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유전정보의 전달원리로 DNA→RNA→Protein으로 연결되는 central dogma는 생물학을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많이 들어온 이론으로 생각됩니다. 그 이후에 단백질들에게 생겨지는 일차적인 여러 가지 변화들, 예컨데 단백질의 인산화 (phosphorylation), 수모화 (sumoylation), 유비퀴틴화 (ubiquitination), 아세틸화 (acetylation) 등의 일련의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 또한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단백질의 일차적인 PTM이 모든 단백질의 기능을 제어하는 수단이 아니라, 일차적 PTM 이후 생겨지는 이차적인 단백질의 변형 (PTM)이 실질적인 단백질의 활성 조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혁명적인 사건중의 하나로, 단백질의 일차적인 인산화 이후, 인산화된 단백질에 결합해서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켜 세포 내 활성 및 기능을 조절하는 Pin1이라는 이성질화 효소가 (isomerase) 최근 활발하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현재 두 분만이 연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 실험실에서 그리고 제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내용 중의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Pin1 이성질화 효소에 관한 연구인데요. Pin1에 대해서 약간 상세하게 설명을 드리면…
단백질에서 일어나는 일차적인 PTM 중, 프롤린 (proline) 바로 앞에 있는 세린 (serine) 또는 트레오닌 (threonine) 잔기 (Ser/Thr-Pro)의 인산화 (phosphorylation)는 세포의 증식과 분화와 같은 다양한 세포 과정에서 중요한 세포 신호전달 기전이며, 이러한 인산화의 조절에 이상이 생기면 암 (Cancer), 면역질환 (Immune disease), 알츠하이머병 (Alzheimer's disease)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단백질의 인산화에 대한 연구동향은 어떠한 신호전달 경로가 인산화 또는 탈인산화 (dephosphorylation) 반응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kinase와 phosphatase를 찾거나 혹은 이들의 타겟발굴 및 인산화 부위를 알아내는 데에 맞춰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특정 단백질의 인산화된 Ser/Thr-Pro 부위에 결합하여 단백질의 구조변화 및 기능 조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릴 이성질화효소 (prolyl isomerase) Pin1이 발견되어, 많은 그룹에서 왕성하게 연구하고 있는데요. Pin1에 의한 구조 변화는 기질 단백질의 촉매작용, 탈인산화, 단백질 상호결합, 세포 내 위치와 안정성에 영향을 주어 세포주기나 유전자발현 등의 세포 대사에 영향을 주며, 이러한 Pin1 기능의 이상은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합니다.
택솔 (Taxol)과 빈크리스틴 (vincristine)과 같은 뛰어난 항암 약물치료제는 암세포의 세포사멸을 유도하지만, 몇몇 종양은 항암치료를 마친 후에도 지속적으로 생존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실과 관련하여 최근 Nature (Nature 471, 110-114, 2011 and Nature 471, 104-109, 2011)에 게재된 두 편의 논문에서 종양치료 시 화학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밝혀내어 보고하고 있습니다. 두 연구그룹에서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는 사실은,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 MCL1이 화학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유도하며, 항암 단백질인 Fbw7 E3 ubiquitin ligase complex가 MCL1 단백질을 파괴하는데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인데요. 그렇지만 30%의 T-ALL (T-cell acute lymphoblastic leukaemia) 및 유방암, 결장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세포에서 Fbw7의 발현억제 및 돌연변이에 (mutation) 의해 세포사멸 억제 단백질인 MCL1 발현이 증가되어 있고, MCL1의 과발현에 의해 Taxol과 같은 항암제에 의한 세포사멸이 억제되어 암세포가 파괴되지 않고, 항암제에 대한 저항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 두 그룹을 포함한 많은 그룹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분야는, 암세포에서 Fbw7의 항암 유전자로서의 (tumor suppressor) 기능 및 이의 하위 타겟단백질을 (down-stream target) 발굴하는 것이었으며, 어떠한 신호전달체계 조절을 통하여 암에서 Fbw7 단백질 발현이 억제됨으로써 MCL1의 발현이 증가하게 되는가에 대한 상위단계의 (upstream signal) 연구는 보고된 바가 없었습니다.
제 논문에서는 항암단백질인 Fbw7을 상위레벨에서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유전자에 대한 최초의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여러 암종에서 과발현 되고 있는 Pin1 이성질화 효소가 항암단백질인 Fbw7과 직접적으로 결합하여 Fbw7의 단백질 구조 변화를 유도하고, 이러한 Fbw7의 단백질 구조변화가 Fbw7 단백질의 homodimer 형성을 억제시켜 Fbw7의 자가분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는 Pin1 억제에 의한 Fbw7 과발현, 결과적으로 이에 의한 MCL1의 감소에 의한 세포사멸 증진효과를 유발할 수 있어, 항암제 내성을 보이는 여러 암에서 기존 항암제와 더불어 새로이 개발될 Pin1 억제제의 공동사용으로, 기존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줄이고 치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Pin1에 대한 향후 전망은 상당히 밝다고 생각이 듭니다. 최근 동향을 보면 Pin1은 암, 알츠하이머 뿐만 아니라, 노화 및 면역질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질병 및 세포화 과정에서는 연구가 덜된 편인데요. 인산화된 Ser-Pro or Thr-Pro 잔기에 결합하는 Pin1의 특성상, 현재까지 알려진 Pin1의 타겟보다는 앞으로 밝혀질 타겟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되며, 새로운 Pin1의 타겟을 찾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질병과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분야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Pin1의 inhibitor를 찾아 항암치료제로서 여러 가지 암에 새로운 치료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도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에피소드-처음 실험실에 합류한 후,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두 가지 일을 받았었는데요. 6-7개월 정도 실험해 본 결과, 아이디어도 그렇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실험을 시작했는데요. 사실 이 실험을 처음 계획할 때의 목적은 Pin1을 분해하는 데 관여하는 E3 ligase를 찾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실험결과 Pin1에 결합하는 여러 가지 E3 ligase candidates를 찾을 수 있었지만, Pin1 단백질 자체가 너무나 stable해서 ubiquitination 및 분해과정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거꾸로 Pin1이 E3 ligase 들을 조절할 수 있지는 않을까 싶어, 역발상의 실험을 해본 결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마침 같은 건물 위층에 E3 ligase 전문가인 Wenyi Wei 교수로부터 다양한 DNA constructs와 조언을 받아 빠른 시간에 논문을 낼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제가 있는 연구실은 Pin1 이성질화 효소를 처음으로 발견하셨고, 이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이기도 한 Kun Ping Lu 교수님의 지도하에 1명의 조교수와 1명의 instructor 및 10여명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1) 세포 신호전달계의 조절을 통한 암 발생 기전과 2) 알츠하이머병 인자로 알려진 단백질들의 인산화 과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이 속해 있는 Harvard Medical School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력과 연구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특히 공동 연구나 자문을 구할 때 쉽게 그 분야 최고의 연구자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암신호 전달의 세계 최고 과학자들로 알려지고 있는 Lewis Cantly, Pier Paolo Pandolfi, Joan Brugge, John Blenis 교수 등과 함께 매주 세미나를 통하여 서로의 연구에 대한 발표 및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 보스톤에는 생명과학 분야 한국인 과학자들의 모임인 뉴잉글랜드 생명과학협회 (NEBS)를 통하여 다양한 분야의 지식, 정보 및 연구동향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어릴적부터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위암으로 인한 사망은 대학시절 생명공학, 특히 암발생 원인 및 메커니즘에 대한 호기심과 연구에 대한 동경을 심어 주었고, 이에 대학원에 진학 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거치며 위암, 간암의 조기진단 마커발견 및 약물개발용 타겟 도출, 암 발병 신호전달 메커니즘, 나노 바이오 테크닉을 이용한 항암용 약물 및 유전자 전달체 개발, 항암 유전자 치료제 개발, 뇌신경세포의 분화과정 연구와 같이 암을 포함한 노화와 관련된 질병연구를 오랜 기간 수행하게 만들어준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할아버지 할머니의 위암, 큰고모 유방암, 작은고모 자궁암, 작은아버지 대장암, 작은누나 유방암 등으로 내려오고 있는 저희 집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암발병의 가족력은 저에게 또 다른 고민과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부모님과 저를 포함한 다른 형제들은 건강하지만, 암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으며, 언제라도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약간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가족에게는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것을까? 어떤 유전자의 기능이 망가졌거나, 아님 더 활성화되서 암을 유발하는데 역할을 하는 것일까? 선천적인 유전적 요인에 어떤 다른 환경적 요인들이 우리를 더욱더 암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게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우리가족의 유전자를 검사해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잘 알려진 유전자의 돌연변이형이 있는지 실험해보면 어떨까? 라는 등등의 의문들을 가져보며, 후세에게도 같은 유전자를 되풀이해서 물려주고 있다는 생각에 애들에게도 미안해 질 때도 있습니다. 과연 그렇다면 어떻게 유전적인 면들을 조절해서 암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기도 합니다. 물론 명쾌하고 뚜렷한 답은 없고 앞으로도 언제 그 답들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풀어가는 재미에 제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저는 석사를 마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RIBB)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현재 13살된 딸 (세연)과 9살된 아들 (강희)을 두고 있는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결혼해서 큰아이를 빠른 시기에 갖게 되고, 다른 전공으로 공부하고 싶어하던 아내의 편입 및 졸업, 둘째아이의 출산, 그 이후 미루고 미루다 시작된 저의 박사과정. 남들보다 서너걸음 늦게 박사과정을 시작해서 주위의 걱정도 많았지만, 30대 후반에 영문학에서 생명공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공부를 시작하시고 당뇨병에 관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셨던, 작고하신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윤지원 박사님의 담화는 직접 들었던 저에게 연구에 있어서 나이와 전공보다는 의지와 열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닫게 해주셨기에 흔들림 없이 현재까지 지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직장을 잡을 때는 나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요즘 절감하고 있습니다만...)
"소년이노학난성 (少年易老學難成)하니 일촌광음불가경 (一寸光陰不可輕)이라."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조차 가벼이 여기지 말라!"라고 하는 송나라 주자의 권학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저의 유년기에 작고하신 할아버지께서 "배움에는 때가 있다"라며 자주 인용하셨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부모슬하에 경제적 어려움이 적을 때 부단히 정진하여 큰 배움을 얻어가라고 후배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Pin1에 대한 향후 전망은 상당히 밝다고 생각이 듭니다. 현재 Pin1의 새로운 타겟으로 생각되는 다수의 candidate를 확보해 놓은 상황이며, 이들 유전자가 Cancer metabolism 및 다른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해 알려져 있어, Pin1의 새로운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또한 Pin1에 대한 단백질, chemical 또는 천연물 inhibitor를 찾아 항암치료제로서 여러 가지 암에 새로운 치료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에도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전이암에 특이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항암 단백질에 대한 기초결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전이암을 억제하는 항암단백질 또는 일부 도메인을 이용한 펩타이드 신약개발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과학의 길에 입문해서 과학자로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많은 분들이 저의 연구과정 및 과학에 대한 철학에 크나큰 영향을 주셨습니다. 먼저 박사과정 동안 저를 지도해 주시고 연구에 있어서 숲이나 산을 볼 수 있는 가르침뿐 만 아니라 많은 배려와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신 유욱준 교수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시자 어디서든지 자신감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모든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신 하현정 교수님, 각 연구 분야를 한 그루의 나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에게 유익한 약재가 되고 과실을 만들 수 있는 나무를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주신 고규영 교수님, 그 좋은 나무들 중에서 stem cell이라는 좋은 소재를 알려주시고 항상 격려의 말씀으로 훌륭한 과학자의 길로 인도해 주신 한용만 교수님, 강의/연구 등 여러 가지로 바쁘신 와중에도 실험까지 하시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모습으로 연구에 대한 깊은 열정을 보여주신 이승효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연구자로의 과정 동안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접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저의 연구철학에 있어 주춧돌이 되어 주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염영일 박사님과, 실험에 있어서 첫번째 멘토 역할을 해주셨던, 양영 교수님, 길민찬 박사님, 최인표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과학이라는 초입의 문에서 필드로 채집을 다니고 연구에 대한 여러가지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신 충북대 생물학과 고흥선 교수님, 김영환 교수님, 양덕조 교수님, 오병운 교수님, 이준영 교수님, 최수영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보스턴에서 새로운 생활과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신 이태호 교수님, 이안휘 교수님, 김선택 박사님, 우주랑 박사님, 송민섭 박사님, 이상현 박사님, 이성우 박사님, 최영일 박사님, 송수정 박사님, 김재길 박사님 및 NEBS 회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사십이 넘은 막내 아들을 손자 못지않게 아직도 걱정하시고 후원해 주시는 부모님, 늦은 학위를 시작할 수 있도록 경제적 여건과 더불어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를 열심히 해 준 사랑하는 아내 권희란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결혼 후 지난 13년간 살아오면서 저희 부부의 가장 큰 산물이며 지금까지 큰 걱정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준 엄마 닮은 큰 딸 세연이와 아빠 닮은 아들 강희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