 연구활동에 대한 제 자부심입니다. 실패할 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임했던 마음가짐도 일조를 한 것 같습니다. 또 의과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기초학 분야에 매진하는 치과의사들의 수가 턱없이 적은 현 시점에서 어떤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한편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 말고 또 다른 치과의사들이 하나 둘씩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해 같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학교에 오기 전에 진학상담을 요청했을 때 제가 새로운 길을 먼저 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최초의 치과의사 학생으로 주변의 일부 걱정 어린 시선과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연구에 쏟았는데, 이렇게 좋은 연구로 보상받아 뿌듯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미 미국 등 과학기술 선진국에서는 많은 의사과학자를 배출시켜 의학과 관련한 우수한 연구결과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같은 세계적 조류에 맞추어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과 같은 의사과학자 전문양성기관이 많이 설립되고 있는데,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임상과 기초연구 능력을 두루 갖춘 의사과학자들이 점차 증가한다고 봤을 때 좋은 연구여건과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양성기관에 소속되어 연구를 진행한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가 속한 치의학 분야에서도 의과분야와 마찬가지로 연구능력을 갖춘 치과의사들이 지금보다 분명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임상을 전공한 치과의사이면서 동시에 기초의학분야의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다면 틀림없이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고 또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금이라도 관심과 흥미가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기꺼이 부딪쳐보는 도전정신을 발휘해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우선은 학위과정을 마칠 때까지 지금까지 맡아서 하고 있던 프로젝트와 추가연구를 어느 정도 잘 마무리 해서 뒤이어 연구를 하는 사람이 빠르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대학원 과정에서 간질환과 관련된 연구를 이곳에서 진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얻었습니다. 이 곳 간질환 연구실에서 갈고 닦은 소중한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치의학 분야의 연구주제를 접목시켜 향후에는 지금까지 명확한 기전이 설명되지 않았던 각종 구강점막질환과 타액선(침샘) 질환에 대해 연구를 해보고 싶은 것이 지금 제 바램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저를 믿고 많이 이해해준 아내와 곧 태어날 우리의 첫 아이 토실이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느라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같이 많은 시간을 있어주지 못한 점이 늘 마음이 쓰였는데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아들을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누나들, 남동생, 매형들과 제수씨, 그리고 사랑스러운 다섯 조카들에게도 옆에서 많은 힘이 되어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공의 시절 항상 따뜻한 격려를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 모교 전북대학교 치과대학의 서봉직 교수님과 이경은 교수님, 사랑하는 구강내과 의국 선생님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카이스트에서 동고동락하면서 부대꼈던 의과학대학원 동기들과 친구들에게 고맙고, 무엇보다도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는 실험실 식구들 양권이형, 현승이, 영선이, 혁수, 소연이, 원효 선생님, 그리고 은영이에게 고마운 제 마음을 표합니다. 애들아 지금까지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 그리고 나 아직 졸업하려면 몇 개월 더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참고 같이 놀아주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