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19세기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선교사이자 탐험가인 리빙스턴 박사는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도중에 사자에게 오른팔을 물어뜯겨 힘줄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게 됩니다. 하지만, 탐험이 끝난후에 리빙스턴 박사는 사자에게 공격당할 당시에 아무런 통증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을 회상하게 됩니다. 이것은 리빙스턴 박사가 사자를 만났을 때 매우 긴장을 하여 통증을 느끼지 못한 것인데, 이러한 현상을 '긴장성 진통' 현상이라고 합니다. 병사가 전쟁터의 긴장속에서는 총을 맞아도 아픈 줄 모르고, 축구선수가 시합의 긴장속에서는 땅을 걷어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들이 바로 '긴장성 진통' 현상입니다. 이러한 '긴장성 진통' 현상은 우리가 긴장을 하게 되면 아편과 비슷한 엔도르핀등의 '오피오이드'가 Periaqueductal gray (PAG)라는 뇌의 한 부분에 분비가 되어 통증을 경감시키면서 나타납니다. 엔도르핀은 흔히들 웃을 때 많이 분비된다고 잘 알고 계시지만, 사실은 긴장을 할 때 훨씬 더 많이 분비가 됩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서 임상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모르핀' 진통제도 이와 같은 '긴장성 진통' 현상과 동일하게 PAG를 통하여 진통효과를 냅니다. 하지만, PAG의 신경세포들은 매우 종류가 다양하면서도 그들의 모양은 서로 비슷하기에, 그 동안은 PAG 신경세포의 종류에 따른 전기생리학적 성질을 알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피오이드'에 의한 진통현상의 작용원리는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PAG 신경세포 종류에 따른 전기생리학적 성질을 밝혀냈음은 물론이고, T형 칼슘통로 유전자가 억제성 신경세포의 세포발화를 조절함으로써 '오피오이드'에 의한 진통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을 분자생물학, 유전학, 전기생리학, 행동학 실험을 이용하여 처음으로 밝히고, 이 분야에서의 이론모델을 재정립하였습니다 (그림참조).
미래전망으로 본 연구에서는,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통증을 T형 칼슘통로 유전자의 조절로 경감시킬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여, 향후 이 분야의 진통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표적으로 T형 칼슘통로 유전자를 제시하였습니다. 따라서 T형 칼슘통로 유전자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여러 가지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2.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제가 저의 박사 연구주제를 정할 때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납니다. 저희 실험실은 뇌의 전반적인 거의 모든 기능에 대하여 연구를 하기 때문에 저의 지적 호기심을 매우 많이 자극하였고, 이와 같은 연구환경은 저의 연구주제 결정에 있어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저에게 떠오른 몇 가지 주제 중에, 저는 임상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연구주제로 초점을 맞췄고, 저희 실험실에서 2003년도에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통증관련 연구는 저를 통증을 경감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실험실에서는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 시상을 통한 통증전달 신호를 차단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통증 경감 연구주제에서 진통제를 통한 통증치료방법의 연구가 미진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여러 문헌을 통독하면서 '긴장성 진통' 현상과 '모르핀'에 의한 진통작용원리가 그때까지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흥미를 느껴 박사 연구주제로 삼았습니다. 지금도 박사 연구주제를 정하고 나서, 처음으로 돌연변이 생쥐에서 모르핀 진통효과가 감소되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와 patch-clamp 레코딩중에 저전압성 발화가 PAG내에서 억제성 신경세포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의 흥분을 잊지 못합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산하 신경과학센터 미래융합기술 실험실에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제1호 국가과학자이신 신희섭 박사님을 센터장으로 모시고 여러 개의 독립된 연구실들에서 다양한 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연구원들의 전공 또한 매우 다양한 다학제적 분위기의 연구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뇌에서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가 결손된 돌연변이 생쥐를 이용하여 행동 분석, patch-clamp recording, intra/extra cellular recording, single/multi unit recording, EEG, VSDI 등 신경 전기생리학적 방법의 통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과학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모든 공식적인 연구토론은 영어로 진행이 되고, 일상 생활에서도 영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어 국제적인 교류에 있어서의 자신감은 물론이고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제가 이러한 융합테크닉과 국제적인 환경에서 연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사실 제가 한 연구는, 저희 실험실 소속이 아닌 다른 과학자들이라면,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없는 연구입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마약류인 모르핀을 손에 넣고, 유전자 결손 생쥐를 이용한 분자수준에서부터, 전기생리학적인 신경세포 수준, 더 나아가 행동수준에까지 모두 하나로 융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는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명과학에서 가장 재미있는 분야가 어느 것이냐고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주저없이 뇌신경과학이라고 대답합니다. 뇌는 그만큼 아직까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이 있어 연구주제가 많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가지 신호전달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뇌신경과학은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요즘에 대세가 여러학문의 융합인데 그 융합학문의 대표적인 분야가 뇌신경과학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실험실에도 보면 생명과 전공뿐만 아니라 물리, 전기, 전자, 화학, 컴퓨터등 여러 전공자들이 있습니다. 또한, 연구의 초점도 분자, 세포, 전기생리, 행동실험까지 매우 폭이 넓습니다. 학부때 모두 다 배울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때문에 뇌신경과학에 대해서 막연한 어려움을 느껴 흥미는 있지만, 도전을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모든 흥미로운 지식과 경험들은 대학원과정에서 충분히 배우고 공부하며 실험할 수 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뇌신경과학에 대한 꿈이 있다면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전하십시오! 여러분 눈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6.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이번 연구논문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중의 하나는 PAG에서의 '긴장성 진통' 현상을 이용하면, 시상을 통해 대뇌피질로 전달되는 통증신호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일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새로운 진통제 개발에 대한 실마리를 주고 있기 때문에, 시상과 PAG를 이용한 진통제 개발 연구를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이번 연구에서 가장 잘 수행하였고,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분자생물학에서부터 유전학, 전기생리학을 거쳐 행동실험까지 연결시키는 연구분야이기 때문에, 이러한 아이디어와 관련된 뇌신경 질병모델에 관한 연구도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먼저 포항공대 생명과학과에서부터 KIST 신경과학센터까지 저를 뇌신경과학자로 이끌어 주신 신희섭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연구뿐 아니라 여러 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신경과학센터의 구성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학위과정동안 저를 아낌없이 격려해주시고 사랑해 주신 가족들과도 기쁨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