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생물학을 공부하셨던 분이라면 생체 내에서 zinc finger protein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Zinc finger protein을 구성하는 아연은 생명체에 필수적인 미량금속으로 주요 효소 및 전사인자를 포함하는 300종류 이상의 단백질에서 보조인자로서 작용하여 DNA의 복제, 유전자의 발현, 단백질합성 및 구조 유지, 면역 등의 생명활동에 관여합니다. 따라서 세포내 아연이온 항상성 유지는 세포생명유지에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가 되며 세포는 이를 위해서 ZIP (아연 특이적 importer), ZnT (아연 특이적 exporter), metallothionein (MTs: 아연결합단백질) 이 유기적으로 상호 조절하여 세포 내 아연이온의 농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ZIP, ZnT, MT 단백질 발현이 주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절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감염증 및 만성질환과도 관련되어 변화된다는 사실이며 이는 아연이 숙주의 면역기능 유지, 조절에 필수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미 아연을 피부 상처 치료 및 재생하는 데 활용하였고 이는 현재 (zinc ore, "Calamine lotion")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감기의 예방 및 치료보조제로 zinc lozenge가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아연첨가 영양보조제 면역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식이보충제로 널리 선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대부분 경험적, 역학적, 영양학적 연구 결과에 주로 의존하며 면역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실험계를 통한 면역증강기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했습니다.
최근 몇몇 연구그룹은 아연이온이 신호전달물질 및 이차전령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세포 내에서 생리적 활성을 나타내는 아연은 이온 형태 (Zn2+)이며 특히 단백질 조절부위에 가역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bioavailable Zn2+가 생물학적 중요성을 가집니다. 아연이온의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은 주요 신호전달 이온인 Ca2+ 교차반응을 하지 않는 Zn2+ 특이적 프로브가 개발된 것이며 이를 통해서 현재는 면역반응 중 아연이온의 농도, 위치, 이동양상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 구현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일본과 독일 그룹은 마우스 비만세포(mast cells)와 수지상세포 그리고 사람 단핵구에서의 면역반응 중 세포 내 아연이온의 역할을 규명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아연이온이 면역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T 세포 면역반응 중 아연이온의 역할, 특히 TCR 신호전달계에 대한 영향을 사람 T 세포를 이용하여 규명하고자 하였고 두 가지 주요한 발견을 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TCR자극 후 세포질 내 아연이온의 농도가 빠르게 증가하는데 특히 immunological synapse (IS)의 바로 아랫부분인 subsynpatic area에 집중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아연이온의 증가에는 ZIP6가 특이적으로 관여하며 이를 통해서 세포외부의 아연이 빠르게 유입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두 번째는 IS에 초기 TCR 자극 신호전달계와 관련된molecule들이 대거 이동하는데 subsynpatic area에 증가된 아연이온이 이들 signaling molecules의 인산화를 조절하여 T 세포의 자극 역치 (threshold)를 떨어뜨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suboptimal stimuli에서도 T 세포면역반응이 개시되고 세포분열이 증가됨을 사람 및 TCR tg mouse T 세포를 이용하여 증명하였습니다.
많은 연구가 그렇듯이 본 연구도 우연한 기회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본 연구그룹에 합류해서 초기 주로 담당했던 일은 노화에 따른 사람 T 세포면역기능 변화를 대규모 transcriptome profiling를 통해서 map-out하고 이를 functional study를 통해서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 중에 고령자에게서 분리한 T 세포에서 TCR 자극 후 아연항상성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이 특이적으로 변화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로부터 아연이온과 면역기능과의 관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초기엔 전혀 생소한 분야이고 참고할만한 논문도 부족해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던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상기 언급한 여러 가지 면역조절기능 때문에 아연이 "제2의 Ca2+"이라고도 불리나, 면역세포에서 이온신호전달물질로서 아연의 역할 및 그 기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현상에서 아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향후 많은 면역학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대규모 Zincage와 Zenith (Zinc Effects on Nutrient/nutrient Interactions and Trends in Health and Ageing) 연구를 통하여 노화에 따른 면역기능의 저하와 아연이 깊게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아연은 DNA의 회복과 활성산소의 제거에 작용하는 효소에도 관여하므로 노화와 암의 예방에도 중요한 성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아연핑거모티프를 가진 새로운 생명체 기능 조절 단백질들이 보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생체 내에서 아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본 연구의 대부분은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Emory 의과대학의 The Lowance Center for Human Immunology에서 수행되었습니다. 본 연구센터의 co-director이셨던 Dr. Goronzy와 Dr. Weyand (부부과학자이십니다)이 Mayo Clinic에서부터 오시게 되면서 2004년 개원하였고 저는 창단(?) 멤버로 합류하여 초기 연구실 셋업에 깊이 관여하였습니다. 두 분 교수님은 주요 자가면역질환과 노화과정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의 변화를 human sample을 이용해서 오랫동안 연구해 오셨으며 요즈음 각광을 받기 시작한 중개의학을 평생 연구해 오신 physician-scientist로 명성이 높으십니다. 15명 정도의 박사 후 연구원을 포함한 25명의 연구진들이 밤낮 구별없이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자가면역성혈관염, 동맥경화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저에게는 면역학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Emory 대학은 미국남부의 대표적 사학명문으로 코카콜라와 남부지역유지들이 지속적인 도움으로 빠르게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Emory Vaccine center와 Winship cancer institute, CDC 그리고 Medical school이 메디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의생명학 분야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3.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어떤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것이 결국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더우기 의생명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좋은 결과를 얻기위해 다른 어떤 분야보다 많은 시간의 투자 (물론 예외인 천재도 있겠으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그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실험이 가장 주요한 일상이 되어야겠지만 "생명현상"이라는 넓은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항상 공부에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서 자기가 정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생명현상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긴 여정이니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자기자신을 단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4.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2010년 3월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 교실에 합류하여 연구실 (Laboratory of Human Translational Immunology: HTI)을 열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동안 해왔던 일들을 이어서 자가면역질환환자에서의 면역기능의 변화를 병원과 연계해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한 아직 준비 중이기는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하여 면역노화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면역노화는 제가 박사 과정 때부터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연구테마이기도 합니다. 특히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 일은,
1)
자가면역질환: 질환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IL-17-producing cells의 기능 및 분화기전을 분자세포생물학적 관점에서 연구하여 면역치료요법의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2)
면역노화학: 노화에 따른 면역반응의 변화를 최신 systems biology 및 bioinformatics 기법을 통해서 발굴, 선별하여 그 면역학적 의미와 진단 o 치료타깃으로의 가능성을 분자세포면역학 수법 및 in vivo 실험계를 통해 평가합니다. 면역노화와도 깊이 연관될 것으로 예상되는 면역세포에서 이온신호전달물질로서 아연의 역할 및 그 기전에 대한 연구하고 면역증강요법으로의 가능성 확인합니다.
3)
Latent virus 감염에 의한 숙주면역기능의 변화: Herpes 바이러스에 의한 인체의 면역기능 조절기전을 분자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러한 조절 기전이 교란되었을 때 나타나는 다양한 병증 (Cytomegalovirus에 의한 면역노화, EBV에 의한 자가면역질환, Varicella zoster virus에 의한 대상포진)의 발병기전을 연구합니다. 주기적으로 학생 및 연구원 모집이 있으니 저희 실험실과 미생물학 교실에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서울의대 미생물학교실:
http://medicine.snu.ac.kr/tmpl/sub_main.php?main_cd=1&sub_cd1=5&sub_cd2=2&sub_cd3=&cls_id=06 )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2006년부터 약 2년간에 걸쳐서 대부분의 실험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Yale 대학교로 옮겨가고 supervisor이셨던 Dr. Goronzy의 실험실이 Stanford 대학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submission과 revision과정이 상당히 지체되어서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Yale 대학에서 했던 일이 먼저 bric에 소개되는 일 (Lee WW et al, Blood 2010)도 있었습니다. 오랜 외국생활을 마치고 201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류한 뒤 짧은 시간에 실험실 setup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주신 서울의대 미생물학교실 모든 교수님들 (주임교수: 황응수)께 먼저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서울의대 내과학 교실의 이은봉 교수님, 그리고 얼마 전까지 저의 supervisor이셨던 Yale 대학의 강인수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분야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가족들의 인내와 도움 없이는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 감사 드리고 특히 미국에서도 한국에 돌아와서도 때론 비서로서 때론 consultant 로서 항상 옆에서 도움을 준 씩씩한 제 아내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항상 제가 집에 빨리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잠자리에 먼저 들고 마는 제 두 딸에게도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