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 논문은 마우스 배아줄기세포 (mESC)를 혈관으로 분화배양 시킬 때, 저산소상태에서 일정 시간 노출시킨 후에 (hypoxic-priming) 분화를 시키면, 혈관분화가 현저하게 촉진된다는 것이며, 그 조절 메커니즘을 밝힌 것입니다.
저산소 미세환경 (hypoxic microenvironment)은 정상적인 배아 발달과정 (embryonic development)동안 중요한 미세환경으로 작용함이 알려져 있고, 특히 혈관 발생에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산소 조건에서의 줄기세포의 특성에 대한 연구들은 많이 진행되어 왔으나, 줄기세포의 분화가 억제된다, 아니다 촉진된다, 라는 상반되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hypoxia 라는 미세환경을 이용하여, 줄기세포의 분화 유지 또는 촉진, 어느 쪽 방향이 되던 줄기세포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조절 기전을 찾아보자, 그리고 이를 통해 특정 세포로 분화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mESC를 embryoid body (EBs)형태로 만들고, hypoxia-priming을 한 EBs는 중내배엽 (meso-endoderm)으로 분화의 방향성을 가졌으며, 혈관으로 분화시키기 위한 cytokine의 공급이 없는 혈관분화배지 조건에서도 혈관계 세포로 현저하게 분화가 촉진됨을 입증 하였습니다.
사실,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는 과정에서, 줄기세포능을 유지하는 OCT4가 HIF1 에 의해서 감소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는데, 문헌을 검색하던 중에 우리와 상반된 결과를 제시하는 논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Covello et al., Genes Dev. 2006). 이 논문에서는 OOC4가 HIF1 의 영향은 받지 않고, HIF2에 의해 증가한다고 하여, 이 부분을 검증하기 위해서 정말 수많은 실험을 반복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된 실험에서도 HIF2는 전혀 영향이 없고 HIF1에 의해서 OCT4가 감소하기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기존의 논문과 상반된 결과 때문에, 본 연구를 투고했던 몇몇 저널에서는 논문이 reject 되어서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우리와 상반된 기존 논문을 명시하고, 우리의 결과를 입증하기 위해 다각도의 실험들을 수행하여 그 결과를 제시하였고, 그 결과 EMBO Mol Med의 reviewer로 부터 "상반된 논문을 숨기지 않고 논의 (The upfront discussion of contradictory findings in the field)" 한 점에 대해 좋은 평가도 받고 논문이 채택되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순환기내과는 기초 연구와 기초 연구 결과를 임상에 접목하는 중개 연구 (translational research)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 선도형 세포치료 연구사업단 (Innovative Research Institute for Cell Therapy ;IRICT)의 연구진으로써 차세대 재생의학 분야의 핵심인 세포치료에 관한 다각도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체 및 배아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 (iPS) 연구와 vascular biology에 관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초연구에서부터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집약화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연구가 좋고, 학생들과 교감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자신의 연구가 인정을 받아서 좋은 저널에 발표가 될 때에는, 관련분야 학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 되어 뿌듯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결과들을 얻을 때와는 다르게, 저희들이 준비하고 실험중인 내용들이 공교롭게도 다른 연구팀에 의해 먼저 보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기도 하지만, 나의 연구가 틀리지는 않았구나 라는 작은 위로와 함께 앞으로는 추월 당하지 않도록 다시 속도를 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가장 뿌듯한 것은, 졸업한 학생들에게서 연락이 오거나, 찾아올 때입니다. 그리고, 석사만 하고 졸업하겠다던 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연구가 흥미롭고 행복할 수도 있다고 느꼈다면서 박사진학을 하고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할 때는 정말 보람이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수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한빛사 코너의 인터뷰에서 많은 과학자분들이 언급하셨듯이 본인이 즐거워야, 반복적이고 따분할 수도 있는 힘든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조언을 드린다면, 끈기이고 인내심입니다. 실험이 너무 힘들고, 가설대로 나오는 결과보다 그렇지 않은 결과가 더 많아서 벽에 부딪치고, 돌아가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만 나오는 과학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설을 변경하면 됩니다. 그래서 가설인 것입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무언가라도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결과가 예상과 다를 경우에는 지금까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이며, 이런 미지의 사항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새로운 가설을 유도할 수 있는 결과물들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멋진, 과학의 참맛일 것입니다. 아인슈타인도 "내가 아주 똑똑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오래 물고 늘어져서"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학생들에게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항상 당부하고 있는 말인데, 생각이 정형화 되지 않길 바랍니다. 연구에 있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린 사고를 하면 좋겠습니다.
과학자의 길이 험난하지만, 미래의 동료로써 그 길 위에서 만나게 되기를 ……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동양 사상의 음양이론, 즉 조화 (harmony)의 관점에서 세포들을 이해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주변 microenvironment 또는 이웃한 세포들과의 소통을 배제하고 단독 세포 자체만을 연구하는 것 보다 실제 우리의 생체를 이해하는데 더 가까울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여 이 논문 또한 제가 예전에 발표한, 뇌혈액관문 (blood-brain barrier; BBB)의 형성이 산소 농도 microenvironment에 조절 받는 현상과 그 기전을 밝힌 논문 (Nature Medicine, 9(7): 900-906, 2003; 본 논문의 요약문 Nature Medicine, 9(7): 828-829, 2003)의 개념적 연장선상에 있는 논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도 최근 동양적 사상과 생활방식에 대해 관심들이 많습니다. 연구에 있어서도 서구의 흐름을 무작정 쫓기 보다는, 우리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동양적 사상을 배제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우리들만의 관점을 하나의 장점으로 발전시키면 정말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러한 관점으로 계속 연구를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기존의 과학과 타협하지 않도록, 자신의 과학을 위해 항상 깨어 있도록 노력합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