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캔틸레버 바이오에세이 기술은 MEMS 분야의 시작과 함께 10여년 전에 전성기를 누린 연구분야 입니다. 지금은 빠르게 발전하는 나노공정 기술에 의해 NEMS의 시대를 맞이하여, 점차 저널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연구 테마가 된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기술이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이번에 출판될 저희 논문의 결과는 그 가능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효소'라고 하면 '촉매작용을 하는 분자'라고 연상이 됩니다. 즉 화학반응이 일어날때, 반응물들간의 상호작용이 수월할 수 있도록 에너지장벽을 낮추어 반응속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떠올리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생명체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생체효소 중에는 '단백질가수분해효소'가 존재하고, 이 효소들은 어떤 목적에 의해 단백질 혹은 폴리펩티드 사슬의 일부를 가수분해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암세포의 경우 이 효소들이 더욱 활발하게 분비되고 그로 인해 주변조직(예, 콜라겐, 젤라틴, 혹은 혈관벽)을 붕괴시키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작용은 암세포의 왕성한 분열에 따른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는 일에 관여하게 되는데, 가수분해되는 조직이 림프관 혹은 혈관 벽일 경우에는 '암 전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해당 효소 발현량과 활동성 비교 및 그 수치의 정량화는 '암세포 진단 기법 확립'과 '암세포간 신호전달 체계 파악'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팀은 새로운 암세포의 진단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암세포의 표지인자 중 이러한 단백질가수분해효소를 타겟으로 바이오에세이를 수행하였습니다.
마이크로 캔틸레버는 각각의 재질과 형상에 의해 고유진동수(공진주파수)를 갖게 됩니다. 이때 캔틸레버 표면에 생체분자가 붙거나 떨어지는 과정에서 캔틸레버의 물리적 특성(질량, 표면응력 등)이 변하게되고 이것은 곧 캔틸레버의 공진주파수를 변화시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물리적 현상을 이용하여, 암세포의 표지단백질 효소에 의해 캔틸레버 표면위에 고정화된 특정 펩타이드 사슬이 가수분해되는 상호작용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여(그림 1 참조), 효소 활동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암세포의 성장 메카니즘을 밝혀내는데 효소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뿐만아니라, 암세포의 표지 인자로서 향후 암진단에 유용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림 1. 캔틸레버 바이오에세이 실험 모식도 및 센싱 메카니즘
처음 실험팀에 합류되어 바이오에세이를 수행하게되고 얼마지나지않아, 저는 야행성 인간이 되었습니다. 캔틸레버 공진주파수는 주변의 미세한 진동(소음)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합니다. 그래서 학교 건물에서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가고 없는 새벽녘에야 비로소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술이 개발되는 과정에서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효소작용을 추적해야하는지 감이 없었기때문에 몇시간이고 장비앞에 꼼짝없이 붙어있어야 했습니다. 그래프를 하나씩 얻고서 연구실을 나와 터벅터벅 집에가는 길이면,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에쁜 그래프가 그려진 날엔 별들이 더 반짝거리고, 요상한 그래프가 그려진 날엔 별 빛도 흐려졌던 기억이 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연세대학교 의공학과는 원주캠퍼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자연속에 아름답게 조성된 캠퍼스에서 연구하는 일은 매력적입니다. 자연 속을 산책 하며 연구실 멤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또 조용한 곳에서 연구에 대해 깊은 사색도 할 수 있습니다. 의공학과에는 제가 소속된 나노바이오 연구실 이외에도 생체역학, 의공학시뮬레이션, 초음파, 레이저 연구실 등이 있어 학제간 연구가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Asia에서 가장 전통이 있는 '의공학'과 연세의 정신이 깃들어진 곳에서 미래의 비전이 있는 학문을 익힐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계신 여러 교수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료공학을 전공하신 윤대성 교수님과 권태윤 교수님 및 MEMS 전공이신 이상우 교수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응용역학을 전공하신 엄길호 교수님과도 같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연구실은 최근에 Physics Reports (IF: 19.4), Chemical Communications (IF: 5.7), Analytical Chemistry (IF: 5.8) 등의 저널 등에 표지논문으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세계 유수의 어느 그룹과도 견줄만한 연구 성과가 매년 나오고 있습니다. 혹시 더욱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저희 연구실 홈페이지를 (http://nbsrl.yonsei.ac.kr)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무엇보다도 저희 연구실에는 지적호기심이 왕성하신 열정적인 교수님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교수님들과 연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담소를 나누는 것은 매우 유쾌한 일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 테마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고민속에서 실험이 진행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은 저희 연구팀의 자랑이고, 저는 그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낍니다. 향후 저희 연구가 암진단 및 질병 진단, 치료에 응용이 되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 인류사회의 건강과 보건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어떠한 일에 종사하든 마찬가지일 수 있겠지만, 연구는 머리로만 하는게 아니라, 확고한 의지와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교수님께서 저에게 지나가는 말로 해주셨던 한마디 문구가 생각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지만 매우 강력한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지식이든 아는것이 (넓게 혹은 깊게) 많을수록 연구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탕에서 창의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제가 전공하고 있는 의공학이라는 학문은 사실 너무나도 넓은 분야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의사, 생명공학자, 전자 혹은 기계 공학자들 개개인이 서로 한자리에 만나기전에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길 원했었고, 앞으로도 그것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지금보다도 몇 배는 더 힘겨운 나날들이 펼쳐질 것이 당연하지만, 저는 그것이 기쁘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앞으로 좀 더 질병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를 위해 생체분자 및 세포 등의 기본적인 특성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 다양한 학문적 이론을 기반으로하여 좀 더 창의적인 접근법으로 기존의 생물학적 기법으로 이해가 불가능한 생체 분자 및 세포의 거동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저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연구자가 될 수 있는, 그러한 토양(DNA와 성장환경)을 만들어주신 저의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졸린 눈을 비비며 밤새 동고동락하던 연구실 멤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를 비롯하여 저희 연구팀을 이끌어주시는 '여전히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신' 저희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Nanomechanical device 기반의 검출 기법의 기본적 이론 수립에 도움을 주신 엄길호 교수님과 이번 논문이 나오기까지 모든면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않으신 권태윤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연구생활 속에서 좋은 성과 얻기를 기도합니다.
2012년 연세대학교 의공학과 나노바이오시스템연구실 단체 사진. 윤대성 교수님, 권태윤 교수님, 엄길호 교수님 및 연구실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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