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 내용의 소개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인구의 암발생율중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입니다. 수술은 아주 조기의 자궁경부암에서만 가능하고 조기암을 포함하는 진행성 자궁경부암의 넓은 영역이 방사선치료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궁경부암의 주된 치료방법은 방사선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종양내 존재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의 양이 작을수록 치료 후 예후가 나쁘다는, 일견 이해가 가지 않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유두종과 자궁경부암과의 연관성은 밝혀진 것은 1980년대로, 잘 알고 계시듯 이 연관성을 밝혀낸 Dr. Herald zur Hausen은 작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였지요. 거의 모든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유발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자궁경부암 조직의 대부분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의 DNA 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이 논문은 인유두종바이러스의 DNA 의 양이 많을수록 병의 예후는 좋다고 얘기하고 있지요. 왜 일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가정합니다. 즉,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자궁경부의 내막을 구성하는 transformation zone 부위의 세포에 침입하게되면 숙주세포층의 분화기전과 더불어 증식하게됩니다. 이 때에 바이러스의 DNA 가 숙주세포의 염색체에 삽입되면 viral early gene인 E2 가 억제되는 동시에 E2 가 평상시에는 발현을 억제하고 있던 종양유전자 E6/E7가 세포내에 발현하게 되며 세포의 암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일단 암화가 일어나면 E2 의 억제로 외관상으로 찾을 수 있는 바이러스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게 되는것이지요. 이렇게 발현되기 시작한 E6와 E7 은 암화과정뿐만이 아니고 숙주세포내에 여러 단백질과 반응하면서 치료에 대해 저항성을 보이는 형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이 되며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은 E6 의 silencing 을 이용하여 치료적인 효과를 보려고 애써 왔지요.
하지만 바이러스의 DNA 가 양적으로 작은 종양이 E6E7 의 높은 발현 때문에 과연 방사선치료에 더 저항성을 보이는 예후가 나쁜그룹에 속할 지, 이건 우리의 현재 가정일 뿐이지 아직 증명된 바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 실험실에서 시행하고 있는 연구들이 이를 증명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관련분야의 동향 및 전망
암의 발생은 감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암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소아에서 발생하는 Burkitt 림프종이나 비인두강암과 관계있는 Epstein-Barr virus (EBV), 백혈병과 임파종을 일으키는 retrovirus, 간암과 관계된 hepatitis B 와 C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전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발암기전에 관계된 유전자들은 이러한 암들의 치료반응성에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바이러스가 인체내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암세포가 항암치료에 대항하여 살아남으려고 사용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염과 관계된 암은 전체 암의 약 1/5 에 해당된다고 알려져 있어 인유두종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감염과 관계된 암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궁경부암에 대한 연구에 국한해서 한 마디 한다면 자궁경부암은 최근에 예방백신의 개발로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의 사회의료적인 이슈가 안 된 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발병율이 높은 개발도상국가들에서 이러한 백신의 사용이 얼마나 가능할 지 하는 의료사회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당분간 이 질병이 그리 간단히 지구상에서 없어지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듧니다. 바이러스 DNA 가 발견되지 않는 자궁경부암이 환자의 소수에서 존재하는 데 이러한 사람들은 편평상피암보다는 선암쪽이 많고 예후도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지요. 마치 폐암에서 흡연과 관련된 편평상피암이 훨씬 많았었는데 이제는 흡연과 관계가 덜한 선암이 더 많아진 것처럼 유럽대륙의 경우 자궁경부암도 편평세포암은 줄어드는 반면 선암의 발병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패턴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3. 연구를 진행한 국립암센터 와 연구소
국립암센터에서 8년 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여성생식기암의 치료에서 방사선치료은 매우 자주 사용되는 도구입니다. 따라서 그 역할이 매우 큰데 저는 이 분야에서 임상적으로 보는 방사선반응성을 실험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여러가지 실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인유듀종바이러스외에도 종양 저산소증과 방사선반응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 왔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환자안에서 실마리 찾기에 열중합니다. 실마리를 따라 들어가면 문제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는데 여기에 이르르려면 임상적인 관찰력과 더불어 이를 지지해줄 여러가지 실험적 기법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초과학자들과의 연계는 항상 필요합니다. 국립암센터의 연구소에서는 의사연구자와 기초연구자의 협력이 잘 이루어 질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연구자들이 암센터에 앞으로도 많이 모였으면 합니다.
4. 연구하면서 평소 느낀점 및 보람
임상의로써 기초연구, 또는 이행성연구를 병행하시는 분들이면 누구나 느끼시겠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protected time 과 같이 일을 진행하는 연구원및 연구자들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연구를 겸하는 의사들과 환자만 보는 의사들의 임상 부담은 결코 다르지 않으며 대개는 더 많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같이 일하는 연구원마저 자꾸 바뀐다면 상황은 매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항상 고전하지만 환자를 보며 생기는 궁금증이 그만큼 중요하고, 그 궁금증은 환자를 보는 경험이 많을수록 눈에 띄기 때문에 환자를 떠나서 연구를 주로 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환자는 연구에 대한 의문을 주는 존재이며 또한 대답을 위한 실마리도 모두 한 몸에 가지고 있지요. 실마리를 발견하고 푸는 일을 쉽지 않지만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내가 발견한 현상들이 정말 임상적 관찰과 일치할 때, 또한 임상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될 때 엉터리가 아닌 진짜를 찾았구나 싶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같이 점수가 높은 저널에 실리게 되는 것도 큰 보람이구요, 같이 일하는 과제연구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
저는 개인적으로 자궁경부암의 중요한 발병인자중에 바이러스 감염말고도 유전적 요소가 작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환자의 가족력을 잘 물어보면 모계쪽으로 같은 병을 가진 환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덴마크 종양등록사업의 결과를 보면 이러한 가족적 clustering 을 시사하는 점들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자궁경부암발생에 있어서 암과 바이러스의 원인관계는 확고하지만 유전적요인 및 숙주쪽 요인들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암의 발생뿐 아니라 방사선 및 항암제에 대한 감수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6. 다른 이야기들…
제가 하는 일이 주로 이행성 연구이기 때문에 저와 같은 관심분야를 가지는 연구자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현재 "부인종양 아카데미" 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부인종양을 전공하는 의학도들이 임상분야외에도 기초연구분야에 전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기간을 제공합니다. 이는 앞으로 전문분야에서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기본능력과 관심을 키워주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