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간단히 설명
이 논문은 최초로 항 말라리라 물질인 artemisinin의 핵심 전구체인 artemisinic acid를 미생물에서 대량 생산 할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 하였습니다. 특히 돋보이는 점은 상추와 해바라기의 비교 유전체학을 기반으로 artemisinic acid 생합성에 관련된 P450 유전자를 전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은 Artemisia annua (한국명 잔잎쑥 또는 개똥쑥)에서 단 한번의 RT-PCR로 찾아 냈다는 점과, 대사 공학 기술을 사용해 artemisinic acid을 효모에서 리터 배양당 100mg 까지 생산 하여 미생물을 통한 항 말라리아제 생산에 한발 더 접근 하였다는 점 입니다.
이 연구는 빌게이츠 재단의 말라리아 퇴치 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진행중인 말라리아 신약 개발, 말라리아 백신 개발, 항 말라리아제 artemisinin 대량 생산의 3가지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연구는 공학자와 과학자간의 공동 연구의 결과물 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고, 최근 공학자들이 추구하는 Synthetic Biology의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생각 합니다.
간단하게 말라리아와 artemisinin에 대해 소개 드리겠습니다. 말라리아가 없는 선진국 정부들과 영리를 추구하는 유수의 제약사들의 항 말라리아 약 개발 외면 속에서 인류 역사와 동반한 가장 오래된 병중 하나인 말라리아는 지금까지 꾸준히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매년 3-5억 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100만명의 희생자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중 95%는 5세 미만의 유아들 입니다. 불행하게도 최근 5-10여년간 말라리아의 치사율이 아프리카에서는 빠르게 증가하는 실정인데, 가장 큰 이유는 말라리아 병원균이 기존의 약에 저항성을 보이기 때문 입니다. 현재 유일한 항 말라리아 약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쑥과 식물인 Artemisia annua 라는 식물체에서 생합성되는 terpenoid 계통의 artemisinin뿐 입니다. WHO에서는 최근 공식적으로 artemisinin을 다른 약과 함께 쓰는 Artemisinin Combination Therapies (ACT)를 전세계의 의료기관에 권고하여 저항성 출현을 줄이거나 지연 시켜보자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rtemisinin은 식물체에서 직접 추출하여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번 치료당 $2.40로 기존의 약 ($0.05) 보다 가격이 비싸고 공급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Novartis라는 제약 회사는 ACT용도의 약을 만들어 공급하려 하였으나 artemisinin 공급이 부족 하다고 발표 한 바가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어떻게 많은 양의 artemisinin을 싼 가격에 공급 할수 있는가 이고, 이번 연구에서 저희 연구팀은 효모등의 미생물을 이용해 artemisinin의 전구체인 artemisinic acid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하였습니다. 현재 바이오 벤쳐 회사인 Amyris Biotechnologies와 비영리 제약 회사인 Institute for OneWorld Health에서 대량 생산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과학 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격이 커서 BBC, LA times, Voice of America등 미국 내외의 여러 국가의 미디아에서 소개 되었습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Artemisinin project website (http://www.artemisininproject.org/)와 Amyris Biotechbologies website (http://www.amyrisbiotech.com/)를 참조 하시기 바랍니다.
-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현재 artemisinin의 공급원인 Artemisia annua 식물이 부족하여 WHO등의 말라리아 관련 국제기구들의 지원으로 세계 각지에서 Artemisia 재배가 시작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저의 연구 결과로 논문 Artemisinin이 당장 싸게 대량 생산 될것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전달 되어진다면, 많은 Artemisia 농부들이 재배를 그만 둘수 있다는 의견이 재단에서 전달 되었습니다. 이 연구의 효모는 아직 laboratory strain 이라 상용화까지는 수년이 걸리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이 연구가 artemisinin 부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artemisinin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 할수도 있다는 우려가 논문 작성중 재기 되었습니다. 많은 과학 논문이 약간은 과장 되게 글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저의 논문은 오히려 연구비 재단과 제약 회사로 부터 절대 과장해서 쓰지 말라는 강력 권고와 사전 검열(?)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저의 연구팀의 academic freedom을 저해 한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지금 생각하면 논문의 사회적 측면까지 고려하는 의미 있는 처사 였다고 생각 합니다.
2. 본 연구가 이루어진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UC Berkeley, UCSF, UC Santa Cruz가 연합하여 biomedical research의 산학 연계를 도모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California Institute of Quantitative Biomedical Research (QB3) 소속이고, 제가 속한 Keasling 연구실은 최근 만들어진 Berkeley Center for Synthetic Biology 건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QB3나 Center for Synthetic Biology의 취지는, 생명 공학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학제간 융합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QB3에서는 연구의 특허와 상품화에 대한 주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공학자들의 생명 과학 분야로의 진출이 눈에 띠게 늘고 있고, 공학자들의 생명 과학 모임인 합성 생물학 (synthetic biology)이 최근 학계와 언론에 소개 된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의 연구실의 이성국 박사님이 BRIC BioWave에 써주신 합성 생물학에 대한 리뷰를 참조 하시기 바랍니다. (이성국 & 원기훈, Synthetic Biology에 대해: 2005, /biowave/review_detail.php?nNum=834)
저의 연구소에서는 화학공학자, 전기공학자, 생화학자, 분석 유기 화학자, 식물학자, 환경공학자, 미생물학자등의 다양한 전공자들이 어울려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학제간 연구는 근본적으로 위험 요소가 내제 되어 있어서, 연구소의 많은 연구가 실패로 끝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제간 연구를 통한 high risk project를 계속 추진할수 있는 Berkeley의 연구 환경이 상당히 인상적 입니다. 아마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연구 풍토와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와 도전이 지금의 미국 과학을 만들었으리라 생각 합니다.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publication 조차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뱃심이 있는 연구소 이기도 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여러 연구과제를 수행 해왔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물론 좋은 논문을 발표한 것도 큰 보람과 자부심 이지만, 무엇 보다도 제가 10년간 연구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사용해서 말라리아라는 Global Health 문제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지난 10년간의 노력을 보상 해주고도 남는다는 느낌 입니다. 저의 연구팀과 UC Berkeley는 Amyris Biotechnologies라는 생명공학 회사와 Institute for OneWorld Health라는 제약 회사에게 연구에서 발생한 모든 특허권을 artemisinin 대량 생산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런 humanitarian project에서 핵심 연구와 특허 증여등의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젊은 대학원생들이 대학원 초기부터 너무 성급하게 유행이나 논문 숫자에 매달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좀더 여유를 가지고 대학, 대학원때 과학 기초를 튼튼히 세우고, 그 기반 위에 본인이 세계적으로 내세울수 있는 전문 분야를 창조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하다고 생각 합니다. 과학에 헌신하기로 작정한 대부분의 대학원생및 과학자의 최종 목표는 궁긍적으로 학계나 기업의 Principal Investigator (PI)가 되어 연구 통해 산학계에 기여를 하는 것이라 봅니다. PI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브릭등의 언론 매체 등에서 자주 언급 되는 소위 impact factor가 높은 논문 발표를 통해 과학자의 커리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임은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논문이 자신의 과학 기반에서 만들어 진것인지, 교수님의 뛰어나고 억척스러우신 연구 지도력 때문인지는 냉정히 생각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 주변의 대학원생 중에는 좋은 논문을 쓴 미래의 뛰어난 PI감도 있지만, 반면 우수한 논문을 썼지만 그저그런 학생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좋은 논문 1-2개 있고 없고에 자신을 얽매이지 말고 좀 더 큰 틀에서 본인의 연구 역량을 꾸준히 발전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과학 기초 체력과 전공 전문성이 있다면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낼수 있는 기회는 언젠가 반드시 온다고 믿습니다. 학위를 시작하는 젊은 대학원생들이 결국에는 전 세계의 동료 과학자들이 본인을 젊은 동료로 인정할수 있을 수준의 과학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올해 7월부터 Canada의 University of Calgary에서 조교수로서 연구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지금 까지 생화학과 유전체학 쪽에서 식물 이차 대사학을 접근 하였는데 이제는 유전학과 세포 생물학적 차원에서 식물 이차 생물학을 연구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차 대사물의 다양성과 식물체 내외 에서의 그들의 기능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자 합니다. 아마도 알려진바 없는 많은 식물 이차 대사 물질이 plant-plant, plant-other organisms, plant-environmental interaction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 한다고 생각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는 아주 개인주의적인 성격이라 과학을 커리어로 선택한것을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아마도 저 같은 사람이 한국에 많이 있으리라 생각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족스럽게 수용하기 위해서 과학도 은행이나 무역업이나 광고업등 다른 직장들 처럼 하나의 직장으로 사회에 자리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과학 정책가가 아니라 방법을 제시 할수는 없지만, 교수 뿐만 아니라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가지고도 과학계에서 프로젝트의 중요 일원으로 적절한 보수와 복지 혜택을 받고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정책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Received for article April 25,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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