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제가 하는 연구는 항원전달세포(Antigen-presenting cell)중 하나인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입니다. 1973년에 록펠러의 랄프 스타인만 박사 (Dr. Ralph Steinman)에 의해 비장(Spleen)에서 그 존재가 밝혀진 이후 그 모양이 마치 그리스어로(덴드론) "나무처럼:Tree-Like" 하게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을 지으시고, 면역학에서 가장 활발한 화두로 그리고 연구분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수지상세포 학회 회장을 역임하시고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하고 계시는 성균관대학교 생물학과의 배용수 교수님이 한국의 수지상세포 연구를 이끌고 계십니다. 수지상세포는 이처럼 면역체계에서 효율적으로 항원을 전달해 T 림프구와 B 림프구를 조절하여 항원에 대해 반응하는 T 림프구의 분화를 촉진시키고 또한 B 림프구에 의해 항원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게끔 조절,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1973년 Ralph Steinman 박사가 비장에서 그 존재를 밝힌 고전적인 수지상세포 (Classical Dendritic cells)가 체내에서 어떤 발달 경로를 통해 생성되어지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들이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단핵구(Monocyte)가 수지상세포로 분화를 할 수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있었고, 특히 in vivo에서는 명쾌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혈액의 채취가 용이해서, 사람에게서 얻은 혈액으로 부터 백혈구를 분리하고 그 중 단핵구를 얻어서 in vitro에서 GM-CSF와 IL-4와 같은 사이토카인을 처리하여 수지상세포를 만들어오는 방법이 약 20년 전부터 확립되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생쥐에서는 전체 혈액양(한마리에서 얻을수있는)이 불과 1ml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혈액에서 얻은 단핵구로부터 수지상세포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비장(spleen)이나 림프절(lymph node)과 같은 조직에서 직접 수지상세포를 얻어내는 방법이 더 선호되어 왔습니다. 이렇다 보니 1973년에 수지상세포가 비장(spleen)에서 발견된 이후로 사람에서의 연구와 생쥐에서의 연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다 보니 생쥐에서 얻은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도 어렵게 되고, 또한 사람에게 얻은 결과는 다분히 in vitro에서 얻어진 결과이다 보니 과연 그러한 연구결과가 생체내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단핵구(Monocyte)가 대식세포(Macrophage)로의 분화는 in vivo/in vitro에서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수지상세포는 비장이나 림프절과 같은 Lymphoid Organ뿐 아니라 Non-lymphoid organ에서도 그 존재와 분화경로가 최근들어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장(Intestine)에서는 지난 2-3년의 연구를 통해 수지상세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주 자세하게 밝혀져왔고, 현재 이 분야에서 Non-lymphoid organ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심장이나 혈관에서는 저희 실험실에 있는 최재훈 박사님이 최근 2-3년의 핵심적인 연구를 밝혀 항원 전달을 하는 기능을 가진 수지상세포임을 최초로 밝혔을 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있는 수지상세포가 어떻게 발달되어 분화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곧 후속연구로 출간될 것입니다. 또 다른 Non-lymphoid Organ으로서 뇌(Brain)에 있는 수지상세포의 존재가 Rockefeller 대학의 연구그룹에서 발견되어 일부 항원 전달 기능이 논문화 되었지만, 아직 자세한 발달경로나 그 기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합니다만, 곧 랄프스타인만 그룹에서 구체적인 발달경로에 대한 분석결과와 강력한 항원 전달 세포로의 기능이 논문화 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다시 제 연구로 돌아와서, Lymphoid와 nonlymphoid 조직내에는 말씀드린 대로 고전적인 수지상세포와 이제 제가 말씀드릴려고 하는 단핵구 유래 수지상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생체내에서 단핵구로부터 유래된 수지상세포는 기존에 알려져왔던 수지상세포(필드에서는 Classical Dendritic cells이라 불립니다)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항원전달세포로 역할을 수행하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겠지만, 미생물의 감염이나 염증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에는 수지상세포를 이용해, 미생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백신개발이나 암에 대한 치료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의 경우에 사용되는 수지상세포가 대부분 혈액에서 얻은 수지상세포 혹은 혈액의 단핵구로부터 분화시킨 수지상세포를 이용해서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았을때, 생쥐에서도 사람과 같은 타입의 수지상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사람의 치료목적으로 쓰이게 될 수지상세포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될 뿐 아니라, 또한 부작용에 대한 생체내연구(in vivo)도 함께 진행되어 사람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도 보다 나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기존의 연구를 통해, 많은 미생물 감염에서 단핵구 유래 수지상세포(Monocyte-derived Dendritic cell: MoDC)의 수가 증가하고, 또한 염증반응에서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생체내에서 이 세포는 이러한 감염이나 염증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생각되고, 후속연구를 통해, 어떻게 지휘자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 작용기작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특히 저는 미생물 중 독감바이러스, 그리고 살모넬라균, 그리고 진균류 (우리 몸속에 존재하고 있는 yeast와 같은 진균류가 정상인에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HIV에 감염된 면역결핍증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독성균으로 작용할수 있습니다)에 대한 감염에 이 세포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핵심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논문 이야기를 해 드리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제가 밝힌 것은 "in vivo에서 미생물(특히 그람 음성균 )에 의해 단핵구가 수지상세포로 분화되어 강력한 항원 전달 세포가 된다"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모든 세포들은 그 세포임을 표지할수 있는 일종의 바코드(Barcode)같은 분자가 세포 표면에 존재합니다.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면 바코드에 그 물건이 무엇인지 정보를 담고 있듯이, 생물학에서 이러한 바코드는 한 세포와 다른 세포를 구분할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선택적으로 그 바코드를 가진 세포들을 골라서 분리할 수 있고(Cell sorting이라고 합니다) 또한 그 세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가능하게 합니다. 제가 연구한 단백질은 많은 바코드로 이용되는 분자 중에 사람의 DC-SIGN이라고 하는 분자의 생쥐 버전 입니다. DC-SIGN은 2000년대 초 HIV와 결합할 수 있는 세포 표면의 C-type lectin 분자로 발견된 이후 엄청난 관심을 받아왔지만, 생쥐에서는 DC-SIGN을 연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구가 되는 단일클론 항체 등의 재료가 없어서 10년 이상 제대로 된 연구가 되지 못해 왔습니다. 특히 사람의 DC-SIGN의 경우 사람의 단핵구 유래 수지세포에서 많이 발현된다고 처음부터 보고되어졌기 때문에, 이분자의 생쥐 버전도 그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으나 다른 그룹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엉뚱한 세포가 DC-SIGN을 생쥐에서 발현하는 것처럼 보고되기도 해서 상당한 혼란이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DC-SIGN이라는 분자가 단핵구 유래 수지상세포를 특이적(specific)으로 표지함을 in vitro에서 증명한 다음, 이 결과가 in vivo에서도 적용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미생물의 산물(Microbial Product)에 의해 체내의 세포가 반응하게끔 하는 톨라이크리셉터(Toll-like receptor)의 아고니스트(Agonist)를 생쥐에 직접 처리하여 살펴 보았더니, 그람음성균이 많이 가지고 있는 LPS(리포폴리사카라이드;Lipopolysaccharide , TLR4의 agonist)에 의해 아주 빠르고 특이적으로 림프절(lymph node)에서 단핵구 유래의 수지상세포가 10-20배 이상 늘어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현상을 좀더 확인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TLR4가 결손된 생쥐(C3H/HEJ)에서는 이러한 단핵구 유래 수지상세포가 생성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바코드(DC-SIGN)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림프절을 형광 염색을 해보니 기존에 알려져 있던 수지상세포와 마찬가지고 아주 특이적으로 T 세포가 모여있는 영역에서 단핵구 유래 수지상세포가 늘어났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 바코드에 대한 항체에 형광을 붙여서 세포를 레이저로 분리해서 살펴보았더니 수지상세포가 가지고 있는 나뭇가지 모양의 세포일 뿐 아니라, 기존의 고전적인 수지상세포와 마찬가지로 세포배양접시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수영을 하듯이 끊임없이 나뭇가지 모양의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수지상세포의 특징적인 모양을 나타내고 실제로 항원에 반응할수 있는 T 세포와 함께 배양했을때, T 세포를 아주 강하게 활성화 시킵니다. 특히 대장균과 같은 그람음성균이 가지고 있는 항원을 과연 인지하고 T 세포에 전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더니 기존의 어떠한 수지상세포보다도 더 강력하게 그 역할을 수행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과연 정말 이 세포가 단핵구에서 유래한 것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단핵구를 분리해서 생체내에 넣어 주었을때 (Adoptive transfer) 단핵구 유래의 세포가 수지상세포로 분화함을 밝혔고, 또한 단핵구를 제거했을 때는 이 세포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고전적인 수지상세포의 발달이 저해된 생쥐에서도 여전히 단핵구 유래 수지상세포가 생성됨을 보아서 면역학에서 단핵구 유래의 수지상세포의 생성을 명쾌하게 보여주어 새로운 생성경로(Developmental pathway)를 밝힌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1990년대 초 사람의 단핵구에서 세포배양접시에서 몇 가지의 사이토카인을 처리하여 단핵구 유래 수지상세포를 만들기 시작한 후, 이렇게 사람의 연구에서는 많이 이용되는 이 세포의 생쥐의 counterpart를 만들거나 검출할 방법이 없어서 20년간 수지상세포 분야에서 명쾌하게 어떻게 단핵구 유래의 세포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많은 "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생체내에서 입증해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리뷰어들이 좋은 점수를 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람에서 많이 연구되는 똑같은 타입의 수지상세포를 생쥐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인데, 왜 생쥐에서의 연구가 중요하냐 하면, 사람의 경우 어떠한 치료제(백신)가 있다 하더라도 임상 실험을 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르고 또한 그러한 임상연구에 선행되어 작은 동물(생쥐)에서 먼저 그 안정성과 효능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99%가 생쥐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돌연변이 생쥐를 이용해 사람에게 하기 어려운 생체실험을 대신할 Testing-bed로 이제껏 생쥐는 이용되어져 왔고, 또 이러한 생쥐에서 단핵구 유래 수지상세포를 연구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이 분야를 아주 빠르게 진보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논문이라고 생각됩니다.
2.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5년 제가 포스닥으로 Raph Steinman 박사의 랩으로 오게 되면서 부터였지만, 처음 3년 동안 노력해서 얻은 항체가 조직에서는 염색이 되어 세포를 살펴볼 수가 있었지만, 면역학자들이 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유세포분석기(flow cytometry)를 위한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연구했던 생쥐의 DC-SIGN이라는 단백질이 면역세포의 표면에 많이 있기 보다는 세포질 내에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설치류에서 이 단백질이 진화학적으로 보존되어 있어서 좋은 affinity를 가진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당연히 조직에서 잘 염색이 되었기 때문에 Ralph Steinman 박사도 뭔가 실험조건이 최적화 되지 못해 flow cytometry로 확인할 수 없지 않을까 해서 거의 1년이나 되는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포스닥이 1년 365일 실패만 했다면 능력이 없는 포스닥이거나 아니면, 항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결국 저는 더 이상 실패할 수가 없었기에 DC-SIGN Knockout 생쥐(Gene targeting을 통해 유전자를 없앤 생쥐)에다가 DC-SIGN 단백질을 찔러서 두개의 항체(Monoclonal antibodies)를 얻게 되었습니다. 물론 결국 여기서 얻은 항체는 DC-SIGN을 flow cytometry에서 강하게 detection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 항체를 통해 지난 3년 동안의 실패로부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논문을 쓰기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작년 12월 말이 되어서야 논문의 초안이 준비되었지만, 지도교수인 Ralph Steinman 박사도 이 분야가 워낙 경쟁이 심하고, 기존의 논문들이 이 분야를 잘못 이끌고 있었던 점이 있었기에 많은 부분의 실험을 다른 실험방법으로 재검증하고, 심지어 실험실의 다른 포스닥이나 학생들도 검증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를 다시 떠올리면, 새로운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한 실험을 다른방법이나 제 3자가 검증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기에 감정적으로 보스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 지난 4월에서 5월이 마음적으로 가장 많이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지도교수도 논문을 보내고 과연 리뷰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보자는 제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고, 5월 11일에 논문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달 후인 6월 17일에 논문의 리비전을 요구하는 편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지도교수가 기차안에서 블랙베리로 저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Hi Cheolho, I forwarded the reviews from Cell which came when I was on the train. Actually they are very laudatory. CONGRATULATIONS". 아마 이 순간이 논문을 적으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제가 지난 5년간 몸담고 있던 록펠러 대학은 이미 여러번의 소개를 통해 브릭에 많이 알려졌기에, 이 연구소의 공동기기실 (core facility)에 대해서만 잠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록펠러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Bioimaging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고가의 Two-photon Microscope와 Live Cell imaging에 대한 장비들이 공동기기로 아주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면역학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Flow cytometry로 가장 update된 장비로 분석위주와 세포분리용(Cell sorting) 기기가 공동기기로 잘 운영되고 있으며 Proteomics, Genomics, 그리고 Electron microscopy에 관련된 기기들도 공동기기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비를 운영하는 Core facility의 책임자의 경우 모두 박사학위 소지자일 뿐 아니라, 그 분야에서 가장 최신의 장비가 기기에 대해 아주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연구자들이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는데 아주 중요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들이 아마 한국이랑 많이 틀린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랄프 스타인만 박사는 면역학분야에서 1973년 수지상세포를 발견한 것으로 많이 알려지신 면역학자이시고,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이제 한국나이로 거의 일흔을 앞두고 있지만 Rockefeller의 여타의 대가와 마찬가지로 활발하게 랩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저희 실험실은 adjunct faculty를 포함해서 약 57명 정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큰 실험실이면 랄프 스타인만 박사가 어떻게 실험실을 운영하실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터인데, 지난 5년간 제가 지켜본 바로는 거의 하루에 3-4시간씩만 수면을 취하고 이메일과 전화로 모든 실험에 대해 포스닥과 직접 실험을 디자인하고 토론하기를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모든 논문은 직접 본인이 쓰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항상, 네가 실험하느라 바쁘니 내가 도와줄께 이렇게 우회적으로 이야기 하십니다). 실험 결과 부분만 작성해서 보내드리면 보통 1-2일 정도면 검토하고 논문화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적어서 다시 보내줍니다.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정작 Authorship에 커다란 집착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 논문의 경우도 제가 First Author이면서 corresponding author입니다. 저희 실험실은 올해 여름에 새로 지어진 빌딩으로 이사를 해서 이제서야 현대적인 실험실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지난 5년간 Bronk 빌딩에서 개인당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서 모든 실험을 수행하다가 포스닥 한 명이 한 벤치를 다 사용하게 되었지만,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습니다. 실험공간이나 기기가 결코 좋은 실험이나 논문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60년 이상이나 된 실험실에서도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이 활발히 연구하고 토론하는 것을 보면 hardware (실험공간, 기기) 보다는 software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4.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저희 보스는 면역학자들에는 잘 알려져 있고 또한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의 편집장입니다. 많은 실험실 바깥의 동료 과학자들이 묻는 것 중에 하나가 "랄프랩은 JEM에 논문내기 쉽겠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답은 "No"입니다. 본인이 JEM의 편집장이기 때문에 혹 실험실의 포스닥이나 학생이 JEM에 내보자 하면 오히려 JEM이 아닌 다른 여타의 저널로 먼저 시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항상 JEM 이상의 Grade가 되는 논문이어야만 다른 논문에서 억지스러운 Revision을 요구하는 경우에 JEM에 투고해 볼 것을 고려하시는 편입니다. 그리고 미국 국립학술원 위원이긴 하지만 PNAS에 학생이나 포닥이 논문내자고 하면 무조건 반대하십니다. 단적인 예로 1년에 한 편도 채 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작 본인 스스로는 어떤 논문에 내는지에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십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한편으로는 위대한 과학자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밑에서 일하는 포스닥이나 학생에게는 좌절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포스닥이나 학생이 마음먹고 정말 Solid한 데이타를 가지고 논문을 쓸 때에는 대단한 자신감으로 자기 포스닥이나 학생의 연구결과를 Support해 주십니다. 이번에 Cover Letter를 쓸 때 첫번째 투고 때와 Revision 투고 때에 저와 랄프의 이름으로 Cover Letter를 Cell의 Editor에게 썼을때, 그리고 제가 제 연구결과의 중요성을 조금 약하게 썼더니 각 paragraph를 "NO one ever ~~~" "None of 100's Paper ever..." 엄청 강하게 다시 고쳐 써 주셨습니다. 특히 제가 이번에 발견한 수지상세포를 Authentic 수지상세포라고 논문과 Cover Letter에 썼을 때, 저는 사실 기존에 연구해 온 다른 사람들의 것을 Nonauthentic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이러다가 Reviewer 중 이런 저희의 견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혹 논문을 reject하지 않을까 라고 걱정했는데, 저희 보스인 랄프는 "너는 내가 1973년에 발견했던 바로 그런 수지상세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여주었으니 나는 Authentic이라는 단어를 반드시 적어야 한다"라고 했을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지만, 지난 5년 간의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낀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리비전 요구 실험이 준비가 되었던 상태인지라 리비전에서의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겨울 정도로 서로 다른 방법으로 검증에 검증을 한 결과 리뷰어들 모두가 한결같이 실험의 디자인이나 방법에는 전혀 문제를 삼지 않았기에 리비전을 쉽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많은 Top-Tier 저널들이 아주 Novel한 개념과 실험결과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 논문에서 처럼 여러번 논문으로 제시된 적이 있지만, 확립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심도있게 파고들어가는 것도 가치있게 본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물학이란 연구분야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근면과 끈기라는 아주 기본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많은 능력있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현재 미국에 나와 계시고, 정말 한국 실험실에서 제대로 훈련받고 온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그런데 한가지 공통점은 모두가 대부분 비슷한 목표가 있다는 것입니다. "빨리 열심히 실험해서 한국의 대학에 교수가 되어 돌아가야지"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단기적인 목표의식 때문에 생물학을 공부하는 재미와 과학자로서의 삶을 즐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의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가 어떤 과학자가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 과학을 하는 일종의 준비자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1-2년 빨리 앞서가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전에 제가 함께 일했었던 어떤 교수님은 나이 마흔이 되어 박사학위를 따셨지만 워낙 좋은 연구로 학위 후 바로 한국에서 교수자리를 얻어 가신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 Rockefeller에 와서 느낀 것이지만 64살 정년 이런게 문서화 되어 과학자를 대학이나 연구실 밖으로 밀어내는 상황이 아니기에 35살에 본인의 실험실을 가지게 되더라 도 40살에 본인의 실험실을 가지게 되어도 70-80세 까지 과학을 할수 있다면 그 차이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빨리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그런 강박관념이 없으면 도전해 볼수 있는 다른 재미난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Fellowship이나 Young postdoc에게 주어지는 Grant입니다. 대부분의 Fellowship은 A4용지 3-4장이고 small resarch grant는 7-10장 정도이니 맘만 먹으면 2-3주의 노력으로 써내어 볼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한국인 포스닥이 이런 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에 논문하나 더 읽고 실험하나 더 해서 빨리 논문내고 빨리 교수가 되어야겠다 (Job을 잡아야겠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느껴집니다. Fellowship이나 Small research grant는 이것을 작성하면서 많이 배울 뿐 아니라, 앞으로 연구책임자(PI)가 되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미리 미리 연습한다고 해서 해가 될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중요한 것은 포스닥 나오고 3년이 지나면 (학위 받은지 3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Fellowship의 지원자격에 미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미리 미리 준비하셔야 겠지요. 저는 포스닥 4년차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뭘 하나 써볼까 했더니 지원자격이 되지 않아 참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니 후배님들은 3년차 되기 전에, 혹은 랩에 Join해서 preliminary 데이타가 조금이라도 쌓이면 보스랑 상의하고 반드시 Fellowship을 써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브릭의 소리마당에도 이러한 것들이 몇번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각 학교나 연구소의 Sponsored Resaerch and Program Development 혹은 연구지원 부서에 가셔서 상의하는 것이 보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경우가 많고, 그냥 Google에서 본인이 있는 지역에서의 Fellowship이나 Grant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포스닥이나 유학을 나오시려는 후배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듣고 말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만 영어로 쓰는 연습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은 있으신지요?이 자리를 빌어 꼭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부족한 헛똑똑이 저를 학부와 석사과정 때 잘 이끌어주셨던 미생물학과의 성계용, 홍석종, 박석희 박사님 그리고 제 석박사 과정을 이끌어 주신 지금은 은퇴하신 강현삼 선생님, 마지막으로 박사과정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신 연세대 이한웅 선생님, 이런분들의 도움이 아니였다면 제가 과연 생명과학이라는 분야를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제 마음의 고향인 미생물학과의 선후배님들의 격려와 보살핌은 많은 힘이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잠시 몸담았던 삼성생명과학연구소와 수원 성균관의대에서 함께 보냈던 선후배님들의 가르침도 늘 마음 한편에 고마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홀로되신 어머니, 또 결혼 후 미국으로 와서 사위노릇 제대로 하지도 못한 장인어른, 장모님께는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와서 늘 고생만 했던 제 아내 김혜진, 그리고 딸, 혜리 (아빠가 많이 못 놀아줘서 미안하다 ),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생명으로 시작된 내년에 나올 둘째 아이에게도 늘 부족한 남편이, 그리고 아빠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