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of California-San Francisco
Saccharomyces cerevisiae는 제일 먼저 유전체(genome) 서열이 밝혀진 진핵생물입니다. 그 이후 효모에 대한 연구는 유전체학(genomics)과 단백체학(proteomics)의 발전을 선도함과 동시에, 세포내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에 대한 포괄적 분석(global analysis) 방법들에 대한 표준을 제시해왔습니다. 지금까지 효모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분석(large-scale analysis)을 통해 mRNA의 존재량 및 안정도,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전사 조절, 유전자 결실 표현형 등에 연구 성과들이 발표되었는데, 이 연구 성과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이전과 달리 세포나 개체 수준에서 거시적 안목으로 생명현상을 바라볼 수 있게끔 함으로써 생물학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이번 2003년 10월 16일자 Nature지에 발표된 두 논문은 이러한 대규모 접근 방법으로 세포내 단백질의 위치와 존재량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여줍니다. 세포내에서 일어나는 생명활동의 대부분이 결국은 단백질을 통해 매개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세포내 단백질의 위치와 존재량에 대한 정보는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분석 방법들을 통해 얻어진 대규모 연구 자료들을 서로 종합하여 분석할 때 보다 더 정확하고 예측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이번 논문들은 보여줍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부분의 단백체학적 연구 결과들은 특정한 하나의 조건하에서 분석된 정(靜)적인 자료들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환경적 요인이나 유전적 요인의 변동에 따른 단백체의 동(動)적인 변화 양상을 연구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접근을 통해 이제 생물학은 "단백체의 변화가 어떻게 세포나 개체의 행동을 결정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해 해답을 찾아 나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 논문을 내기까지의 과정과 어려움, 극복해낸 이야기,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
유전체학 혹은 단백체학 연구들은 대규모 분석을 요하는 학문의 특성상 고속/대량으로 시료를 준비하고 분석하기 위한 기법의 개발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를 예로 들자면, 우선 GFP-tagged library를 만들기 위해서 각 ORF당 세 개의 oligonucleotide(tagging용 GFP cassette을 만들기 위한 두 개의 60-mer와, 원하는 위치에 GFP tag이 제대로 끼워들어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한 개의 20-mer)를 합성해야 했습니다. 그 다음 GFP cassette을 증폭하기 위해서 한 번, GFP tag의 삽입 확인을 위해서 여섯 번, 도합 일곱 번의 PCR을 해야 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전체 ORF의 수가 6,234개이므로 총 18,702개의 oligonucleotide를 합성하고 43,638번의 PCR을 했으며 6,234번의 transformation을 수행한 셈이죠. 실험 도중에 GFP tagging에 실패한 ORF들에 대해 재시도한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수행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큽니다. 이처럼 방대한 수의 시료들을 다루어야 하다 보니 손으로 일일이 하지는 못하고 96개의 시료를 동시에 다루는 로봇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로봇의 움직임이 우리 손만큼 정교하지 못하다는 거였습니다. 사람 손으로 할 때 100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로봇으로 하면 70-80 정도의 결과를 얻는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로봇으로 실험을 수행해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강력하고 효율적인 실험 방법들을 개발하는 게 이번 연구의 가장 핵심적인 관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실험이 96개 단위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실험을 고안할 때 늘 96이란 숫자를 염두에 두었어야 했지요. 다행스러운 건, 유전체학과 단백체학이 발달하면서 대규모 분석에 적합한 기기들과 소모용품들이 많이 개발되었고 지금도 개발중에 있다는 겁니다.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꼭 요긴한 제품들이 개발되어 시장에 나오는 바람에 연구가 진척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논문에 발표되는 유전체학이나 단백체학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아주 근사해 보이지만 그 결과들을 얻기까지는 다른 생물학적 실험들에 비해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수천개의 시료에 대해 똑같은 작업을 해야 하는 관계로 고도의 인내력과 신중함을 요구하지요. 그리고, '문제 제기 -> 가설 설정 -> 자료 수집 -> 가설 검증'의 단계를 거치는 일반적인 연구들과 달리, 유전체학이나 단백체학의 연구에서는 '가설 설정'의 단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객관적이고 비편향적인 대규모의 자료를 축적하고 거기서 유의미한 생물학적 정보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지요. 반복적인 실험 과정과 함께 이러한 '무가설'적 접근 방식으로 인해 유전체학이나 단백체학 연구에서는 실험 과정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다른 분야에 비해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실내 어떤 동료들은 우스개소리로 '단백체학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얻는 결과와 그 파급효과는 실험 과정의 지루함과 단조로움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2. 현소속 기관 또는 연구실에 대한 소개
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 Francisco(UCSF)는 University of California의 10개 캠퍼스 중 유일하게 health and biomedical sciences 관련 분야만 연구하는 학교입니다. 더구나 학부 과정이 없고 대학원 과정만 있는 데다, 외국에서 UCSF 대학원에 바로 입학하기가 매우 어려워 한국인 대학원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에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UCSF를 구성하고 있는 네 개의 단과대학(의과대학, 치과대학, 간호대학, 약학대학)과 거기에 부속된 생명과학 대학원 과정은 미국에서 늘 선두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내 남동쪽에 건립 중인 제2캠퍼스는 UCSF의 연구 역량을 배가시키고 주변의 연구공원과 더불어 21세기 미국 생명공학 산업을 이끌어나갈 중심부가 될 전망입니다. 제가 있는 실험실은 올해 초 제2캠퍼스에서 처음으로 완공된 건물인 Genentech Hall에 입주를 하였습니다. 실험실의 지도교수는 Dr. Erin O'Shea이고, 저를 포함해 9명의 박사후연구원과 7명의 대학원생이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 실험실에서는 효모를 대상으로 신호전달과 전사조절 과정의 양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 그리고 단백체학 기법의 개발과 응용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3. 외국에서의 연구생활 이야기
(미국에는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가 있는 데다 제가 UCSF외의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제 이야기는 UCSF에서의 경험에만 국한된 것임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과 비교해볼 때 연구 여건은 확실히 미국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여러가지 기기나 장치 등의 하드웨어적 측면에선 이젠 한국도 미국과 대등한 수준을 이루고 있는 것 같은데,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선 아직도 많이 뒤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미국의 웬만한 실험실에는 테크니션들이 있어서 공동으로 쓰는 시약들을 만들어주고 실험실의 기초적인 잡무를 해주기 때문에 박사후연구원과 대학원생들은 연구 자체에만 집중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교수부터 대학원생들까지 연구에 훨씬 더 몰입되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존대말이 없는 영어의 특성상 교수와 박사후연구원 혹은 대학생원생들간의 의사소통이 훨씬 더 자유롭습니다. 자신의 연구에 더 매진할 수 있는 주위 여건의 조성과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유로운 의사소통 방식이 좋은 연구성과를 얻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더 활발한 의사소통을 유도하려는 노력은 실험실 배치에서도 그 흔적이 드러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Genentech Hall의 경우 한 층에 네 개의 구획이 있는데 한 구획당 네 명의 교수 실험실(연구 분야가 서로 비슷한)이 배당되어 있습니다. 기역자 모양으로 생긴 구획의 정중앙에는 네 개의 교수실이 모여 있고 바로 그 앞에 공용 사무실이 있으며 이 공간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실험실 공간이 펼쳐지는데, 인상적인 건 실험실간의 벽이 없다는 겁니다. 제 실험실이 있는 구획에서는 심지어 자리 배치도 다른 실험실 사람들과 교대로 앉게끔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교수실 앞에는 공용 부엌이 있어서 서로 다른 실험실 사람들끼리 같이 어울려 식사를 해결합니다. 게다가 하루 걸러 한번 꼴로 cookie hour다 beer hour다 해서 서로가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이러한 공간 배치와 모임을 통하여 교수와 교수간, 교수와 학생간, 학생과 학생간의 교류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4. 후배 연구자들과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무엇보다도 우선 자신의 연구분야와 관련된 논문들을 꾸준히 읽으면서 학문적 소양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거니와 설사 유학갈 계획이 없더라도 틈틈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영어가 과학계의 공용어로 거의 굳어진 지금, 남들의 연구 성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하며 또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남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평가를 받으려면 기본적인 영어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겠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그리고, 만약 미국에 박사후과정으로 유학 나올 계획이 있다면 자리를 알아볼 때 학교의 명성보다는 교수의 연구 역량을 우선적으로 보고 결정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설사 이름을 별로 들어보지 못한 대학일지라도 유능한 교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존경하는 분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업적을 남긴 퀴리부인을 존경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온 채널의 구조와 기작을 밝힌 공로로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Dr. Roderick MacKinnon의 신조가 가슴에 무척 와닿았습니다. "If you do good science, science will take care of you".
| Received for article October 22, 2003 |
등록일 200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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