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Toll-like receptor(TLR)는 선천성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용체로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가 가지는 특징적인 모양을 인식하여 선천성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적응성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인간에겐 10가지의 TLR이 있는데 이번에 저희가 구한 TLR2-TLR6 complex는 mycoplasma, gram-positive bacteria 등의 세포벽 구성성분인 diacylated lipopeptide를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2007년에 밝혔던 TLR2-TLR1-triacylated lipopeptide complex 구조에 연이어 이번에 TLR2-TLR6-diacylated lipopeptide complex 구조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쓰이는 몇몇 adjuvant의 경우, TLR family를 통해서 적응성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LR2 complex의 구조가 이러한 백신의 adjuvant나 TLR을 통해서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진 동맥경화, 패혈증 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로는, 작년 9월에 단백질 회절 데이터를 얻기 위해 교수님과 연구실 친구와 함께 프랑스의 ESRF를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실험을 마친 후, 교수님께서는 바로 귀국하시고 저와 함께 갔던 친구는 하루를 남아서 파리를 구경하기로 했었는데 오는 날 공항에서 길이 엇갈려서 그 친구는 비행기를 타고 저만 비행기를 놓쳤습니다. 다행히 그 전날 묵었던 한인민박에서 다음 비행기를 탈 때까지 3일을 더 묵을 수 있었고, 역시 한인민박의 인터넷과 전화기를 사용해서 한국에 연락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실 사람들은 아직 제가 파리에 더 머물고 싶어서 일부러 비행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생각하시는 데 정말 저 그때 일부러 그런 거 아닙니다. ^^;;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연구실은 KAIST 화학과에 속한 '세포막수용체 연구단'입니다. 2001년부터 이지오 교수님의 지도 아래 x-ray crystallography를 사용하여 여러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여 왔고 특히 최근에는 TLR, VLR, CD14, Baff/Baff-R 등 면역에 관련된 단백질의 구조를 주로 풀었습니다. 작년부터는 창의 사업단으로 선정되어서 더욱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제일 큰 자랑은 항상 열심히 공부하시고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실 뿐 아니라 각자를 연구자로 인정해주시고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하시는 저희 교수님이신 것 같습니다. ^^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부시절, 연구중심의 학교를 다니면서 나름대로 대학원 생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힘들지는 예상하지 못했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지식적으로 (화학과로서 생화학을 하려니 기본적인 것 조차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또 자유롭지 못한 시간활용에 대해서도 참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실험을 배우는 재미와 고된 시간 후에 얻어지는 값진 결과들 때문에, 또 좋은 교수님과 선배들을 만난 덕에 어느덧 박사 2년 차까지 왔네요. 저희 교수님께서 Bric과 나눈 인터뷰를 보니 교수님께서는 과학자들이야 말로 정말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사실 그렇게 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연구가 세상을 더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으로 사람들과 만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 알려지지 않고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훈련기간이 길고 끝까지 연구자로 남기가 어려우며 일한만큼의 대가를 얻기 쉽지 않다는 점이 사실 개인적으로 더 도전이 되는 면도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는 처음 시작할 때 100%의 역량과 헌신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자신이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더라도, 혹은 중간에 이 길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도 연구실 생활이 몸에 익기 전까지는 일단 모든 생각과 체력, 시간을 연구와 연구실 생활에 쏟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한국적인 환경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고요. 물론 기본적으로는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제 박사 2년 차라 박사학위를 따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박사학위를 따기 전에 저희 연구실에서 익힐 수 있는 실험 테크닉을 잘 익히고 스스로 구조를 창의적으로 풀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습니다. 그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든 계속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경제원리 때문에 의료적 기회를 잘 얻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급할 수 있는 치료제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아직 많이 부족한데 논문의 제1저자가 되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부끄럽습니다. 제게 지식뿐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삶을 본보여주신 이지오 교수님과 Purdue의 미선언니께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항상 함께 돕고, 토론하며, 크고 작은 일을 함께하는 연구실 선후배들과 UIC의 범석 오빠, 직원친구들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또 결정적인 데이터로 이 논문의 질을 끌어 올려준 다른 제1저자 설화언니와 박사님께도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를 물심양면으로 지지해주시는 부모님과 동생 선영이, 민규, 많이 참아주는 남자친구와 항상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