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의 소개 및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저희의 연구는 식물 스테로이드성 호르몬인 Brassinosteroids (BR)에 의해 조절되는 신호전달 경로의 규명에 관한 것입니다. 그 동안 BR의 신호전달체계는 BR 특이적 전사인자 (BZRs)를 억제하는 GSK3 계열의 인산화 효소 (BIN2)를 억제해서 최종적으로 전사인자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대략적인 신호전달체계의 골격이었습니다. 그러나 동물의 스테로이드 호르몬과는 달리 세포막에 존재하는 BR 수용체인 BRI1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BIN2를 억제하는지에 대한 기작은 가장 큰 gap이었었습니다. 저희 연구에서는 기존에 BZRs 전사인자의 phosphatase로 알려졌던 BSU1이 BZRs의 탈인산화를 촉매하는 것이 아니고 GSK3인 BIN2의 탈인산화를 매개한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아울러 BSU1이 BRI1에 의해 인산화되는 BSKs라는 세포막 단백질과 결합하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BRI1→BSKs→BSU1→BIN2→BZRs의 순차적인 신호전달 경로를 완성하였습니다. 이러한 완성된 신호전달 경로는 600여 개가 넘는 애기장대의 Receptor-like kinase중 세포 표면에서의 ligand binding에서부터 핵 내의 전사인자 조절까지의 경로를 물리적으로 연결시킨 최초의 신호전달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처음 BSU1이라는 단백질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BSU1과 상호작용하는 다른 단백질의 기능에 대한 연구차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BSU1의 기능은 BZRs의 phosphatase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BSU1의 활성이 저희가 연구하는 단백질에 의해 활성화되는지를 확인하고자 BSU1의 활성을 조사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BSU1이 BZRs을 탈인산화시키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많은 조건을 바꿔가면서 조사해봐도 기존에 알려진 기능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때가 첫 번째 고비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하도 안되길래 (사실 정제하기가 좀 귀찮아서) BSU1과 BIN2, BZR1이랑 다 함께 섞어서 반응을 했었는데 그제서야 BZR1의 인산화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좀더 자세한 생화학 실험을 해봤더니 BSU1이 BIN2를 억제해서 BZR1의 인산화를 감소시키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때부터 원래 테스트 해보려 했던 단백질에 대한 실험은 일단 유보해두고 BSU1의 BIN2 조절에 대한 실험에 몰두했습니다. 여러 결과를 놓고 볼 때 BSU1이 BIN2의 tyrosine 200 residue를 탈인산화 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E. coli에서 발현시킨 BIN2의 Tyr200은 이미 세포 내에서 인산화가 되어서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을
32P-ATP로 labeling 할 수 가 없어서 저희 가설을 증명할 방법이 마땅히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또 한참의 시간을 소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mammal의 GSK3 논문을 보다가 GSK3의 phospho-tyrosine antibody가 BIN2의 phopho-Tyr200을 detection 할 수 도 있겠다 싶어 이를 테스트 해봤고 최종적으로 BSU1이 BIN2의 phospho-Tyr200을 탈인산화 시킨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 본 연구가 이루어진 기관 또는 연구소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본 연구는 Stanford 대학 내에 있는 카네기 연구소 (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카네기 연구소는 6개의 지구과학과 생물학 관련 Department를 두고 있는데 이중 생물학 관련 Dept.로써 Stanford 대학 내에 Plant Biology와 Ecology가 있고 Johns Hopkins 대학에 Embryology Dept.가 있습니다. 세 명의 노벨상 수상자 (옥수수 유전학의 대가 Barbara McClintock 박사, DNA가 유전물질임을 증명한 Alfred Hershey 박사 그리고 최근에 RNAi 현상을 발견한 Andrew Fire 박사)와 리터 지진계를 개발한 Charles Richter 박사와 망원경으로 유명한 Edwin Hubble 박사 등이 카네기 연구소 출신입니다. 전체적으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내실 있는 연구소입니다. 제가 소속되어있는 Dept. of Plant Biology는 Stanford 대학 생물학과와 학위과정을 연계하고 있어서 스탠포드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는 경우 많은 학생들이 이곳 PI들의 지도를 받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소에서는 TAIR라고 애기장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Bioinformatics 기반의 Website를 운영하고 있고 있습니다.
저희 랩 PI인 Zhiyong Wang 박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중국인 PI에 대한 선입견(?) 과는 많이 다르게 개방적이고 아주 스마트한 분입니다. BR의 신호전달연구에 proteomics를 도입해서 최근 좋은 결과들을 많이 내고 있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http://carnegiedpb.stanford.edu/wang-lab).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이번 연구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좋은 논문을 한편 썼다라는 약간의 자만심 섞인 보람도 조금은 느낍니다만 한편으론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그 동안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 후회와 반성이 됩니다. 이번 논문을 계기로 참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앞으로 이쪽 일을 계속하면서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실험이란 게 어느 순간 잘 진행되어가다가도 한참 동안 실패만을 거듭하면서 정체되곤 합니다. 그때 자칫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흥미를 잃기도 하게 되지만 또 어느 순간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에서 큰 돌파구가 열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전공이나 분야가 다르더라도 다른 분들과 자신의 연구에 대해 많이 의견을 나눠보시거나 가끔은 전혀 다른 분야의 논문들도 관심 있게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외국에서의 포닥 생활이란 게 일상이 아주 단순해서 그런지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갑니다. 포닥 연수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족 구성원이 하나 둘씩 늘어갈수록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의식과 적극적인 생활 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본인의 정신건강과 체력유지를 위해서 하나쯤의 운동을 취미로 즐기시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짧게는 위에서 말씀 드렸던 BSU1을 활성화시키는 단백질에 대한 논문을 조만간 준비하고자 합니다. 길게는 이곳에서 포닥 생활을 한지도 이제 5년이 다 되어갑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제는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저만의 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자리를 잡기가 만만치 않아서 걱정입니다만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어느 날 이곳에 있는 수많은 유학생과 포닥 와이프들 중에 바이오 관련 포닥 와이프가 가장 불쌍하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제 아내가 푸념 섞인 농담을 해주었습니다. 얼핏 웃으면서 넘겼지만 사실 경제적으로도 빠듯한데다가 아이들 돌보느라 지치고 힘든 와이프를 뒤로 하고 항상 실험을 핑계로 주말이고 휴일이고 학교 가기를 고집하는 남편이 때때로 얼마나 야속했을까요? 사랑하는 아내 장은희와 나쁜 아빠를 둔 빈이와 율이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 친지들, 동료들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를 보내준 현재 PI인 Dr. Wang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곳에 오래 있다 보니 더욱더 스승의 고마움을 깨닫게 됩니다. 학위 지도 교수님이신 중앙대학교 김성기 교수님과 생명과학과 은사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임이 없었더라면 이곳 생활이 정말로 지루할 뻔했습니다. 한국인 바이오 관련 포닥/방문교수 모임인 KOLIS (
http://kolis.or.kr/)와 Bio-Smash 회원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