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흔히 단백질의 분해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Ubiqutin (Ub)은 7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작은 단백질로 주로 lysine (K)에 부착하여 면역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Ubiquitin K48에 Ubiquitination이 일어나면 proteasomal degradation이 일어나 단백질 분해에 관여하며, Ubiquitin K63에 일어나면 단백질분해와 관계없이 단백질 활성화 혹은 억제 조절에 관여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논문은 그 중에서도 T 세포의 활성에 중요한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T cell receptor complex (TCR)를 이루고 있는 TCR zeta chain K54에 Ubiquitin이 부착된다는 것을 밝혔고, 보통 알려진 Ub K48, K63에 의한 polyubiquitination이 아닌 Ub K33에 연속으로 부착되는 polyubiquitination이 일어나 TCR zeta chain의 분해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 T 세포의 활성을 억제시킴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를 부착시키는데 관여하는 E3 ligase 효소가 RING-type Cbl-b와 HECT-type Itch라는 것을 밝혀, 이 두 효소가 T 세포 활성화 억제에 영향을 미쳐 이 두 효소가 없는 마우스경우 TCR zeta chain에 phosphorylation이 강하게 일어나며 down-stream signaling을 강화시켜 자가면역질환이 유발됨을 관찰하였습니다. 사실 Cbl-b가 결핍된 마우스경우는 류마티스 같은 Th1 자가면역질환이 잘생기고, Itch가 결핍된 마우스경우는 천식 같은 Th2 자가면역질환이 쉽게 일어나는데, 두 단백질 모두 T 세포의 신호전달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두 단백질 모두가 결핍된 마우스 경우는 자발적인 자가면역질환이 심하게 일어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T 세포의 활성화를 억제시키고 자가면역질환의 치료를 위해 이 두 물질을 새로운 신약 개발의 목표물로 제시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기대해 봅니다.
-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많은 논문들이 긴 연구과정을 거치지만, 이 논문은 발표까지 거의 8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나온 논문입니다. 제가 마우스 breeding부터 시작해 거의 4년 가까이 phenotype characterization과 TCR signaling을 담당했고, 제 후임자들이 나머지 3년 이상 마지막 메커니즘연구를 했습니다. 원래도 자가면역질환이 잘 생기는 single knock out (KO) 들인데 double KO를 만들려 하니 breeding이 잘 일어나지 않아, 한 번 실험을 할 때면 control, 각 single KO와, double KO를 포함 10마리 이상의 마우스에서 혈액체취부터 모든 장기를 분리해야 하기에, 보통 아침 6-7시경에 8명 정도의 랩 동료 연구원들이 각각 맡은 장기를 분리하고, 세포 수를 세고, staining을 하고, signaling을 보고…. 정말 많은 이들이 이 논문을 위해 일 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새벽 5시에 나와 모든 장기를 다 분리해 놓고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본 우리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너무 고마워 하더라고요. 물론 별 것 아니라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일을 하는 저의 열정이 선생님께 전해져 아마도 제가 그 연구소를 그만두고 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를 제1공동저자로 넣어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제가 만든 결과들이 이 논문에 많이 실리기도 했지만요. 현실적으론 많은 PI들이 떠난 연구원들에게 그런 대우를 해주지는 않거든요. 그런 점에서 전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좋은 논문이 나오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미국이나 독일이 많이 여유로워 좋았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제가 있었던 La Jolla Institute for Allergy & Immunology (
www.liai.org) 는 미국사람들도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인 켈리포니아주 La Jolla (라호야)에 있는 연구소로 1988년 일본의 유명한 맥주회사 Kirin이 세운 면역학 연구소입니다. 초대 연구소장으로 1966년에 IgE를 발견하신 Dr. Kimishige Ishizaka를 영립했는데 그때 Dr. Ishizaka는 영리라면 연구소를 맡지 않으실 거라고 하셔서 현재까지 비영리 기초 면역학 연구소로 세계에서 몇 개안에 드는 연구소입니다. PI들의 월급과 기본 운영비는 Kirin이 제공하고 각 PI들은 NIH나 다른 연구비를 수주해 와서 실험실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 근처에 있는 Scripps 연구소경우 PI 본인의 월급도 연구비 수주로 감당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LIAI는 정말 좋은 조건의 연구소지요. 대부분이 post doctoral fellow들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세계 각 나라에서 연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정작 미국인은 보기가 힘들지요. 초기 사람들이 적었을 때는 Dr. Kimishige Ishizaka와 그 부인이자 동료 과학자인 Dr. Teruka (Terry) Ishizaka가 크리스마스 때마다 온 연구소 사람들의 가족까지 초대해 아이들에게 직접 장만한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다음 소장인 Dr. Howard Grey에 이어 Dr. Mitchell Kronenberg가 연구소 소장으로 있고 그 아래 면역학 분야에서는 대가라는 22명의 PI가 포진해 있습니다. 주로 T 세포의 연구와 자가면역질환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연구소입니다. 차로 5분 거리에 아름다운 해안가가 있어 새벽에 출근할 때면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소금기를 맡을 수가 있어 좋았지요. 1년 365일 중에 300일이 sunny고 겨울에도 영상 16-18도를 유지해서 추운 것을 싫어하시는 분은 살기 좋은 곳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사실 연구란 직업이 논문이 나올 때 잠깐 행복을 느끼고 거의 대부분 부단히 노력하고 자신과 싸워야 하는 시간이 많아 우울할 때가 더 많습니다. 또한 요즘 논문은 단독으로 연구해서 나오는 것이 거의 없고 항상 동료들과 같이 연구해 발표를 하는 것이 많아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요. 그래도 융통성이 약간 부족하지만 성격상 무난하고, 머리가 평범하지만 체력이 끝내주게 좋은 제게 연구가 제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실험실에서 실험을 할 때가 제일 행복하거든요. 꿈속이나 아침에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험실에 와서 해 보지요. 물론 생각의 실수를 종종 발견하긴 하지만요. 그래도 실수를 발견하는 기쁨도 꽤 좋거든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18년 동안 독일과 미국에서 연구생활을 했는데 막상 한국에서 처음 직장에 나가던 날 가슴이 얼마나 뭉클했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한국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다고요. 지금도 가끔 난관에 부닥치게 되면 그 날의 뭉클함을 떠올리며 많이 참고 있지요. 무엇보다도 면역학의 T 세포도 모르던 학생들로부터 면역학을 배운지 2년도 안돼 “선생님 그것 말고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하는 조심스런 질문을 받으면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언제 이 학생들이 이렇게 성장했나! 하며 정말 감사함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가 배운 것을 흡착력 있게 빨아드리는 학생들의 성장을 보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과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모든 학생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4년이라는 짧은 한국 연구생활에서 제가 느낀 것은 학사, 석사, 박사생들이 본인이 즐거워 연구생활을 하기보다는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해 혹은 지도교수님에 끌려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수님들은 학위를 빌미로 학생들을 연구소에 오래 붙잡아 놓으시려고 쪼고, 윽박지르고, 타이르고… 학생들은 랩미팅이 코 앞에 다가올 때만 연구실에서 새우잠을 자고 몰아서 일하고, 그 다음날에는 책상에서 졸고, 심지어는 연구실에서 동영상을 공공연히 보는 경우도 흔한 것 같습니다. 제가 학생으로 다니던 독일 대학엔 조교라는 시스템이 없어, 이번 학기에 무슨 과목을 꼭 들어야 한다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저 각 학생들이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연구소에 가서 등록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주입식 먹여주는 교육을 받은 저에게는 자율적인 공부가 처음엔 정말 어려워 시험에 떨어지는 사례도 많았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항상 제 머리 속에 있었던 것은 누가 공부하라고 등 떠민 사람도 없었고, 제가 좋아서 유학을 선택했다는 것이었어요. 독일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책임지고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먼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구는 정말 긴 여정이고 싫어하는 일은 오래 지속할 수 없거든요. 더욱이 연구에는 지름길 (shortcut)이 없습니다. 유학을 결정하시든 한국에서 학위를 하시든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본인이 직업 의식을 같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그 분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제가 배운 것 모두를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가르치고, 같이 연구하고, 같이 배우고 싶습니다. 외국에서 배울 때는 언어소통이 부족해 혹은 문화가 달라 무시도 많이 당했고, 실험 한 가지 배우는 것도 오래 걸렸습니다. 모든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누가 친절히 가르쳐 주지 않아 어깨너머로 배우는 일이 정말 흔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배운 것들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제가 현재하는 연구는 T cell, B cell signaling과 innate immunity, 그리고 성체줄기세포의 면역기능을 알아보고 있는데, 연구비지원 많이 받아 제 랩을 탄탄한 랩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6. 기타 하고 싶은 말씀한국 실험실에 학생이나 연구원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전문직임을 인지하시고 전문인답게 열정을 갖고 실험을 해주시면 좋겠고,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기부여가 약한 연구원들을 위해 국가 기능인 같은 자격증 시험이 있어 연구인도 진급을 할 수 있게 되어 능력에 맞게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또한 바람이 있다면, 연구비 걱정 없이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시는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이번 논문 나왔다는 소식에 아이 같은 웃음으로 박수를 쳐주시던 아버지의 건강이 좋아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