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비교유전학은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유전체 시퀀싱 기술이 발달하면서 함께 발전한 학문입니다. 비교유전학은 유전자들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풀어냈으며 병원균의 독성 유전자를 밝히는 등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도 많은 이바지를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비교유전학 분야는 급속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전자는 혼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유전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활동합니다. 따라서 유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여러 종들 사이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알면 종간 기능과 형태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백질 네트워크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지만 단백질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는 종이 얼마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부분적으로만 연구가 수행되어온 실정이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PDZ 단백질의 상호작용 예측 시스템을 이용해서 종간의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의 차이점을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PDZ 단백질에 의해서 매개되는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여러 종에서 비교한 결과 PDZ 단백질 상호작용이 차이가 많이 나는 종일수록 뇌의 기능에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PDZ 단백질 상호작용의 차이는 고등동물의 뇌 기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예를 들면, EXOC4라는 유전자는 yeast에서는 vesicle을 세포 밖으로 꺼내는 일을 하지만 mouse에서는 SAP102라는 PDZ 단백질과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통해서 뇌 신경전달에 중요한 NMDA receptor들을 수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PDZ 단백질 상호작용의 차이가 뇌 기능의 차이에 기여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PDZ 단백질의 상호작용이 mutation으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때 간질 발작 등의 뇌 신경질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논문을 PloS Genetics에 제출하고 review를 받았을 때 지도 교수님께서는 안식년 기간으로 미국에 계셨습니다. 논문 revision을 처음 하는 저로서는 교수님 부재 상황에서의 revision이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께서는 먼 곳에서도 확실하게 지도와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매일 전화와 메일로 디스커션을 했고 제가 밤늦게 퇴근하면서 revision 진행 내용에 대해 메일을 보내면 다음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커멘트가 달린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매일 디스커션 하며 일을 진행해서 예정된 revision due 보다 열흘 일찍 revised manuscript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포스텍의 구조생물정보학 (Structural Bioinformatics)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에 대한 소개는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 해 주셨기 때문에 저는 우리 실험실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과학도로서의 자질을 기르는데 우리 실험실만큼 좋은 토양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도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제한하지 않으십니다. 사실 박사과정 학생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좋은 연구주제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교수님께서는 학생이 가져온 모든 아이디어에 진지하게 생각해주시고 커멘트를 해 주십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디스커션하며 자신의 연구주제를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는 경험이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과학자로서의 자질을 기르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실험실에서는 토론이 매우 권장됩니다.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 문화는 지도 교수님께서 우리 실험실을 처음 설립하실 때부터 매우 강조하던 것입니다. 지금은 이런 토론 문화가 아주 잘 정착이 되어서 매일 실험 결과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 랩 멤버들과 같이 토론을 합니다. 후배가 선배를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랩의 신입생도 5년차 선배의 논리의 허점을 자유롭게 지적합니다. 이러한 활발한 토론 문화야말로 과학을 즐기게 하고 좋은 연구 결과를 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에 있어서 토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논문을 쓰면서 토론을 통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Revision 기간에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매일 한 사람 이상과 토론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제가 생각하기 힘든 많은 아이디어들을 토론을 통해서 얻었고 빠르게 데이터를 만들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은 논문을 쓰는 과정에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논리를 가다듬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최고의 도구가 바로 토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내용을 바로 글로 쓰면 나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됩니다.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면 다른 사람이 얼마나 아는지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 주는 과정이 바로 토론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Computational biology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것 같습니다. 우리 실험실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보면 computational biology에 대해서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computational biology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biology 자체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어떤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든지,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지식에 많든지 적든지 상관없이, computational biology 분야의 논문을 읽고 재미있다고 느낀다면 충분히 잘 하실 수 있습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논문을 출판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어려움에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먼저 끝까지 나를 믿어주시고 좋은 논문을 써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시고 지도해주신 김상욱 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논문은 마무리하는 작업이 가장 고되고 힘들다고 합니다. 이 논문도 완성하기까지 매우 고되고 길고 진행이 느렸지만 제 스스로 완성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시며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실험실 동료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제 논문은 결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항상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시며 이 논문이 나오기를 저보다 더 간절히 고대하시고 논문이 받아들여졌을 때 저보다 더 기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묵묵히 지켜봐 주시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 주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장모님은 제가 공부하는 동안 제 딸 서현이를 정성과 사랑으로 돌봐주셨습니다. 아기 보기가 그렇게 힘든 일인데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아내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공부한다고 함께 있어주지 못한 시간이 너무나 깁니다. 주말 부부 생활도 마다하지 않고 교사와 육아를 병행하며 제가 연구에 매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참으로 미안하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