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말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가 학부때 처음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Dr. James Bliska (Stony Brook University)의 랩에서 역병을 일으키는 Yersinia pathogenesis를 공부하면서였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리고 우리 인간보다 훨씬 단순한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체가, 우리의 면역체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Harvard Medical School에 박사 과정으로 입학한 후에, 미생물학수업 중에 Roberto Kolter 교수님께서 ‘우리는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pathogen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사실 인간에게 해로운 박테리아는 극히 소수이며,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박테리아는 아주 많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저는 이 강의에 깊은 감명을 받고, 하버드에서 commensal (공생)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몇 안되는 랩 중의 하나인 Dennis L. Kasper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제 연구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들의 면역 시스템이 박테리아와 얼마나 가까이 진화했나? 즉, 박테리아가 전혀 없는 무균 mouse에 타 동물의 박테리아를 장에 인위적으로 주입하면, mouse의 면역 기능이 향상될 수 있을까? 예상했던 바와 같이, 무균 mouse에 mouse microbiota (MMb) 넣었을때는 mouse의 장속에 T림프구가 증가하는 것을 봄으로써, 면역 시스템이 강화됨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MMb mouse들을 살모넬라 병원균으로 감염을 시켰을때, 살모넬라 균들이 MMb mouse에서는 거의 번식할 수 없었습니다. 그 만큼, MMb mouse는 면역 기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봅니다 . 아주 놀랍게도, 무균 mouse의 장속에 human microbiota (HMb)를 주입했을때는, 주입된 박테리아의 수가 많고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mouse의 면역 기능이 강화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HMb mouse들을 살모넬라로 감염시켰을때, 이 마우스들에서는 살모넬라 균들이 잘 번식했으며, mouse들은 건강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를 재 확인하기 위해, 다음에는 rat microbiota를 무균 mouse의 장에 주입했지만, 이 역시, mouse의 면역 기능을 강화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즉, 이 실험들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아주 특정한 박테리아와만 진화해왔다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mouse의 면역 기능은 mouse 박테리아를 인식할 수 있게 진화해왔고, 인간의 면역 기능은, 인간의 박테리아를 인식할 수 있게 진화해왔다고 예상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널리 알고 있듯이 선진국에서 팽배한 천식, 아토피, 알레지, 당뇨병, 장질환등은 우리의 면역기능의 이상에서 오는 질병들입니다. 이렇게 위생 환경이 좋은 선진국에서 이러한 면역 관련 질병들이 증가하는것을 보고, 학계에서는 예전부터 Hygiene Hypothesis라는 중요한 학설을 내 놓았습니다. 이 학설은 면역기능 관련 질병들의 증가 원인이 우리가 점차 박테리아에 노출되는 정도가 적어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합니다.
이번 연구는 현재의 Hygiene Hypothesis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즉, 우리가 불특정 다수의 박테리아 적게 노출되어서가 아니라, 우리 몸에 좋은 그리고 우리가 같이 진화해온 ‘특정한’ 박테리아들을 잃고 있어서 우리의 면역기능에 이상이 올 수 있다고 제시해봅니다. 더 나아가, 현대의 항생제 남용, 깨끗환 환경, 그리고 가공 식품에 의존하는 음식 환경이 우리와 진화해온 이로운 박테리아들을 위기에 처하게 하는것이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또한, 의학계에 새로운 질문들을 제시합니다. 즉, 인간의 면역 기능에 중요한 박테리아는 어떤 종류의 박테리아며, 천식이나 아토피, 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어떠한 이로운 박테리아를 잃고 있는 것일까요? 이 질문들은 앞으로 우리가 풀어가야할 숙제들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박사 학위 공부를 6년 동안 했던 Harvard Medical School은, 제가 이제껏 다녔던 학교중에서 가장 길게 다녔던 학교가 되어서인지 미운정 고운정이 든것 같습니다. 하버드에는, 수 백개의 연구실 들이 있으며, 순수 생물학부터, 공학, 역학 (epidemiology), 의학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연구실들도 아주 많습니다. 게다가, 하버드 내외에서 초대된 세계 최고의 연사들의 세미나를 손 쉽게 들을 수 있다는것은 하버드가 저에게 준 최고의 값진 경험이였습니다. 또한, 박사 과정 후에, 포스닥이 아닌, 컨설팅, 법률 회사, 벤쳐 회사,제약 회사, 아니면 정부 정책기관 취직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과 포스닥들을 위한 정보도 풍부합니다. 예전에 박사 과정 신입생에게 Harvard Medical School은 정글과 같은 곳이라고 제가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기회와 자원은 참 풍부한 곳인데, 그것들을 찾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손발을 걷어부치고 찾아나서야 하는 곳인것 같아서 정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누군가가 항상 친철히 길을 안내해 주지는 않지만, Harvard Medical School만큼 다양한 기회들이 존재하는 곳은 드문것 같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이제 막 박사를 받아서, 아직 시행착오도 많고, 많이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이미 정립된 theory라도 그것에 끊임없이 물음을 제기하고, 그 theory가 언젠라도 바뀔 수 있다는 용기 있는 마음가짐으로 연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T cell specificity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고 계신 교수님들중에 한분이신 Philippa Marrack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교수님 강연중에 기억에 남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30년 전에 연구를 시작 할때와 현재 연구를 비교할때, 무려 30년이나 지났고 우리의 T cell에 관한 지식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기본적으로 ‘T cell specificity는 어떻게 정해지는가?’라는 연구 질문은 여전히 똑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만큼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theory 속에는 아직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고, 자기 자신의 연구결과에도 끊임없이 물음을 제기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하시는것 같았습니다. 참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신다면?
제가 유학 생활을 오래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2001년에 미국에 유학을 왔는데요, 요즈음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한국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세계적인 스타가 된 김연아에 열광을 하고, k-pop의 선두주자 소녀시대 매일 밤 열심히 응원합니다.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 영화가 최고인것 같다고 말할 때는 너무 흐뭇합니다. 제가 미국에 온 2001년만 해도, 이렇게 한국 문화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에 퍼져나간다는 것을 사실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근데, 이렇게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한류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엉뚱한 애기를 하냐면, 언젠가는 ‘바이오 한류’ ‘신약 한류’등등의 말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바램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상을 하다보면, 자극이 되고, 정말 더 열심히 연구해야지라는 생각이듭니다. 생명과학이란 분야가, 특히 현재 한국인으로서 도전해볼 만한 분야인것 같고요, 힘든 만큼, 보람도 크지 않을까요?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2012년 9월 부터 Rockefeller University에서 Dr. Charles Rice 교수님의 랩에서 post-doc을 시작합니다. Rice 교수님 랩에서는 RNA 바이러스와 innate immunity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될것 같습니다. 제가 기존에 공부했던 박테리아와는 상당히 다른 분야라, 새로운 연구를 하게 된다는것에 사실 걱정도 조금 되지만, 많이 설레이고 기대가 큽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너무 존경하는 Dennis L. Kasper 지도 교수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중에 충격적이고, 뜻 깊었던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교수님과 미팅 중에 앞으로의 실험계획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데, 데이타를 바라보고 있는 제 표정이 좀 혼란스러워 보였나봅니다. 교수님께서, 저를 보시더니 “우리 아버지가 나한테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어. 너 한테도 이 말을 해줘야 겠어. KISS!” 이러시는 겁니다. 저는 제가 잘못들은지 알고 “KISS?”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장난스럽게 웃으시면서 “keep it simple stupid (KISS, 단순하게 생각해 바보야)” 이러시는 겁니다. 그 때부터 저는 휴대폰과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how to simplify”라고 적어놓고 다녔습니다. 과학자로서 평생 제가 세겨 들어야 하는 말인것 같습니다. 교수님 여러가지로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과, 남편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