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Helicobacter pylori는 위암 관련 병원균으로 잘 알려진 미생물로서, 위 내부라는 가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매우 큰 유전적 가소성 (genetic plasticity)을 가지고 있는 미생물입니다. H. pylori 에 감염된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 다른 strain의 H. pylori 를 지니고 있어, 이들 H. pylori strain 들이 가지고 있는 특정 유전자의 유무에 따라 감염자의 disease status 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번 연구의 주제가 되었던 JHP940 단백질은 위암 발병 H. pylori strain 들에서 존재함이 알려져 있는 jhp940 유전자에서 발현이 되는 단백질로서, 염증 관련 유전자들의 전사인자인 NF-κB 를 활성화시켜 cytokine 분비를 유도하는 등 인간 세포에서 염증 관련 반응을 유도함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해당 단백질이 기존에 알려진 다른 단백질들과 아미노산 서열의 유사성이 없었고 3차원 구조 정보 역시 알려져 있지 않아 JHP940 단백질의 정확한 기능이나 염증 유발 기작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JHP940 단백질의 3차원 구조 규명을 통해 해당 단백질의 기능을 이해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단백질 구조 규명과 일련의 후속 실험들을 통해 저희는 JHP940 단백질이 미생물에서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진 Ser/Thr protein kinase family 에 속하는 단백질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Ser/Thr protein kinase family 는 한동안 eukaryote 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eukaryotic protein kinase family 라고 명명되었었지만, 최근의 연구를 통해 일부 미생물, 특히 Mycobacterium tuberculosis, Pseudomonas aeruginosa, Streptococcus pneumoniae 등의 병원균 등에도 존재함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protein kinase 는 세포 내 signal transduction 을 담당하는 단백질로서 CagA 와 같은 일부 H. pylori 단백질이 host cell 내에서 kinase 에 의한 signal transduction 을 간접적으로 교란시킴으로써 염증 유발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알려진 바 있었지만, H. pylori 가 host cell 내부의 signaling 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protein kinase 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3차원 구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후속 실험을 진행하여 기존에 알려진 JHP940 단백질에 의한 cytokine secretion 및 NF-kB activation 등의 염증 유도 반응이 해당 단백질의 protein kinase activity 를 통해 NFkB p65 subunit 의 phosphorylation을 증가시킴으로서 일어나는 것을 규명하였습니다. 또한 기존 연구를 통해 해당 단백질이 세포막 수용체와 상호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과는 달리 단백질 자체가 세포 내로 이동하는 cellular translocation activity를 가지고 있음을 보고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에 기능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염증 관련 단백질인 JHP940 단백질을 CtkA, 즉 Cell-translocating kinase A 라고 명명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속해 있는 서울대학교 화학부 구조생물학 실험실은 X-ray diffraction 을 이용하여 분자 구조가 알려져 있지 않은 단백질들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여 해당 단백질들의 기능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구조생물학 실험실로는 한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실험실이라고 생각하며, 저희 실험실에서 학위를 받으신 많은 선배님들께서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계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대학에 올 때까지만 해도 생물학은 한문과 더불어 제일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였는데, 대학 2학년 때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 을 읽고 생물학을 공부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호기심에 전공 과목들을 수강하다 보니 결국 박사 학위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많고도 많은 생물학 분야 중 '구조생물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이중나선' 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구조생물학도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아무래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거대 생체 분자의 구조를 가장 먼저 확인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백질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며 기존의 연구 결과와 비교 분석하여 차곡차곡 모은 정보의 조각들을 이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풀어나갈 때 과학도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아직 저도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입장이지만 이제 새로 대학원에 진학하여 실험 과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실험 결과를 내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바쁜 와중에도 항상 자신이 진행하는 실험 관련 내용 (method) 들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볼 것을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kit 들의 protocol을 꼼꼼히 읽어보고, 저희 교수님께서 랩 컴퓨터에 저장하여 주시는 엄선된 실험 관련 method 논문들을 틈틈이 읽어온 것이 박사 과정 동안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실험이라는 게 잘 되는 실험에는 이유가 없지만 안 되는 실험에는 항상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결과(대부분이 실험 실패인 경우가 많겠죠 ^^)가 나왔을 때 너무 좌절하지 말고 실험의 원리나 결과의 해석에 대해 이해해보려고 노력한다면 자칫 짜증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실험이 오히려 보람되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생물학 관련 실험 기법들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실력이지만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실험들을 접하여 연구의 폭을 더 넓히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유명 저널에 발표되는 단백질 구조들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 있습니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human adenovirus capsid structure 나 type IV secretion system의 outer membrane complex structure 등의 mega dalton crystal structure 들입니다. 그런 결과들을 보면 '저런 게 정말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저도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구조 생물학을 전공한 입장으로서 앞으로 세월이 많이 지나도 제 가슴 속에 간직될 수 있는 그런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 과정 동안 힘든 일도 있었고 고민도 많았던 것 같지만 이제 졸업을 앞두고 이렇게 한빛사에 인터뷰까지 하게 되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 동안 지도해주신 서세원 교수님과 많은 도움을 주신 실험실 선배님들, 그리고 지금은 조금 떨어져 있지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온 후배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 신혼임에도 자주 만나지 못해 항상 미안한 제 와이프 연숙이와 엄마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우리 딸 '동글이' 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