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HHMI and Department of Human Genetics, University of Chicago
제 논문은 MRG (Mas-realated G-protein coupled receptor)를 분자진화학적 (molecular evolution)인 방법으로 분석하여 이 family에 positive (adaptive) selection이 일어나고 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분자진화학 분야는 매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간을 포함한 여러 organism에서 complete sequence가 밝혀지고 computational biology 혹은 엄청난 위력을 가진 bioinformatical tools들이 개발되면서 과거에 풀지 못했던 많은 진화학적인 질문들이 분자적 수준에서 풀어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진화학적 질문은 사람과 원숭이가 어떻게 다르냐 혹은 사람과 다른 개체들이 어떻게 다르냐? 하는 것입니다. 혹은 이렇게도 질문 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람과 다른 개체가 어떻게 다른 모양과 형태, 생리학적 행동학적 차이를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또는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다른 특징을 갖게 되었을까? 라고도 질문 해 볼 수 있겠습니다.
분자 진화학 분야에 크게 두 가지 학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유전자의 변화가 순전히 '우연(chance)'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보는 학파이고, 다른 하나는 유전자의 변화는 환경 변화에 개체가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selection)'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믿는 것입니다. 전자의 이론은 모든 개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율이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언제 인간이 쥐와 다르게 되었는지 혹은 언제 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개체가 되었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노력합니다. 후자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개체의 유전자들은 서로 돌연변이율이 다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한 개체나 다른 유전자들 사이에서도 돌연변이율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각 개체 사이에서 어떻게 다르게 변화할 수 있었나를 봅니다. 하지만 이들 두 학파는 현재 서로 상호보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noncoding부위와 단백질을 코딩하는 코돈의 3번째 위치와 같은 염기들은 전자의 이론과 같이 돌연변이율이 일정한 neutral mutation이 일어나고, 단백질을 코딩하는 소위 유전자 부위는 positive slection, purifying selection 혹은 relaxation of functional constraint와 같은 selection process가 진행된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연구한 MRG family는 크게는 G-protein family에 속해 있으며, 본인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 ligand binding을 담당하는 extracelluar domain에서 강력한 positive selection이 일어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인체 뿐 아니라 설치류의 이들 유전자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selection이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유전자들은 purifying selection의 영향을 아주 강력하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는 아주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purifying selection이란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생존에 위험하기 때문에 생명체는 적극적으로 그 돌연변이를 없애려고 하는 작용을 말합니다. 그런데 MRG와 같은 유전자는 생존에 필요한 어떤 환경적, 생리학적 요구로 생존에 유익한 어떤 돌연변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왜 고통조절을 하는 유전자에 강력한 positive selection이 필요하게 되었을까요? 고통 자체는 나쁜 것이지만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이로운 것입니다. 고통을 주는 자극에 대해서 그 고통을 느끼고 그 자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하는 것은 생명체의 생존에 아주 필수적인 것입니다. 뜨겁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더 자세한 디스커션은 본인의 논문 DISCUSSION section을 참고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분자 진화학 분야중에서도 positive selection을 찾는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아주 관심이 높은 분야입니다. 이는 사람과 다른 개체가 어떻게 다르냐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와 연관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computing power와 statistical analysis가 뒷받침 되어야만 합니다. 분자진화학 분야는 소위 말하는 comparative genomics 혹은 functional genomics와 같은 분야와도 떨어져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염기서열 속에서 기능을 찾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 conservation입니다. 서로 다른 개체에서 같은 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보존이 되어 있다는 개념입니다. homolog 혹은 paralog라는 개념이 이에서 나왔고, 최근의 연구로 단백질을 코딩 하는 유전자 부위 뿐만 아니라 noncoding region도 아주 광범위한 conservation이 있음이 확인되었고 이는 분자 진화학 혹은 분자 유전학자들에게 아주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논문을 내기까지의 과정과 어려움, 극복해낸 이야기, 관련 재미난 에피소드 등
저는 사실 오랫동안 실험 벤취에서 실험을 했던 전형적인 분자 생물 학자 였습니다. 브릭에 입사했던 것을 계기로 바이오인포메틱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때가 2000년도 입니다), 컴퓨터 언어등 개인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바이오인포메틱스에 접하면서 분자생물학에 컴퓨터가 결부되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안 것을 석사과정중에 알았더라면 EST identification project를 얼마나 능률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아쉬워 했었죠. 바이오인포메틱스라고 말할 때 각 사람이 하는 이해는 아마도 다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이는 훌륭한 알고리즘을 새로 개발하는 분야를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어떤 반복적인 작업에 대한 자동화의 측면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gene chip analysis와 같은 대량의 데이타 생산이 가능한 곳에서 의미 있는 데이타를 추출하는 data mining을 생각하기도 할 것입니다. 바이오인포메틱스는 그 모두를 포괄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느 누구도 그 모두를 다 아우르는 전문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조금 옆으로 샜습니다. 저는 바이오인포메틱스의 초보였을 뿐만 아니라 분자 진화학적 개념에 대해서도 거의 초보나 다름 없었습니다. 현재 실험실에서 일한 지 약 1년 6개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역시 여전히 초보입니다. 분자 진화학적 개념을 얻기 위해서 text book을 읽는 일부터 시작 했구요, 간단한 코딩작업을 할 때 조차도 참고서를 찾거나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 가지로 아이디어 싸움이기는 하지만, 이쪽 분야는 특히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합니다. 왜냐하면, 일단 아이디어가 서게 되면 단시간 내에 데이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분자 생물학의 경우는 아이디어가 같더라도 다른 methodology가 가능하고 또 paper를 얻기 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 되기 때문에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실험을 끝까지 끈기 있게 끌고 가는 힘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초기에 제가 시작했던 일은 human gene duplication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human gene 전체를 다운 받아서 duplication copy를 찾은 다음 이들의 evolutionary rate을 조사하여 pattern을 보고 (예를 들어, duplication 일어난 초기, 즉 recent duplicates는 evolutionary rate이 높고 시간이 흐를 수록 rate이 감소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theory가 있습니다. ) duplicates 전체의 expression pattern을 실험이 아닌 public database의 data를 이용하여 computational한 방법으로 조사하는 등의 분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아주 흥미롭게 나왔지만, 이미 시카고 대학내의 다른 연구실에서 같은 연구를 저보다 훨씬 전부터 해 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우기, 제가 찾은 패턴은 아주 흥미로웠지만 노이즈 레벨 또한 높아서 아주 까다로운 통계적인 처리를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제가 통계 분야에 너무 문외한이어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duplication을 분석한 여러 paper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실망감이 들 때쯤, 제가 분석하고 있던 데이타 set에서 여러 가지 분석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준 MRG family가 발견되었고, 문헌을 찾아보니 두 연구 그룹에서 비슷한 시기 (2001, 2002년도)에 이들 family의 cloning을 cell과 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MRG의 발견으로부터 Genome Research에 실린 데이타를 얻어내는 데 까지는 겨우 한 달 정도가 소요되었을 뿐입니다. 실험은 전혀 없고 오로지 computation과 statistics만으로 얻어진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앞서의 duplication에 관한 전체 결과를 얻기 위해서 아주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지만, 논문은 그 subset에서 나온 셈이지요. 한편으로는 기쁨과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의 연구 결과가 없었더라면 MRG라는 유전자의 존재 자체도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2. 현소속 기관 또는 연구실에 대한 소개
현재 저는 시카고 대학 human genetics department에 Bruce Lahn's lab에서 포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랩의 보스는 36세의 아주 젊고 활기와 열정이 넘치는 보기 드물 정도로 너무나 좋은 품성을 갖춘 사람입니다. 저희 랩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 20명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구요, Howard Hughes의 funding이 주요 연구비 소스입니다. 본인처럼 evolution & bioinformatics를 하는 팀이 있구요, mouse genetics를 하는 팀이 있습니다 (transgenic 혹은 targeting mouse를 generation하고 분석하는 팀입니다), 또한 이와 연관되거나 독립적으로 stem cell biology를 하는 그룹과 gene chip analysis'를 바탕으로 연구하는 cell biology팀이 있습니다. 한 주제를 동시에 오랜 세월 연구하는 랩에 비해서 그 깊이가 깊진 못하지만, 한 랩에서 아주 다양한 연구주제가 공존하기 때문에 동시대에 많은 연구자들이 흥미로워 하는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습니다. 이는 랩의 보스가 비교적 젊고 랩의 나이가 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3. 외국에서의 연구생활 이야기
미국은 워낙 넓은 곳이어서 어디서 살고 있느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1996년인가 visiting student의 신분으로 캘리포니아의 Caltech에서 연구를 하기 위해 미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는 겁부터 더럭 났었습니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다녀 오기로 되어 있어서 옷가지만 가지고 갔기 때문에 기숙사 방에는 그야말로 제 몇 벌 안되는 옷가지와 필기도구가 빈방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었죠. 얼마 후, 카세트 라디오를 사서 들으면서 잘 안들리는 영어이기는 하지만 혼자 있는 방안에 사람소리가 나는 것이 안도가 되고 좋았습니다. 인터넷이 없거나 막 시작됐던 당시였기 때문에 ..... 혼자 왔다는 것에 주눅이 들어서 실험실을 벗어나 볼 생각도 못하고 그나마 외로운 유학생들과 함께 코리아타운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것이 몇 안돼는 즐거움이었다고나 할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만큼 겁 많은 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찌 됐던, 그 때의 경험이 지금 시카고에서 조금은 씩씩하게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2살 된 아이와 남편을 한국에 두고 혼자서 시카고에서 1년 넘게 살다가 얼마 전부터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은 제가 대학원 시절을 보냈던 포항공대와 달리 종합 대학으로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역사학, 음악학 같은 다양한 인문계 전공자들의 유학이 참 많습니다. 또 시카고 다운타운에 예술학교가 있어서 건축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자 하는 유학생들도 많습니다. ' 시카고는 또 바람이 많기로 유명해서 windy city라고도 부릅니다. 일교차가 많이 심하구요. 하지만 잘 알려진 대로 시카고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구요. 시카고 대학은 다운타운에서 차로 약 10분정도 떨어진 hydepark area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 봐도 산(mountain)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학교에서 10-15분 정도만 걸어서 나가면 너무나 아름다운 미시간호를 만날 수 있습니다. 호수를 끼고 길게 park이 만들어져 있어서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그냥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명상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구요, 아름다운 휴식처 입니다. 호수는. 한국의 많은 대학 주변과는 달리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너무나 제한적입니다. 기껏해야 식당이나 페스트푸트 전문점 혹은 식료품 가게 그리고 세탁소가 들어서 있구요, 유흥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다운타운으로 가야 겠죠? 이런 말이 있더군요. 한국은 재밌는 지옥 이고 미국은 심심한 천국이라는. 대학이나 대학원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은 의미가 다를 수 있겠지만, 포닥으로 처음 미국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가족이나 혹은 교회에서 가지는 만남 말고는 쉽게 한국에서 처럼 친구들과 한잔 한다던가 하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한국 포항공대에 있는 통집 처럼 시카고 대학내에도 학교 건물 지하에 Pub이 하나 있습니다. 맥주와 햄버거 그리고 몇 가지 맥주 안주 요리들을 팔구요, 당구를 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쿼터제로 학부와 대학원이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아주 열심히 그리고 아주 힘들게 공부를 합니다. 이런 Pub이 하나쯤 있는 것이 어쩜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 후배 연구자들과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저는 포닥으로 미국에 왔기 때문에 어쩌면 유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공부를 계속하거나 미국에서 하거나 각자의 어려움은 다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은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와 가족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 장점일 수 있겠고 미국은 잘 갖춰진 한국 보다 조금은 합리적인 시스템 하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일단, 미국의 대학원 과정을 입학하게 되면 자연계의 경우 대부분 실험실에서 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학비를 제외한 생활보조금을 받게 됩니다. 학생 한 사람이 생활 하기에 충분한 돈이기 때문에 학비와 생활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결혼한 사람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또 포닥으로 온 경우에 비해 영어를 잘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마음이 있으신 분들은 적극적으로 영어 준비하고 apply해 보시기 바랍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요새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입니다. 미국도 실업문제가 심각합니다. 소망이 있다면 하루 빨리 세계 경제가 안정되고 연구자들이 밥먹는 문제에 고민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그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정치문제가 시끄러운 것은 늘 그래왔던 바이지만, 하루 빨리 제대로 된 괘도로 들어서서 안정된 모습이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여러 어려운 상황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국내만의 연구로도 top journal에 발표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이구요. 모두들 힘내자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카고에서
Received for article October 21,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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