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이번 논문은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물로부터 전자와 수소 이온을 분리해내는 과정에 대한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빛 에너지를 화학 결합 안에 저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태양 빛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수소 분자와 같은 화학 연료의 형태로 저장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개념적으로는 '광합성'과 유사합니다. 다만, 식물이나 조류(algae), cyanobacteria에서는 저장이 보다 용이한 다른 형태의 연료 또는 식량의 개념에 해당하는 분자들을 만들게 됩니다.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사용하는 차이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빛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연구는 주로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전기의 형태로 생성해내느냐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태양광 발전 또는 photovoltaics로 불리우는 것입니다. 하지만, 태양 빛 에너지는 시간이나 지역에 따라 매우 큰 편차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사용을 확대시키는 데에 몇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로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작년에 Smart Grid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그에 대한 연구와 정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빛 에너지로부터 수소와 같은 화학연료(간단히 태양연료로 불립니다)를 만드는 연구는 태양 에너지 활용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은 태양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첫번째 단계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에 해당하는 광자를 흡수하여 물을 산화시킴으로 수소와 전자를 만드는 과정을 다룹니다. 특히, 촉매 성분인 iridium oxide를 인지하고 결합하는 펩타이드가 발현되는 생물학적 지지체인, 유전적으로 조작된 M13 박테이오파지(M13 bacteriophage)를 도입하여 반응 효율에 중요한 두 가지 요소의 역할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첫번째는 빛을 흡수하는 염료 성분인 포피린 (porphyrin) 분자들을 박테리오파지 위에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흡수된 빛 에너지가 포피린 사이를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밝히고, 이러한 현상이 함께 결합된 촉매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전달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두번째는 박테이오파지에서 발현된 펩타이드에 의해 포피린과 iridium oxide가 강한 산화조건의 수용액 안에서도 안정적으로 배열되어 효과적인 전자 전달이 일어나게 하여 물의 산화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다공성 하이드로젤 마이크로 입자 내에 박테이로파지에 의해 조합된 포피린과 iridium oxide을 포집시켜 그 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달하기 원하는 메세지는 반응에 필요한 물질들을 적절히 '조합'과 '배열'시키는 것의 중요성입니다. 이번 연구는 결코 새로운 화학물질을 '합성'하거나 새로운 화학반응을 디자인하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촉매와 염료도 그 배열을 잘 조정하면, 광반응 효율을 급격히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입니다. 그 힌트는 자연 광합성이 시작되는 photosystem의 구조에서부터 얻을 수 있었습니다. Thylakoid 라는 지질 이중막에 존재하는 photosystem은 매우 큰 크기의 단백질 복합체 인데, 여기서 단백질 성분은 일종의 scaffold로 역할을 하며 염료, 촉매, 전자 전달 물질들을 매우 정교하게 배열시켜 높은 효율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지구 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소들만을 이용하지만, 나노 수준에서 활성 성분들의 배열 구조를 최적화 시키는 것을 통해 높은 효율을 보인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자연계에서 오래 시간의 진화 과정을 통해 얻어진 구조물들을 관찰하고 그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접근방법인지를 이번 논문은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광분해 반응을 통해 물에서 수소와 산소와 같은 태양 연료를 만드는 연구는 1972년 일본 동경대의 Akira Fujishima와 Kenichi Honda에 의해 보고된 이후, 지난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상업화까지는 아직도 너무나 먼 길이 남아있는 연구 분야입니다. 최근 정부의 지원 등에 의해 태양광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였지만,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 비하면 태양광 에너지는 아직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비중이 커질수록 앞서 말한 태양광 에너지의 사용의 어려움이 보다 선명하게 나타날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태양 연료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2. 연구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에서 사용된 촉매인 iridium oxide와 이를 인지하는 펩타이드(AGETQQAM)을 유전적으로 조작하여 발현시킨 박테이오지파지는 제가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에 이미 다른 연구자에 의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2007년 초여름이였는데, 저도 그 해에는 동일한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였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연구의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구실의 다른 대학원생이였던 Andrew Magyar (현재 Harvard에서 포닥으로 있습니다)의 제안으로 iridium oxide가 물을 산화시키는 아주 좋은 촉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2008년 초 연구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Andrew의 형이 생물체 내에서의 전자 전달현상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교수 밑에서 포닥으로 있었는데, 동생과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 이 촉매와 염료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이슈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박테이오파지가 이 두 성분을 함께 결합시키는 데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만약 원래의 연구 프로젝트가 너무 잘 되고 있었다면, 그 일에 몰두하였을 것이고, 그러면 새로운 응용 분야에서의 더 좋은 아이디어를 놓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첫해 동안 실패를 거듭하던 연구가 있었기에, 그 이후에 같은 물질로 새로운 연구 주제를 잡았을 때에 매우 빠른 속도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고, 또한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득도 보았습니다. 실패를 하던 연구에서 좋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얻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저의 연구의 내용이 몇 가지 분야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과 제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항상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전공 분야가 무엇입니까?". 유전 공학을 이용해 박테이오파지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간주한다면 bioengineering이라고 할 수 있고, 촉매의 활성을 최적화시키는 microenvironment를 다룬다는 측면에서는 chemistry 또는 nanotechnology라고 할 수 있고, 반응기를 적절하게 디자인하는 연구에 대해서는 chemical engineering의 측면도 강하고, 아울러 electrochemistry와 관련된 재료 공학의 내용도 많이 있어서, 딱 짚어서 저 자신의 전공이 무엇이라고 이야기 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자신을 정의내리기 어려울 때에는 곤란한 경우도 생기게 되지요. 전공이 무엇이냐는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주저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나요? 그 간단한 질문이 제가 가장 어려워 하는 질문입니다. 요즘은 그래도 좀 익숙해져서, 그때 그때 상대에 따라 다르게 대답합니다. 카멜레온 같네요.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유학을 나오기 전에 자신이 어떤 분야를 할 지, 어떤 사람과 일을 하는 것이 좋을 지,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는 것이 좋을 지를 생각하다보면 마음만 답답해질 수도 있는데요. 많은 일들이 겉과 속이 다르고, 사람들의 관심사들도 항상 변하고, 무엇보다 공부를 하다보면 자기 자신도 많이 변합니다. 저는 아주 오랜 기간동안 생분해성 고분자, 자기 조합 나노입자, 약물 전달, 조직 공학 등의 분야를 공부했습니다만, 지금은 그것들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을 광합성, 광반응, 에너지, 촉매 등에 연구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자에 해당하는 관련 기술들을 후자의 분야에 적용했을 때에 아주 많은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할 수 있어 좋은 연구 아이디어를 내기 좋다는 것입니다. 이번 논문에서 사용한 microgels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됩니다. 자신의 관심을 찾아가다보면 뜻하지 않는 방식으로 좋은 접점을 찾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 연구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시카고에 있는 Argonne National Lab에 포닥으로 가서 펩타이드를 이용한 촉매-염료의 구조와 활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분광학적 방법과 X-ray 산란기법을 이용하여 효율적인 전자 전달이 촉매 활성 및 안정화에 어떤 양향을 주는 지를 연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