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
통증은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장치 같은 것으로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증상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순기능의 통증보다는 사고로 의한 신경손상등으로 생긴 불필요한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 만성통증의 원인 및 작용기작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2004년 Dr. Yong Yang등은 primary erythermalgia (약간의 운동만으로도 손이나 발에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유전질환) 환자들에게서 말초신경계에만 존재하는 Nav1.7 sodium channel의 돌연변이를 처음 발견하였습니다. 이후 저희 실험실에서는 이 질병과 관련된 돌연변이들의 전기생리학적 특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고, 이 돌연변이들은 정상적인 Nav1.7 sodium channel보다 더 낮은 전압에서 activation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6년 겨울 Dr. James Cox등은 loss-of-function으로서 선천적으로 Nav1.7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선천성 무통각증(congenital insensitivity to pain)이 나타난다는 것을 Nature지에 발표하였고, 이후에도 Nav1.7 sodium channel이 paroxysmal extreme pain disorder도 일으킨다는 보고가 이어짐으로서 적어도 사람에 있어서는 말초신경계에만 존재하는 Nav1.7 sodium channel이 통증을 유발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동물모델이 개발되지않아 실험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말초신경계에만 존재하는 Nav1.7 sodium channel의 중요성으로 인해 현재 많은 연구소와 제약회사들이 Nav1.7 sodium channel을 표적으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진통제를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는 선택적 Nav1.7 sodium channel blocker를 사용하여 loss-of-function에 의한 선천성 무통각증처럼 별다른 부작용이 없이 통증을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소에 대한 소개
제가 일하고 있는 Center for Neuroscience and Regeneration Research는 Dr. Stephen Waxman을 주도하에 3명의 교수진과 20여명의 다국적 박사급 연구원, 그리고 10여명 정도의 research technician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연구소에서는 electrophysiology, molecular biology, biochemistry, immunocytochemistry, computer simulation 및 animal behavior test 등의 다양한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spinal cord injury와 multiple sclerosis, painful nerve injury등 여러가지 신경병변에서 나타나는 sodium channel의 생리학적 역할과 변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의 매달 외부의 유명한 교수님이나 연구원들을 초빙하여 최근 발표된 논문이나 흥미로운 내용의 세미나를 듣고, 모든 연구원들이 연자와 1:1로 면담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있어 개인적인 지식의 습득 뿐만 아니라 인간적 유대관계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에 conference room이 있는 독립된 단층건물에 위치함으로서 연구소내 모든 연구원이 다른 분야의 연구원들과 쉽게, 그리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토론하며 project를 개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한 이곳의 연구원들은 유럽, 아시아, 중동 등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 모여있어서 다양한 문화와 생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과 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 연구소에는 학계에서는 유일하게 automated patch clamp인 PatchXpress 7000A를 구비하고 있어, 일차적 약물 스크리닝 용도로만 사용하는 일반 제약회사들과는 달리, 계속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돌연변이들의 기본적인 생물리학적 특성을 연구하고, 필요에 따라 개발사와 함께 자동화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많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다국적 기업에서나 쓸 수 있었을 automated patch clamp를 이곳에서 사용해보며 미래에 기계가 얼마만큼 사람을 대체해 일을 할 수 있는지 경험해 볼 수 있고 (아직까지는 다행히 사람이 더욱 양질의 데이터를 만듭니다!), 또한 사용자 모임을 통해 실제 제약회사의 관심분야 및 개발 과정중 문제점 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통증은 아마도 인간이 인체의 연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분야 중 한 가지 일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적 가졌던 세상의 모든 고통을 없애는 약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겠다던 꿈을 이루기엔 아직 먼 길이지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 아직까지 이렇게 열정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길을 준비하시거나 걸어가시는 다른 후배님들도 좋은 논문을 낼수 있는 연구에만 몰두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연구를 하셔서 늘 행복한 연구를 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